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말로 현혹했길래, 죽음을 택했을까?
도대체 무슨 말로 현혹했길래, 죽음을 택했을까?
  • 지유석
  • 승인 2023.03.2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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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국판 ‘나는 신이다’ 3부작 ‘웨이코 : 아메리칸 어포컬립스’
텍사스주 웨이코 참사를 다룬 ‘웨이코 : 아메리칸 어포컬립스’ 3부작 Ⓒ 넷플릭스
텍사스주 웨이코 참사를 다룬 ‘웨이코 : 아메리칸 어포컬립스’ 3부작 Ⓒ 넷플릭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8부작이 큰 반향을 일으킨 가운데, 이번엔 미국판 ‘나는 신이다’ 시리즈가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바로 지난 22일부터 스트리밍에 들어간 <웨이코 : 아메리칸 어포컬립스> 3부작이다. 

1993년 4월 텍사스주 웨이코에선 ‘다윗의 가지’라는 이단 종파가 미 연방수사국(FBI)과 무려 51일을 대치하다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의 비화를 그린 것이다. 

교주는 데이빗 코레시란 인물이었는데 발단은 이 분파가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단속 요원에 저항하면서였다. 

데이빗 코레시는 종말의 날에 사탄의 군대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교의를 설파했고, 그래서 무기를 사들이라고 독려했다. 이들은 웨이코에 있던 자신의 근거지를 총기로 가득채웠다. 심지어 장갑차도 뚫을 수 있는 50㎜ 구경 소총도 보유하고 있었다. 

ATF의 단속에 걸린 건 이들이 반자동 소총을 자동으로 개조하고 심지어 수류탄까지 숨기고 있다는 신고 때문이었다. 

ATF는 신속하게 진압하려 했다. 하지만 이들은 요원들에게 그야말로 총탄 세례를 퍼부었고 이로 인해 4명의 연방요원들이 숨졌다.

미국은 연방요원이 작전 중 숨지면 적극 개입한다. 그래서 FBI가 개입했는데 코레시가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 작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치가 51일간 이어진 이유도 바로 이 아이들 때문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51일간 벌어진 상황을 그리는데, 스토리 전개가 ‘나는 신이다’와 판박이다. FBI 인질협상팀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데이빗 코레시도 순순히 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대치 둘째 날,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제 FBI에 투항을 준비하던 신도들은 데이빗 코레시의 말 한 마디에 발걸음을 돌렸다. 코레시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신도들을 막아선 것이다. 

당시 FBI 인질협상팀과 코레시간 대화 내용, 그리고 작전 상황은 흡사 영화를 방불케 한다. 또 FBI가 작전을 하면서 협상팀과 인질구조팀간 소통이 꼬여 작전이 더 어려워졌음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비극으로 끝났다. 대한민국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서서히 침몰하는 광경을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듯, 미국 국민들은 1993년 4월 19일 웨이코에 웅크리고 있던 이단 종파 교주와 추종자들이 화염 속에서도 꼼짝 않고 죽음을 택한 광경을 리얼타임으로 지켜봐야 했다. 

대치 마지막날 다윗의가지 신도 82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아이들은 22명에 달했다. 실로 끔찍한 일이었다. 

더 끔찍한 건 데이빗 코레시를 너무나도 추종한 나머지 신도들은 연방요원들의 회유와 고강도 작전, 그리고 의문의 화마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버린 것이다. 

웨이코 참사에서 아가동산이 보인다 

‘나는 신이다’ 아가동산 편에서 당시 7세였던 고 최낙귀는 어머니를 포함한 아가동산 신도들의 잔인한 폭행으로 숨진다. 그런데 법정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 선영례는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진술한다. 

당시 수사 검사였던 강민구 변호사는 “무슨 요사스런 말로 홀렸길래 생떼 같은 자식 죽음까지도 거짓으로 덮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모정마저 저버리게 했다”고 탄식했다. 

‘웨이코 참사’의 데이빗 코레시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무슨 말로 신도들을 현혹했길래 추종자들이, 심지어 어린 아이들이 화마 속에서도 죽음을 택했는지 고개가 내저어 진다.  

마침 올해는 웨이코 참사 발생 30주년을 맞는다. 부질 없는 종교적 메시지에 현혹돼 죽음을 택한 이들이 부디 하늘나라에선 진리에 눈을 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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