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
  • 편집부
  • 승인 2022.12.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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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몰타섬, 박정희, JFK,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2023년은 토끼해다. 성경은 레위기 11:6 신명기 14:7에서 토끼를 언급하는데 굽이 갈라지지 않아 먹어서는 안되는 부정한 동물로 소개된다. 영어 성경은 Hare,  산토끼로 쓰고, 히브리어로는 에르네베쓰(ar-neh'-beth). 이동이 많은 광야 시절 행동이 빠른 토끼를 가축으로 키우는 적절하지 않았고 대부분 야생의 토끼를 먹었을 것이다. 인간들이 야생의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야생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졌고, 결과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을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뼈아프게 경험했다. 모세 5경의 저자도 이러한 위험성의 경고차원이 아니었을까?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이다. 계는 12간지 ()’이다. 그러므로 내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마침 성경의 산토끼는 백색의 집토끼와 달리 검은 색이다.

성경에서는 부정한 토끼가 교회 전통에서 어떻게 사랑받는 동물이 되었을까? 교회의 가장 명절인 부활절에 토끼는 달걀과 함께 교회 안으로 소환된다. 토끼는 포유동물인데 달걀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중세 시대, 육식이 금지된 사순절을 보내기가 힘들었다. 고기섭취가 손쉬운 귀족층과 달리 서민층에게는 달걀이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 식품인데 40여일간의 육식 금지는 서민들의 영양실조를 일으킬만 했다. 따라서 금식기간이 풀리면 서민들은 달걀에 각종 장식을 하며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축하했다. 조금은 슬픈 역사다.

번식율이 높은 토끼는 기원 시대부터 다산의 상징이었다. 광야시절 히브리인들에게 토끼를 먹지 못하게 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대 주의와 거리를 중세 교회에게 혹독한 겨울을 견딘 후에 맞는 부활의 계절을 묘사하기에는 토끼와 달걀만큼 좋은 상징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추정도 가능하다. 로마로 압송되던 바울은 태풍을 만나 배가 난파하면서 지중해 멜리데 (Malta)에서 겨울을 난다. 기후가 좋고, 영연방이어서 영어가 공용어인 덕에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몰타의 먹거리는 토끼요리다. 몰타는 기원전 6세기 페니키아인들이 처음 정착한 이래로 카르타고, 로마로 지배 세력이 바뀌었고 중세와 근세를 거치면서 아랍, 스페인, 합스부르크, 프랑스, 영국을 거쳤다. 프랑스 점령 당시에는 공을 세운 기사단에 주어진 일종의 하사품 같은 땅이었다. 현재는 영연방에 속해 있다.

때문에 아랍 음식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즐길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토끼 요리다. 페니키아인들이 처음 토끼를 이 섬에 가지고 들어오면서 무서운 속도로 번식했다. 따라서 사도바울이 지내는 동안 이미 토끼 요리가 몰타섬에서는 대표음식이었을 것이다.  좁은 섬의 특성상 소나 돼지 같은 몸집이 가축을 사육하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죄수들이 3개월의 겨울을 나는데는 분명 공급이 쉬운 먹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다토끼고기를 먹었지만 구약에 능통한 바울이 겨울을 나게 음식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추정일 뿐이다.

로마에 도착한 바울의 마디는 "동포 여러분, 나는 우리 겨레와 조상들이 전하여 풍속을 거스르는 일을 적이 없습니다”(사도행전 28)였다. 이미 서신서를 통해 유대 전통과 거리두기를 했던 사도 바울로서는 뜬금없는 자기 고백이다. 혹시 다른 사람은 먹었지만 나는 끝까지 안먹었다는 고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죄수들의 입을 통해 몰타(멜리데)섬의 토끼 요리가 회자되었을 것이고, 초대 교회는 토끼에 대한 유대적 경멸을 희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역시 추정말고 다른 근거는 없다. 

국립민속 박물관에는 60 계묘년인 1963년에 만든 계묘년력(癸卯年曆)이라는 달력이 있다. 화학사라는 출판사에서 제작한 실용농촌 진흥선서시리즈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홍보용 달력으로 보인다. 1963년은 쿠데타 이후 민정이양을 하겠다던 박정희가 약속을 어기고 정권을 잡은 해다. 농촌 진흥 정책에 대한 출판사의 화답으로 보인다. 토끼를 키우는 방법(양토) 대한 , 민물고기 키우는 (담수양어) 대한 책도 있다.

계묘년력,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계묘년력,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출판사의 구호가 재밌다.

우리가 살길은? 농업혁명 완수에 있다.

우리가 부할 길은? 새로운 농업 개선에 있다.

보시라!! 농촌진흥의 선구자인 금자탑을!!!

60 우리 모습이다.

올해 환갑을 맞는 사람들이 1963년생인데 계묘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서독 광부 1진이 출발했으며, 10 15일에는 박정희가 윤보선을 꺾고 5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해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F.케네디가 암살됐다. 좌익에 몸담은 적이 있었던 박정희의 전력때문에 케네디는 박정희를 향한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았았다. 급히 미국으로 날아간 박정희는 1961 11월에 케네디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월남파병을 약속했다. 자신의 좌익 전력을 말소하기 위해 한국의 젊은이들을 반공전선으로  내 몬 것이다. 이 정상회담 2년만에 박정희는 케네디의 암살 소식을 듣는다.

근세사에서 계묘년의 교회사를 보면 1903 하와이에서 한인 이민 교회가 시작되었고, 그해 8 유명한 원산 부흥운동의 불길이 타올랐다. 10월에 황성기독교청년회 YMCA 조직되었다. 러시아 정교회한국교회 설립도 이 해 10월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계 가톨릭 개혁의 의지를 천명한 2 바티칸 공의회가 1962 개최되어 1963년에도 논의를 이어가서 1965년에야 막을 내린다. 가톨릭 타임스는 2 바티칸 공의회의 성과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신학자 라너(K. Rahner)역시 2 바티칸공의회를 두고 『교회의 본질에 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향』이라고 평가했다이처럼 2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근원적으로 이해하도록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공의회이다.

신학자들은 그래서 2 바티칸공의회를 『교회생활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 『그리스도인 생활의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간주한다.

2 바티칸 공의회를 계기로 지역교회에서도 교회의 본질을 찾아볼 있게 됐고, 공의회를 통해 교회와 문화ㆍ사상ㆍ종교, 그리고 모든 인간과의 만남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광주 가톨릭대학 교수 이제민 신부는 「제2 바티칸 공의회와 한국교회의 사목현장 반성」에서 『제2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거의 2천년에 가까운 서구 유럽적 교회의 틀을 벗고 세계 중심적 교회로 이해하게 획기적 사건』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평하고 있다.

2023년에는 어떤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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