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끝] 공직자와 그리스도교 공직 윤리
[뉴스 뒤끝] 공직자와 그리스도교 공직 윤리
  • 지유석
  • 승인 2022.11.09 0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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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 급급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직업윤리를 묻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10.29참사에 책임이 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언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 MBC뉴스데스크 화면갈무리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10.29참사에 책임이 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언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 MBC뉴스데스크 화면갈무리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여러 가지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10.29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은 용산구 관할이고, 용산구청 청사는 사고 현장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그러니 당연 박 구청장은 책임을 짊어져야 할 당사자 중 한 명이고, 당연 연일 책임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의 언행은 책임지는 공직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심지어 발언을 뜯어보면 책임을 피해가려는 술수마저 보인다. ‘핼러윈이 주최측이 없고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한 발언이 특히 그렇다. 

‘주최측이 없다’는 말은 은연중에 지자체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니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어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아도 좋다는 뉴앙스를 풍긴다. 

실제 박 구청장의 발언은 책임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 박 구청장은 참사발생 사흘 만인 1일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박 구청장의 회피성 태도는 여전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 구청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현안질의에 나섰다. 

박 구청장은 “유가족과 국민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는 질문에 “여러 가지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을…”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구청이 박 구청장이 아닌 부구청장이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도록 한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자 "저는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이라고 답했다. 

박 구청장은 이렇다 할 이력이 눈에 띠지 않는다. 경남 의령에서 났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용산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이어 다음 번 선거인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서울시의원으로 출마했다 낙선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캠프애서 활동했다. 

그러다 용산을 지역구로 둔 권영세 현 통일부장관 정책특보를 맡은 게 박 구청장의 이력이다. 결국 요약하면 거물 정치인 선거캠프에 활동하면서 끈 잘 대어 구청장 자리까지 꿰찬 셈이다. 


용산 지역교회 축복받은 구청장, 책임의식은 어디에?

다만 S 교회 권사라는 이력은 눈에 들어온다. 박 구청장 취임 다음 날인 7월 2일 이 교회는 박 구청장 취임 감사예배를 드렸다. 용산교구협의회가 이 예배를 주관했다. 

용산교구협의회는 용산구 내 교회들의 연합체로 보인다. S 교회 담임목사인 장아무개 목사는 용산교구협의회 회장을 지냈고, 전임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명예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신년예배엔 권영세 현 통일부장관(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10.29참사가 난 해밀톤 호텔 옆 내리막길 회랑도로 입구. 입구엔 누군가가 두고간 국화가 놓여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10.29참사가 난 해밀톤 호텔 옆 내리막길 회랑도로 입구. 입구엔 누군가가 두고간 국화가 놓여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문화권과 시대는 달라도 공직자의 최우선 덕목은 ‘섬김’이다. ‘행정’을 뜻하는 영어단어 ‘administration’의 어원은 ‘존경하다’는 뜻의 ‘admire’다. 

게다가 그리스도교 윤리의 핵심은 ‘책임의식’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인간이기에 십자가를 짊어지는 데 따르는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이 잔을 거두어 달라고까지 간구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의 한 가운데에서도 예수는 ‘나의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대로 하실 것을 함께 간구한다. (마가복음 14:36)

그리스도교 신앙 유무와 무관하게 적어도 대형 인명사고가 났다면, 관할 지자체장으로 최소한의 책임 의식은 느껴야 한다. 더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박희영 구청장은 참사 직후부터 책임을 피해갈 궁리부터 했다. 그리고 사과입장을 내놓으면서도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그가 그리스도인이고, 용산 지역 개신교계는 그를 위해 취임 감사예배까지 드렸다.

세상이 이런 그리스도교 교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이미 그리스도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재개발 알박기(?)로 500억을 편취하고, 아버지 목사가 10만 신도에 800억 자산을 가진 대형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하는 종교쯤이다. 여기에 그리스도교 공직자 박희영 구청장의 무책임도 더해지는 모양새다. 

K-기독교의 민낯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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