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살인이 이슬람의 악습이라고?
명예 살인이 이슬람의 악습이라고?
  • 김기대
  • 승인 2023.04.03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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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의 사적복수와 가족 살해 전도사

더 글로리의 복수와 전도사의 가족 살해는 어떻게 다른가? 명예살인을 이야기할 쉽게 떠오르는 것은 가족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주로 여성인 친족을 살해하는 이슬람의 잔혹성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명예살인은 이슬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가부장 제도가 나은 비극이고 기독교 문화권, 힌두 문화권에서도 발견된다.

영화그을린 사랑(감독 드니 빌뇌브, 2010)’ 무슬림 청년과 사귄다고 명예살인을 당할 위험에 처한 기독교 부족의 여성이 어머니의 도움으로 피신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연히 무슬림 청년은 기독교 부족에게 살해당했고 비극이 캐나다(감독이 캐나다 사람이다)까지 이어지는 영화다.

최근에 일어난 모교회 전도사의 가족살해사건도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황당한 신파로 소비되었지만 넓은 의미의 명예살인이다. 자세한 내막은 없지만 어떤 경우로든지 가부장의 명예가 훼손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겨진 가족들이 경제적 궁핍으로 겪어야 초라함이가부장 명예를 훼손했을 수도 있다. 다른 명예살인과의 차이점은 자신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였다는 점이다.

언론 명예살인은 대부분 이슬람 문화권에서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또한 언론의 고질적인 반무슬림경향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해전 한국에서 신학교 교수가 자신의 딸을 때려 죽이고 개월째 집에 방치한 사건은 신학자로서의 자기의 명예를 훼손한 딸에 대한 응징 아니었던가?

명예살인에 대한 다른 오해는 명예 살인을 친족 살해라는 좁은 의미로 생각하는 점이다. 이는 처녀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가족에 의해 화형에 처해졌다가 온몸에 화상을 입고 간신히 구출된 팔레스타인 여성 수아드의 이야기를 담은명예살인 명예살인을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판된 유일한 책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이런 친족살해만을 명예살인으로 부르는 언론의 탓도 있다. 하지만 명예살인에는 친족 살해를 넘어 가문의 명예를 훼손한 다른 가문에 대한 보복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무수한 화제와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드라마 글로리(작가 김은숙)’ 문동은(송혜교 ) 사적 보복은 명예살인인가? 단순한 복수인가? 문동은은 고교시절 당한 엄청난 학폭 가해자들을 하나씩 복수해 나간다. 그가 복수를 결심한 계기는 학폭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지만 엄마의 명예가 훼손당했기 때문이다. 알콜 중독자에 사생활이 문란하다고 함부로 명예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가해자의 우두머리 연진은 1 가해자가 문동은의 가족이라며 비아냥 댔고 연진 엄마는 돈으로 동은 엄마의 명예를 훼손했다.

문동은은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학폭 가해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고, 복수의 대상에는 좁은 의미의 명예살인처럼 (살해는 당하지 않았지만) 동은 엄마도 포함되어 있다. 동은의 명예를 훼손한 엄마의 잘못은 동은이 응징해야 한다. 학폭가해자들을 제거하는 데는 동은의 피가 보이지 않았지만 엄마와의 다툼에서는 동은은 피를 흘렸다. 엄마를 알콜 중독 치료소에 감호시킬 때는 물보다 진한 피가 작동했다. 그런 점에서 동은의 복수는 친족과 가해자 모두를 포함하는 완벽한 명예살인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글로리 화제성에 비례해 점잖은 훈수들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사적 복수 성공하는 드라마가 사회에 미칠 건강하지 않은 영향에 대한 어줍짢은 훈수들이다. 이런 훈수들은 이미 한국 사회가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는 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의 심판을 존중해야 한다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 법의 권력을 독점한 자들이 저지르는 온갖 편파와 독선을 보고도 그런 말을 있다는 후안무치에 말을 잊는다.

