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동백 아가씨를 부른 곳은 스피크이지바?
그가 동백 아가씨를 부른 곳은 스피크이지바?
  • 김기대
  • 승인 2022.10.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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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주령과 기독교

윤석열과 한동훈, 그리고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지난 7 술집에 모여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제보의 진위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야당 의원들이 날을 세우는 제보의 내용을 보면 윤이 동백아가씨를 부르고, 한은 윤도현의 노래를 불렀다는 내용에서부터 그날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이세창( 자유총연맹총재권한대행) 증언과 모임에서 첼로반주를 맡았던 첼리스트의 녹취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유리한 자료들이 많다. 술마신 날로 특정된 다음 예정되어 있던 여성가족부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이 갑자기 취소된 것도 의혹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반면 한동훈과 이세창은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보안에 만전을 기했을 ,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확인할 방법은 없다.  모든 것이 너무 비상식적인데다가 검사들을 동원한 공포정치 아래서 그들의 대화를 녹취할 강심장이 있을까 의문이다.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권이 덫을 놓은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드는 것도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첼리스트로 추정되는 여성의 SNS 털어 그가 이재명 지지자들의 모임인개딸’(개혁의 딸들)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하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은 없다. 이게 사실로 드러나면 윤석열의 반대자들은 한껏 고무되겠지만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그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뻔뻔하게 대응할 것이다. 반면 허위로 드러날 경우 민주당은 그로키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상의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민주당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네티즌들은 룸살롱을 찾으려고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제보가 사실이라면 호스테스는 없었던 걸로 보아 일반 룸살롱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스피크이지바가 아니겠냐고 추정한다.

미국의 금주령 시대에 등장한 스피크이지바는 탈법적 공간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컨셉을 이용한 스피크이지바가 주당들에게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으며 서울에도 많다고 한다. 스피크 이지, 금주령시대에 적발되는 것이 두렵지만 술을 끊을 없었던 주당들이 조용히 이야기(Speak easy)하며 술을 마시던 곳이다. 서울에도 유명 스피크이지바가 여러 군데 있지만 유명세를 타는 곳과 달리 스피크이지바의 특성에 맞게 더욱 은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는 공간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모임이 정말 있었다면 이런 종류의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1920년대 생겨났던 스피크이지바는 2000년대 중반 뉴욕에서 인기를 얻은 다음 아시아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PDT(please dont tell)’는 핫도그 가게 내부에 있는 공중전화의 1번을 눌러야 문이 열린다. 지금은 불법으로 영업하지 않지만 시절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의 손님들이 찾는다. 한국의 스피크이지바를 소개한 경향신문(2017 1 20) 기사를 보자.

18 오후 8 서울 한남동의 ‘스피크이지몰타르’. 컴컴한 골목길에 들어앉은 앞엔 이미 명의 남성과 명의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 바가 있을 몰랐다”는 일행의 얘기에 남성은 “여긴 문을 두드려야 열어준다”며 간판도 없는 바의 나무 문을 두드렸다. 종업원이 인원 수를 확인하더니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닫았다. 잠시 현관 조명이 들어오더니 문이 열렸다. 내부에는 ‘촬영금지’ ‘만취금지’라는 문구가, 입구에는 ‘바텐더의 룰을 어기는 사람을 거부할 있다(we can reject out of rule breaker)’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중략) 한남동 ‘블라인드피그’는 골목길에 있는데, 키보다 훨씬 낮은 문을 열고 허리 숙여 들어가야 한다.

 

이런 은밀한 스피크이지바를 탄생시킨 미국의 금주령은 언제 생겼는가? 금주법(Prohibition) 시행되던 1920~1933 동안 미국 전역에서 술이 금지되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미국내에서 술의 판매나 제조가 금지되었으니 그말이 그말이다.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각종 통계자료가 보여주는 미국의 음주문화는 상당히 심각했다. 음주 문화가 유행하자 영국계 이민자들과 독일계 이민자,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은 술의 주도권(위스키 맥주 대 와인) 놓고 심하게 갈등했다. 주도권을 잡는 과정에서 주류인 영국계가 금주법을 발동시켰다는 음모론에 가까운 '설'도 있다.  사람들이 술의 폐해를 이야기할 때는 독주인 위스키가 주로 거론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맥주나 와인에 대해서는 관대했기 때문에 위스키가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주법에는 알콜도수 0.5% 이상을 모두 술로 분류했다는 '설'이다.

