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와 샌프란시스코
"나는 신이다"와 샌프란시스코
  • 최태선 목사
  • 승인 2023.04.05 0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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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 나는 내 글이 칼럼으로 실리는 것을 멈추고자 했다. 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힘과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나의 무의식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라는 오직 내 유일한 존재 이유를 확인코자 했다. 그래서 글 쓰는 것을 멈추었다. 지난 2월간 나는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주님의 인도하심 속의 가르침들이 내 글을 계속 쓰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글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힘과 영향력에 대한 나의 저항을 이어갔다.

그러나 글을 쓰지 않으려던 것도 매일 글을 기다린다는 분의 진정성이 내 마음을 돌려놓았고 어제 내 글이 실리고 있는 한 매체 대표와의 통화를 통해 다시 칼럼을 안 올리려던 내 마음 역시 도로 제자리가 되었다. 내가 줏대 없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이끌리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화 중에 “나는 신이다”의 정명석이 언급되었다. 그리고 그런 시사성 있는 글을 부탁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그것을 주제로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관심이 끊어졌던 그분이 그 글들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사실 나는 “나는 신이다”를 보고 그다지 큰 분노가 일지도 않았고,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런 일들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펐을 따름이다. 또 나는 그 다큐를 보면서, 특히 이재록 편을 보면서는 그가 오늘날 목사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오히려 그는 오늘날 목사들이 바라는 바를 성취한 성공한 목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나는 “나는 신이다”를 보고 오늘날 그리스도교 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들과의 차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그들은 아주 조금 선을 넘은 것뿐이다.

이런 내 말을 듣고 화가 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실상을 잘 모르거나 그것을 판단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후자인 경우가 가장 현저한데 이는 오늘날 그리스도교가 가지고 있는 더 큰 문제이다. 판단할 의도를 가지는 것 자체가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금기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단들보다 오늘날 건강하고 좋은 교회라고 소문난 교회의 교인들에게 더 현저하다.

나는 오래 전 소망교회의 교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아내와 가장 절친이었다. 그 친구는 재벌가의 자녀였고, 아내는 그냥 평범한 평민출신이었는데 같은 대학이라는 인연이, 재벌이라는 친구를 가질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현실의 필요성이 아내와의 이상한 친구관계를 형성했던 것이었다. 그 친구를 만나던 중 교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가 다니던 소망교회의 문제가 부각되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단호하게 “여기까지만”이라는 말을 하고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그 교회에는 정해진 매뉴얼이 있었다. 그 이상으로 나가는 것이 그 교회의 터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한 “여기까지만”이라는 말은 그것이 매뉴얼임을 드러내는 증거였다.

그러나 사실 이런 일은 그 교회만의 특성이 아니다. 거의 모든 교회가 다 그렇다. 그들은 개인의 영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사실은 교묘하게 세뇌가 되었고, 누르는 권력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사고를 제한하게 된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이렇게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사고를 제한하여 판단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창조의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의 모습이라는 사실과 그런 상태로는 진리의 자유가 주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길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근본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리스도인들의 마비된 사고는 이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단이 탄생할 수 있는 모판이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다른 각도에서 이것을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날 교회의 현실과 관련하여 이렇게 진단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신이다”에 나오는 교주들을 이상한 사람들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은 사고가 마비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을 발판으로 성공한 목회자들이라는 것이 그 다큐를 본 내 생각이자 느낌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어느 목사가 ‘예수를 믿었으면 반드시 부자가 되라!’고 큰소리치는 걸 보았다.”

오늘 아침 서핑 중에 한 페친이 올린 글에서 읽은 내용의 한 부분이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화가 나시는가. 물론 나도 화가 난다. 그러나 이 사람은 성공하는 길이 어디인지를 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 안에서 이 길이 아니라면 부흥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바로 명성교회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설교를 정용섭 교수는 설교비평을 통해 “예수 성공, 불신 실패”로 요약해놓았다. 그의 책에 나오는 목사들 가운데 가장 공감이 가는 비평 중에 하나이다. 실제로 김삼환 목사의 설교를 들어보면 내용이 정말 그렇다.

그러나 이런 설교를 하는 사람이 김삼환 목사 한 사람뿐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유명한 조용기가 있다. 오히려 이런 설교를 하지 않는 목사를 찾기가 어렵다. 심지어 부자나 혹은 부에 대한 경고를 하는 설교를 들어보아도 예수님처럼 단호하게 부에 대한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경우는 없다. 기껏 시작을 잘해놓고도 막상 끝부분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부에 대한 자유를 선언하지 않는 설교를 나는 들어보거나 본 적이 없다.

그것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그들의 사고에는 잘 사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확고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나만의 불행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오늘날 교회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나와 같은 사람은 다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이 두 가지에 더해 목사들 가운데 성공을 꿈꾸지 않는 목사는 없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가 제대로 만난 곳이 바로 “나는 신이다”의 정명석이고, 박순자이고, 김기순이고, 이재록이다.

미국의 서부에는 샌프란시스코라는 미항이 있다. 그곳에는 세계적 기업들이 자리한 실리콘 벨 리가 있다. 내가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엉뚱한 이야기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인구가 대략 백만 명이 조금 안 된다. 그런데 그 인구 가운데 16만 명이 노숙자들이다. 그리고 가파른 속도로 노숙자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미 경계에 다다른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고 그 숫자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곳의 원룸의 한 달 임대료가 삼백오십만 원이다. 투룸은 칠백만 원이다. 호황인 세계적 대기업에 다니는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조차도 집이 아니라 주차장에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살고 있다. 한 달 주차료가 백오십만 원이다.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 댈 곳이 없다. 이런 곳을 아름다운 미항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곳은 자본주의의 꽃이 가장 활짝 핀 곳이다. 이곳이 바로 세상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대표적인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지옥이다.

“나는 신이다”는 세상의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그리스도교와 교회의 미래의 모습이며 궁극적인 모습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를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의 꽃이 만발한 곳들이다.

그렇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허울뿐인 그리스도교가 되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아니라 세상의 가치관을 따르는 곳이 되었고 오히려 예수님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쫓아내는 곳이 되었다. 이것이 “나는 신이다”를 본 내 정확한 소감이다. 구해내야 할 사람들은 “나는 신이다”에 나오는 곳들의 신자들만이 아니라 그들과 같은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진 교회를 나가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바라본 것은 어디일까 하지만 그들이 다다른 곳은 지옥이었다. 성 프란치스코는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나는 오늘날 그리스도교와 교회들이 샌프란시스코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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