이것은 지나친 PC주의적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태도 때문이다. 조던 B. 피터슨,스티븐 프라이,마이클 에릭 다이슨,미셸 골드버그가 지은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편견없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립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PC주의가 항상 진보적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 명인 스티븐 프라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좌파가 저지르는 커다란 오류 하나가 아세요? 적의 명석함을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일가는 우리가 지성의 기반으로 생각하는 신성한 인문서를 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트럼프 일가가 똑똑하지 않다는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죠. 역사가 보여줘요. 정말 바보 같은 짓입니다.

 

다시 말해 진보적인 사람들은 사회를 위해 온갖 듣기 좋은 담론을 생산하지만 실제로 반대쪽의 사람들은 더욱더 교활하게 그들의 목적을 달성시킨다는 의미다. ‘ 글로리 예로 들자면 진보진영 사람들이그래도 사적 복수가 용인되어서는 안되지! 주장할 저쪽 이런 의견에 100% 동의하면서 사적 복수의 기회를 틀어막고 그들만의 불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 결국 법으로도, 사적으로도 복수의 기회는 사라지고 세상은 저들이 유리한 곳으로 흘러가는데 진보진영만 뒷북을 치면서 스스로의 자기 만족에 빠져든다.

명예살인에 대해서는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부서진 사월(문학동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카눈(이슬람 샤리아를 보완하기 위하여 만든 일종의 규범) 지배하는 알바니아의 산골마을에서 사는 청년 그로즈그는 오랜 원한이 쌓인 상대방 가문의 명을 살해한다. 그때부터 여간의 보복금지 기간을 갖고 그로즈그는 역시 상대방 가문의 살해 대상이 된다. 카눈은 그것을 용인한다.

카눈은 이러한 복수의 원칙을 세밀하게 기술한다. 복수를 피의 회수라고 부르는데 회수 상대는 남자여야만 하고, 최대한 치욕스럽지 않게 죽여야 하고, 상대 가문의 피의 회수즉 보복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로즈그는 복수 유예기간인 달이 지나면 죽을 운명에 놓여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가문의 명예를 지킨 아들의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카눈의 회수 상대는 남자여야만 하고, 죽은 피해자가 치욕적이지 않게 뒷정리를 해야 하며, 상대 가문의 피의 회수를 받아야한다. 카눈의 전통은 이슬람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그로즈그가 속한 가문 베리샤는 기독교 가문이다. 알바니아의 복잡한 종교 상황은 이런 일을 가능케 한다. 알바니아에는 정교회, 이슬람, 가톨릭 등이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각각의 종교 공동체는 서로간에 적대적이라기 보다는 (좋게 말해) 상대방을 향해 열려있거나 (나쁘게 말해) 마구 혼합된 종교적 실천을 한다. 결국 이들의 명예 살인은 종교적 율법이라기 보다는 가문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가부장 제도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관습의 악순환을 통해 작가 이스마엘 카다레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카눈이 야만적으로 보이지만피에는 라는 법칙은 누구의 죽음이라도 차별없이 취급하므로 역설적으로 가장 민주적이라는 것이다. 일단 피해를 입으면 가해자의 피를 회수해야 하기에가해 조심하게 되어 오히려 비극을 막을 있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로는 1944년부터 1990년까지 피의 통치를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 시대를 겨냥한 것이다. 아무런 죄도 없이 끌려가서 실종되고 처형당하는 일이 일상이던 시절, 규칙없는 독재의 공포보다는 오히려 이런 카눈에 의한 사적 복수가 정당하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글로리 사적 복수는 법치의 이름으로 법치를 훼손하는 한국의 상황보다 정의롭다.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지 않으므로 결코영광(글로리)’스럽지 않다. 때로는 () 한영애의 노래조율’의 가사처럼 잠자는 하여 세속에게영광 자리를 빼앗긴지 오래다. 결국 받은만큼 갚아주며 가해자 주변의 조력자까지 응징한 동은의 명예살인은 가장 공정한 영광을 획득한다. 오롯이 그의 힘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었기에 보편의 영광(Glory)’ 되지 못하고 영광(The Glory)’ 머물렀지만 말이다. 게다가 글로리 가부장 중심의 명예살인 전통을 여성의 몫으로 가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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