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외침이 공허하기만 하다
그들의 외침이 공허하기만 하다
  • 양재영
  • 승인 2022.10.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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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독교에 민족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백인 우월주의이다. 

트럼프를 당선시켰던 트럼피즘이나 지난해 의회 의사당 점거 사태 등은 시작일 뿐이다. 최근엔 ‘하나님의 군대'(Army of God)도 등장했다. ‘영적 전쟁', 정치적 전쟁' 등 폭력적 언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의 삼성 장군 출신인 마이클 플린은 지난해부터 미국 기독교인들의 영적 각성 투어(Reawaken America Tour)를 강행하고 있다. 이들은 ‘예수는 왕, 트럼프는 대통령'이란 문구를 입고 위대한 미국의 탄생(MAGA)을 꿈꾸고 있다. 최근엔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도 동참하고 있다.

매릴랜드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1%의 공화당원들은 미국이 ‘기독교 국가'임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나라는 ‘백인들의, 백인들을 위한, 백인들에 의한’ 국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기독교 민족주의는 파시즘적 폭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95년 168명의 사망자를 낸 오클라호마 청사 테러의 배후에는 백인 우월주의가 자리잡고 있었다. 2017년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우익이여 단결하라'며 난동을 부렸던 사건 역시 백인 민족주의가 배경이다. 지난해 초유의 의사당 점거 사건도 위대한 백인들의 미국을 꿈꾸는 세력들의 소요였다. 

이민자 중심의 미국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150여년전 남북전쟁의 악몽을 꺼내들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10년내에 내전이 발생할 것’(2022년 이코노미스트 조사)이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영국 런던대 토마스 기프트 교수는 “최근 미국내 양극화는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백인들만의 배타적 기독교는 결국 갈등과 폭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얼마전 남가주 은혜한인교회에서 ‘다민족 연합기도대회'가 열렸다. 미국이 당면한 영적 위기와 부흥을 위해 다민족들이 모여 기도하자는 것이다. 분명 좋은 의도이다.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외침이다. 하지만, 이들이 내건 슬로건을 좀더 들여다보면 기독교 민족주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주최자인 한기홍 목사(은혜한인교회)는 “영적으로 잠들어 있는 미국을 깨우고 미국의 부흥과 회복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공동대회장인 신승훈목사(주님의영광교회)는 “미국이 제사장 국가로 쓰임 받도록 함께 모여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준비위원장인 강순영 목사는 “대학은 사회주의자들이 장악해 하나님의 심판이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부흥', ‘제사장 국가', ‘영적 무장', ‘하나님의 심판' 등 스스로 우월함을 자처하는 백임 복음주의자들의 슬로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다수 미주 한인교회의 정체성은 ‘기독교 근본주의’다. 성경의 문자주의와 배타적 혐오주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젊은 층은 떠나가고, 교회는 노년층의 사교공간으로 전락한지도 오래다. 어쩌다 교회를 방문해보면 예배후 삼삼오오 모인 노인들의 근본주의적 성토만이 가득하다. 

민족주의는 예수의 사랑을 담기에 그릇이 너무 작다. 배타주의는 샬롬(평화)과 대척점에 있는 폭력과 혐오일 뿐이다.

게다가 회개와 각성을 부르짖지만, 대회를 주관하는 일부 목사들의 사적 욕망과 탐욕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들의 외침이 공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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