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시달리는 조선학교, 잊혀진 ‘한민족’ 정체성 깨우다
차별 시달리는 조선학교, 잊혀진 ‘한민족’ 정체성 깨우다
  • 지유석
  • 승인 2023.05.1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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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 다룬 ‘차별’
아베 신조 내각 당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를 주제로한 다큐멘터리 ‘차별’ Ⓒ 디오시네마
아베 신조 내각 당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를 주제로한 다큐멘터리 ‘차별’ Ⓒ 디오시네마

“조선학교가 일본의 고교 무상화에서 배제된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사상‧이념을 떠나 인권,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입니다.”

아베 신조 내각 당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를 주제로한 다큐멘터리 <차별> 연출자인 김지운 감독의 말이다. 고 아베 신조 총리는 재임 시절 공립학교엔 전액, 사립학교엔 학생 1인당 10~12만엔을 지원하는 내용의 고교 무상화 정책을 펼쳤다. 

고등전문학교·전수학교는 물론 일반 외국계 고등학교 등도 이 정책의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조선학교였다. 

아베 내각은 2013년 법령까지 고치며 조선학교를 ‘법적으로’ 제외시켰다. 2012년 12월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성 장관은 담화를 통해 “납치 문제에 진전이 없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교육내용·인사·재정에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슈이긴 했다. 하지만 이 정책의 취지는 “정치·외교적 고려 없이 모든 고등학생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조선학교 배제는 이 같은 취지를 어긴 셈이다. 

결국 조선학교는 법에 호소하기로 했다. 아이치,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의 조선고급생(한국으로치면 고등학생) 249명이 원고가 되어 일본정부를 상대로 법정 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연출자 김지운 감독은 조선학교 학생 학부모의 투쟁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기에 김 감독은 조선학교의 역사도 알려준다. 조선학교의 모태는 일제강점기 자의반 타의반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건너온 조선인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학교를 세우고 한글을 가르쳤다. 하지만 학교가 단지 교육이라는 본연의 기능만 수행한 건 아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조선학교 학생들은 ‘방탄소년단’에게 열광하는, 전형적인 ‘요즘’ 10대들이다. 

그런데 이 학생들의 모습에서 아련하게 한민족끼리 통하는 그 ‘무엇’을 발견한다. 영화는 조선학교가 비단 교육 차원을 넘어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유지해 후세로 이어오는 마중물 역할을 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아마 이런 이유로 아베 내각이 조선학교를 눈엣 가시로 여겼는지 모른다. 잘 알려진바 고 아베 신조는 집권하면서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을 기치로 내걸고 우경화를 부채질했다. 

이 과정에서 침략의 역사는 미화되거나 은폐됐다. 이런 아베 내각에게 조선학교는 감추고 싶은 과거이자, 현재였을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아베 내각이 법까지 바꿔가며 조선학교를 배제하고 사법부가 여기에 동조한 이유가 좀처럼 설명되지 않는다. 

조선학교 배제, 한국은 책임 없나? 

아베 신조 내각 당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를 주제로한 다큐멘터리 ‘차별’ Ⓒ 디오시네마
아베 신조 내각 당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를 주제로한 다큐멘터리 ‘차별’ Ⓒ 디오시네마

이 지점에서 한국의 책임을 묻고 싶다. 연출자인 김 감독은 영화 속에서 북한이 조선학교에 20억을 지원했지만, 한국 정부는 무관심했다고 지적한다. 

사실 군사정부 이래 한국 정부는 조선인의 존재를 백안시했다. 한국에서 2016년 이른바 ‘촛불혁명’이 일어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조선인’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다. 이 점은 촛불정부를 자처해 온 문재인 정부의 한계일 것이다. 

그래서 아래 인용할 김지운 감독의 말은 더욱 뼈아프다. 

“남과 북이 갈라지던 시기에 우리가 재일조선인을 동포라고 인정하고 북한처럼 지원했다면, 지금 조선학교를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계 학교라고 비판할 일도 없었다. 해외 동포를 나 몰라라 한 남한의 무관심이 먼저였다.”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가 1980년대 미주 대륙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애환을 담았다면, 이 영화 <차별>은 일제강점기라는 냉혹한 시기 일본 열도에 정착해 온갖 편견과 멸시에도 한민족 정체성을 지켜낸 이들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조선학교가 자본주의에 물들대로 한국인에게 잊혀진 자아를 일깨워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는 세계 각처로 흩어진 한민족에게 큰 울림을 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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