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목수가 되었는가!!
왜 목수가 되었는가!!
  • 김성환 목사
  • 승인 2023.03.09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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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토막과 망치, 못이 성물(?)
ⓒ김성환

"왜, 목회를 그만두고 목수가 되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 그때 답이 다르다.

답이 다른 까닭은 답이 하나가 아니어서다.

목수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일이, 2015년에 있었다.

그해 8월, 담임목사였던 나는 교회 장로님과 부목사님과 몇몇 집사님들과 멕시코 테카테(Tecate) 라는 작은 도시에 단기선교 사전답사를 갔다.

간 김에 망가진 집을 수리해 주겠다고 목공장비를 싣고 가서 몇몇 집들 구멍 뚫린 지붕과 벽도 고쳐주고, 벤치도 만들어 주고, 전구도 달아주고… 그랬다.

테카테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이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시다.

그 도시의 사람들은 건너갈 수 없는 미국 땅을 동경하며 두발 딛고 사는 이곳이 아닌 저곳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허름한 집 하나가 있었는데, 지척에 미국국경이 바라보이는 그런 집이었다.

그 집에서 바라보는 국경너머 미국땅은, 황량한 광야 같아 보였다.

저 광야 같은 곳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국인들이 얼마나 풍요롭게 살고 있는지, 이들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김성환
ⓒ김성환

산꼭대기 그 집에 두 남매가 살고 있었다.

크리스티나와 살바도르

그 이름의 뜻은 Christ Bearer(그리스도를 품은 자)와 Salvation(구원) 이라는 뜻이다.

16살이었던 크리스티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두 다리가 마비되어 평생을 휠체어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남동생 살바도르도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상태였다.

부모님은 하루 종일 일을 나가야 했고, 몸이 불편한 두 아이는 평생 학교도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만 있어야 했다.

크리스티나가 휠체어를 타고 문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현관 내부와 외부의 15센티 남짓되는 단차 때문이었다.

가지고 간 나무와 단순한 공구로 단차를 연결하는 발판(Ramp)을 만들었다.

그리고 외벽에 작은 벤치를 만들었다.

그 발판으로 크리스티나가 혼자의 힘으로 휠체어를 밀어 집 밖으로 나왔을 때의 표정을 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김성환
ⓒ김성환

놀라움과 환희!!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너무도 작은 수고를 통해 그런 놀라움과 환희에 찬 표정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무 토막과 망치, 못이 성물로 보인 순간이다.

크리스티나와 살바도르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벤치에 앉아 아련한 눈길로 국경선이 가로 놓인 미국의 먼 산을 바라본다.

눈에 보이는 짝퉁 풍요의 미국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크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참된 나라가 있음을, 두 사람이 보게 되길 바랐다.

ⓒ김성환
ⓒ김성환

그때 생각했다, 제도권 교회 안에 머물기보다는, 목공을 발판 삼아 (제도권 교회)밖으로 나와서 일평생 노동하며,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지금은 슬프게도 목공이 내게 호구지책이 되어가고 있지만, 테카테 두 남매의 그 때 그 얼굴을 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은 김성환목사의 허락을 받아 그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옮겨 왔다.)

김성환목사는 UCLA에서 역사학과, 프린스톤신학대학교에서 Th.M 설교학을 전공했다. 토렌스제일장로교회와 아름다운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다. 가디나장로교회에는 담임목사로 사역을 하였다. 현재는 가나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미주 코스타 강사로, 순회 설교자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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