넷플릭스의 타임슬림(time slip) 드라마 '아웃랜더(Outlander)' 2 대전에서 돌아온 간호 장교가 잉글랜드계 남성과 연인관계에 있다가 갑자기 시간여행을 하면서 18세기 초의 스코틀랜드지역에 떨어지면서 일어난 이야기다. 주인공 간호장교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의 증오를 경험하면서 스코틀랜드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데 이 스코틀랜드 남성은 독립운동 재원 마련을 위해 밀주를 만들어 왔다. 위스키의 원조인 스카치다. 드라마는 독립 직전의 미국으로 무대를 옮기는데 여기서도 스카치 제조는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의 든든한 재원이었다.

미국 독립 후에 주도권을 잡은 영국계 술에 맥주와 와인이 뛰어들었다. 금주법은 모든 주류 시장을 죽인다는 점에서 영국계가 금주법을 주도했다는 설이 황당하지만  대규모 포도밭이 필요한 와인, 낮은 도수 때문에 대량 생산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맥주에 비해  위스키는 밀주 제조가 쉽기 때문에  이런 음모설이 전혀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주법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고 이전부터 기독교 세력의 군불 떼기가 있었다. 1912 미국장로교 총회장을 역임한 마크 매튜목사는 시애틀 지역에서 각종 시민사회 운동을 주도했다. 그의 업적으로는 최초의 기독교 라디오 설립, 여성참정권 주장, 유치원 제도 등등 다양한데 때문에 미국 최초의 '사회복음 설교가'로 불리고 있다. 그는 절제 운동(Temperance Movement) 주도하면서 특히 술에 대한 절제를 강조했다. 이처럼 초기의 금주운동은 시민사회운동적 성격을 띠었으나 점점 근본주의화 되었다.

1893 오하이오에서 처음 시작된 안티 살롱 리그(Anti Salon League) 미국 진보 운동과 결을 같이 했으나 갈수록 금주에만 집중했다. 마크 매튜는 당시 살롱 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살롱은 영원한 구덩이의 점액질에서 나온 가장 사악하고 부패하고 지옥에 흠뻑 젖은 기관이다. . 그것은 당신의 순진한 딸을 데려가 그녀의 미덕을 강탈하고 그녀를 뻔뻔스럽고 방탕한 사람으로 만든다.

기독여성절제회( Woman's Christian Temperance Union), 금주십자군(Dry Crusaders)등도 금주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1901 사진으로 추정되는 사진은 시민사회 운동과는 별개로 진행된 금주운동도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술에 닿았던 입술은 우리 입술에도 갖다 댈 수 없다.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술에 닿았던 입술은 우리 입술에도 갖다 댈 수 없다.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금주법은 생겨났을까? 이러한 시민 사회 운동들이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모든 법과 제도에는 도덕과 규율을 넘어서는 이해관계가 있다. 오히려 금주법은 19세기 말에 원주민들이나 흑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천년왕국운동의 반작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19세기는 원주민과 흑인들의 삶이 백인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 왔을 때이다. 19세기 중엽에는 천년왕국 운동에 기초한 고스트 댄스(Ghost Dance, 운디드니Wounded Knee 부족학살은 고스트 댄스를 믿던 평화로운 부족을 향한 것이었다), 핸섬 레이크(Handsome Lake), 인디언 셰이커(Indian Shaker) 유행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백인의 멸망을 선포하면서 몽환적인 의례에 빠져들었다. ‘몽환에는 술이나 환각성 물질의 도움이 있었다

백인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전파한 기독교의 천년왕국운동 사상을 그들 나름대로 해석한 원주민이나 흑인들이 두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몽환과는 차별되는 이성’, ‘교양’, '절제'를 강조해야만 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에도 시기에 원주민에게 우호적이던 백인 청년 맥클레인(브래드 피트 ) 그들과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드는 장면과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장로교 목사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금주령은 이러한 기독교 세력의 두려움을 적당히 조작하면서 시작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12 이상 지속된 금주령의 폐해도 컸다. 주세(酒稅) 걷히지 않아 재정이 악화되었고 그것이 대공황의 원인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직접적인 폐해는 알카포네의 등장이었다. 카포네는 기간동안 밀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국민들이 그의 음주 습관을 걱정하는 시국에 스피크이지바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술을 마셨다는 의혹에 휩싸인 윤석열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 그들이 놓은 덫에 걸려 들었다고 미소지을까? 아니면 의혹의 제보자들을 바라보면서 주변에 믿을 사람 하나도 두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고 있을까?  혹은 일각의 조롱처럼 도사님의 '말씀'을 기다릴까? 카포네는 잔인한 마피아였지만 그가 쏟아낸 '말씀'들도 많아 '알카포네의 지혜'라는 책도 있다. 끝으로 이 책에 나오는 그의  '명언' 한마디!

불량배 최악의 유형은 거물 정치인이다. 그는 자신이 도둑이라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당신은 그의 시간을 아주 조금밖에 얻을 없다.

The worst type of these punks is the big politician. You can only get a little of his time because he spends so much time covering up that no one will know that he is a t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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