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어른 친구 되기'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어른 친구 되기'
  • 박현홍 대표
  • 승인 2022.08.2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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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멘토링'이 오래 전부터 친숙한 개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멘토링 기관인 BBBS(Big Brothers & Big Sisters)는 500개 이상의 지부를 갖고 있고, 역사가 110년 이상이다. BBBS 외에 뉴욕에만 60개가 넘는 멘토링 기관이 존재한다.

BBBS 웹사이트에는 감동적인 사진들이 탑재되어 있다. 세대 차이와 인종 차이를 뛰어 넘는 다양한 멘토링 사례들을 담고 있어, 현재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는 갈등의 이슈들을 돌파할 대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관문을 통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멘토 지원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하니, 한국에서 멘토링 운동을 시작한 활동가로서 크게 도전을 받는다. 

멘토링을 희망하는 청소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 멘토링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미국의 멘토링은 대체로 평균 1년 정도 유지되는 프로그램으로 아쉬움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200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에서 15년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러빙핸즈 멘토링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강점은 '지속성'이다. 

러빙핸즈 멘토링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나이에 있는 한부모 가정 또는 조손 가정의 아동·청소년과 멘토를 연결해서 그 멘티가 성인이 되는 나이까지(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하는 나이까지) 최단 4년에서 최장 10년 동안 일대일 멘토링 관계를 유지한다. 

러빙핸즈 멘토링은 세계에서 가장 긴 멘토링 프로그램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멘토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폭넓고 멘토링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더욱 야심차게 시작해볼 만한 일이다.

러빙핸즈 멘토링은 일종의 예방 사업으로,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2007년 (사)러빙핸즈에 의해 시작되었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사회복지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한부모 가정 또는 조손 가정을 포함한 취약 계층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는 대단히 미약하다. 간혹 제공되는 서비스는 대부분 물질적인 지원이며, 그러한 지원조차도 6개월에서 1년 이하의 단기적 서비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동·청소년이 가출이나 비행 또는 학교 폭력과 성폭행 등과 같이 분명한 가해/피해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야 후속 조치로 개입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 차원의 개입이 훨씬 더 효과적이며, 사회적/경제적 비용 지출도 더 적다는 것이 여러 면에서 입증되어 왔지만, 예방 프로그램은 현재 실행되고 있는 복지 체계 내에서는 선호되지 않는 정책이다. 

그 특성상 단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없고, 따라서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들의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폭력을 비롯한 범죄나 비행의 문제는 성장기 청소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위험과 위기이며, 조손 가정과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을 잠재적 문제아로 낙인찍는 것은 단연코 부당하다. 

다만,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취약 계층의 아동·청소년은 더 큰 편견이나 이중 삼중의 억압과 싸워야 할 뿐 아니라 회복의 기회와 보호받거나 의지할 대상을 찾기도 훨씬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러빙핸즈 멘토링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에게 마음을 나눌 한 명의 어른 친구가 있다면 가출, 아동 학대, 학교 폭력, 비행, 성매매, 따돌림과 은둔, 우울증과 자살 등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내적인 힘을 길러 내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지난 15년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 왔다.

러빙핸즈 멘토링은 총 18시간의 멘토 양성 과정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에게 장기적인 관계와 정서적 유대를 제공할 수 있는 멘토 봉사자를 양성하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근거리의 멘티들과 멘토를 연결하여 월 2회 이상의 만남을 갖도록 장려한다. 

