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을 사랑했었다
할로윈을 사랑했었다
  • 오아영
  • 승인 2022.11.0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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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연대를 확인하는 축제.

할로윈을 사랑했었다. 할로윈 자체가 아니라 서울 이태원의 할로윈을. 코로나 기간동안은 못 갔지만 그 전까진 할 수 있는 한 할로윈엔 반드시 이태원 거리를 걷고자 했다.

할로윈은 완전히 다른 규칙속에서 다른 몸을 입고 연극하는 날이니까. 이 날의 이태원 거리에선 모두가 친구가 되므로. 가장 무서운 얼굴로 가장 즐겁게. 일상 혹은 이 사회 속에선 내것이 될수없는 얼굴 뒤에서 안전함을 누리며 모두에게 손 내밀고 인사할 수 있는 날. 엷은 연대를 확인하는 축제.

여기는, 이날만은 새로운 규칙과 새로운 문화코드안에서 존재하고 관계맺어도 되는 공간이었다. 할로윈의 이태원은 전혀 다른 법칙이 작동하는 세계였다. 일종의 집단참여예술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날이 지나면 신데렐라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이날만은.

믿을 수 없는 죽음들 앞에서 이 축제에 나아간 일 자체에 대한 비판이 넘치고, 보다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짚어야 할 지 잠시 갈피를 놓치지만, 변호해야겠다. 이 자리는 어쩌면 유일하게 지금 여기 한국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만나 함께할 수 있는 일종의 참여연극 이었을 수 있다고. 사회 속 유의미한 다수 개인이 그 연극의 프로토콜을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그런 공동체 축제.

 

이날의 이태원에 간 이들은 일상을 가상으로써 치유하고 확장시키는 효과를 의식무의식적으로 아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더 행복하고 싶어서 나아간 자리였다고.

비판의 근거로 자꾸 언급되는 "서양의 명절"이란 표현을 읽으며 나는 힙합가수인 BTS를 떠올린다. 세계는 한 문화권이 된 지가 오래지 않나. 그 보편 문화의 토양 안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

참여자들이 잘못했다는 그 비판들을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눌러가며 반박해본다. 틀렸다. 단단히 틀렸다.

그런데 다 됐고,

이 모든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그것도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건 사람이 죽었다는거고 와중에 내가 진짜 비판하고 싶고 슬퍼하게 되는 건 왜 우리는 타인의 죽음 앞에서도 아프지 못한가다.

나는 안전하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도 안전할 수 있다.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다. 그러면 이건 완전한 너의 일인가. 방탕한 혹은 부주의한 너의 일. 나와 상관이 없는 일. 더 상관이 없기 위해 어떤 논리를 만들어 당위라 붙이고 그걸 가져다 너와 나를 가르고 너의 불행을 합리화해 이해하는 것인가.

내 마음이 150여명 타인들의 죽음으로도 슬프지 못하다면, 그래서 자꾸 사고 희생자들이 비판이 된다면 우리 좀 스스로에게 물으면 좋겠다. 너의 아픔 앞에서 왜 나는 아프지 못한가 하고. 피할수없이 돌연하게 숨져버린 타인들의 자리와, 그런 타인의 아픔이 아프지 못한 당신 자신이 당신은 왜 고통스럽지가 않은가 하고.

 

* 이 글은 오아영님의 페이스북 글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  글을 쓴 오아영님은 현재 Gallery A 대표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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