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끝] 윤석열 정부 구원 등판한 국가조찬기도회
[뉴스 뒤끝] 윤석열 정부 구원 등판한 국가조찬기도회
  • 지유석
  • 승인 2022.12.05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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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강경’ 기조 윤 대통령의 반그리스도적 노동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면서 화물운송차량이 멈춰섰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면서 화물운송차량이 멈춰섰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2022년 연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아래 화물연대) 파업으로 한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0시를 기해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는데, 5개월 만에 같은 요구를 내세우며 다시 한 번 파업에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은 5일 오전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유와 연대의 정신이 살아 숨 쉬고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가 처음 정치에 발을 딛었을 때의 그 다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켜나가겠다는 소명을 이 자리에서 다시 새긴다. 이 소명을 받드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파업 쟁점인 ‘안전운임제 폐지’를 들먹이며 파업 중단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가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도록 하는 게 안전운임제의 뼈대다. 이 제도는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여 과적·과로·과속을 방지하는데 안전판 구실을 해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물류시장 산업혁신연구팀은 지난 6월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방안 연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사업용 특수 견인차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690건에서 2020년 674건으로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수도 2019년 1,079명에서 2020년 8.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기준 화물차주 월평균 순수입은 2019년 월 300만원에서 2021년 월 373만원으로 늘어난 반면, 월평균 업무시간은 2019년 292.1시간에서 2021년 276.5시간으로 줄어 화물차운전자 노동조건 개선에도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적용을 한정해 적용하고 있는데, 화물연대는 이 제도를 확대 시행하자고 주장한다. 화물연대의 파업을 조직 이익 추구라고 볼 수만은 없는 지점이다. 

그러나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안전 개선 효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도 개선에 난색을 표하는 중이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 정부와 언론이 한데 어울려 화물연대를 ‘정치파업’, ‘강성노조’로 매도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태도는 윤 대통령 스스로 밝힌 ‘자유와 연대’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예수의 가르침?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씨와 5일 오전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씨와 5일 오전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여기에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예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는 발언은 실로 경악스럽다. 지난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은 줄곧 자유를 강조해왔고, 공개석상에서 연설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를 즐겨 언급했다. 

그러나 취임 6개월이 넘는 지금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란 그저 대통령 권한의 자의적인 행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에 불편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MBC를 대통령 전용기에 배제한 게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즐겨 언급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전광훈 목사류의 아스팔트 극우가 주창하는 반공 이념과 결이 맞닿아 있다. 사실 반공 이념의 시선에서 볼 때, 자유민주주의와 예수는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태극기 집회에서 반공 이념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듯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공생애 기간 동안 비유를 들어 복음을 설파했다. 예수가 든 비유엔 노동를 주제로 한 이야기도 있는데, 마태복음 20장에 기록된 포도원 주인의 비유가 특히 그렇다. 

이 비유에 등장하는 포도농장 주인은 이른 아침에 나가 하루에 1데나리온을 주기로 약정하고 일꾼들을 일터로 보낸다. 아침 9시경 시장에 나갔다가 일감 없이 소일하는 이들을 보고 주인은 다시 1데나리온의 품삯을 주기로 하고 재차 일터로 보낸다. 주인은 정오, 오후 3시, 오후 5시에도 이 같은 계약을 반복한다.

이러자 맨 처음부터 일한 일꾼이 주인에게 따진다. “막판에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저 사람들을 온종일 뙤약볕 밑에서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하십니까?”(마태 20:12)라고. 

그러나 주인은 “당신의 품삯이나 가지고 가시오. 나는 이 마지막 사람에게도 당신에게 준만큼의 삯을 주기로 했다”(마태 20:14)고 주인은 일축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시각에서 보자면 단연 불평하는 일꾼의 입장이 옳다.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한 일꾼이 오후 5시에 일터로 나온 일꾼 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주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터로 내보낸 일꾼에게나, 하루 일과를 마칠 때쯤 채용한 일꾼에게나 똑같은 임금을 지불했다. 즉, 주인은 일꾼이 자신의 포도농장에 투입한 노동의 양에 따라 품삯을 매기보다 일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동등한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개신교·가톨릭·정교회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노동 윤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촉구하며 지난달 24일 0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강경기조를 굽히지 않으면서 노·정이 강대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촉구하며 지난달 24일 0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강경기조를 굽히지 않으면서 노·정이 강대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다시 화물연대 파업으로 되돌아가보자. 앞서 적었듯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운전자의 안전한 노동에 기여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고, 그래서 화물연대도 이 제도의 유지, 확대를 촉구하며 일손을 놓았다. 그리고 화물연대 파업은 합법적 절차를 통해 이뤄진 쟁의행위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요구를 일축하고, 오로지 불법으로 규정하며 거짓 선전을 일삼는 행태로 일관 중이다. 사실 윤 대통령 노동관 자체가 적그리스도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보수 개신교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부터 종종 구원투수 노릇을 했다. 대선 후보 시절 무속 논란이 일자 김장환 목사 등 보수 개신교계 거두들이 윤 당시 후보에 안수기도 하며 이미지 세탁에 일조했다. 

국가조찬기도회도 마찬가지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윤석열 정부가 궁지에 몰린 시점에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고, 윤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보수 개신교 교회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주요 고비때마다 삿된 권력과 결탁한 DNA가 흐른다. 이번 조찬기도회에서 그 DNA가 재차 돌출한 것 같아 심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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