자신의 곁에서 4~10년 동안 지켜봐 주는 한 사람의 존재로 인해 멘티들이 신뢰, 자아 존중감, 자아 효능감과 긍정적인 태도, 사회성을 키워나가고 지속적인 지지의 힘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러빙핸즈 멘토링 주관 기관으로서 (사)러빙핸즈는 여러 공동 활동과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와 멘티의 신뢰 관계를 도울 뿐 아니라 멘티를 둘러싼 환경적 어려움들을 파악하고 지역사회와 타기관 또는 상담과 교육, 예술, 의료, 목회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러빙핸즈 자원활동가들과의 연계를 통해 다층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조손 가정의 멘티에게 갑작스러운 장례가 발생했을 때, 또는 멘티의 유일한 보호자가 중병에 걸렸을 때, 함께 장례식장을 지켜주며 아픔을 함께하고 치료 기관을 연결해서 정서적인 지지와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이 경우 멘토들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와 적절한 타이밍의 개입이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혜자 중심의 배려와 전문성이다. 이를테면 러빙핸즈는 멘티들의 실명이나 얼굴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모금을 진행하지 않고, 정서적인 지지와 배려가 무시되는 경제적인 혜택을 선택하지 않는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멘토링은 역사도 길고 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역사가 15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의 신생NGO 러빙핸즈가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와 성도들에게 장기 멘토링 방식을 제안하는 이유는, 도움을 주는 자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존중하면서 함께하는 방식이 바로 기독교가 지향하고 또 예수님이 몸소 약한 자들을 대했던 방식과 닮아서이다.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들은 그간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 내 한인 사회와 미국 사회를 섬겨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많은 교회가 노숙인들을 섬겨 오고 있는 것과 남미를 비롯한 제3세계 여러 나라들을 지원하고 미국 내 한인들 가운데 어려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활동과 더불어 한인 또는 소수 민족 중 아동·청소년이든 독거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친구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 한 명 한 명에게 오래 지속되는 친구 관계를 선물할 수 있다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한인 교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부모 가정 또는 조손 가정의 아동·청소년을 일대일 멘토링으로 섬기는 러빙핸즈의 사역은 한국 상황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일대일 친구처럼 친밀한 관계는 누구나에게 동경과 갈망의 대상이라고 믿는다. 특히나 사회적 약자들의 경우는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소외감과 고독이 더욱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러빙핸즈 멘토 양성을 위한 특별 과정을 한인 교회에 제안해 본다.

[참고 링크]
* (사) 러빙핸즈 홈페이지 www.lovinghands.or.kr
* (사) 러빙핸즈 소개 동영상
https://youtu.be/mt4QfrEesT8

* 언론 보도 
http://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4616
https://www.sedaily.com/NewsView/1RVP7RZY3C
http://www.namhae.tv/news/articleView.html?idxno=20048
https://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4&artid=10273&fbclid=IwAR0VGqkuBJUV3A5shJmOf-JfvVBIrDX-0iQPYMIvrP4xro_D9R2L778Aow0
https://news.v.daum.net/v/20070528172409649

*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mgV4NSJcq8
https://www.youtube.com/watch?v=o-p2RmodhcY
https://www.youtube.com/watch?v=fD87pUoNvMc

* 활동 실적

도움이 필요한 한 명의 아동·청소년을 돕는 러빙핸즈 멘토링이 그 가치와 효과를 인정받아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가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휴먼대상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사)러빙핸즈는 지난 수년간 독보적인 공신력을 확보해 왔다.

러빙핸즈 멘토들이 개인 자격으로 수상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2011년 한기수 멘토가 제3회 대한민국 휴먼대상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상 수상, 2015년 오지숙 멘토, 2016년 조정환 멘토 그리고 2017년에는 고영호 멘토가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희망멘토링 부문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2016년 천우현 멘토, 2017년에는 조애란 멘토, 2018년에는 최영화 멘토가 전국 사회복지나눔대회 우수 멘토 멘티 부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였고, 2020년에는 러빙핸즈 멘토들을 대표해서 방송인 김지선 씨(러빙핸즈 홍보대사 및 러빙핸즈 초록리본도서관 공동관장)가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였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시상식에서 (사)러빙핸즈가 휴먼 멘토링 부분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였다.

2007년에서 2022년 2월까지 총 223명의 멘티가 러빙핸즈 멘토링을 공식 졸업하였다. 2022년 6월까지 러빙핸즈 멘토 양성 과정에서 1,150명이 수료했고, 그중 540명의 멘토가 멘토링에 참여했다. 아동 청소년 시절 러빙핸즈 멘토링을 경험하고 졸업한 223명의 멘티 중 5명이 현재 러빙핸즈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러빙핸즈 대표 박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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