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프로여야 한다” 이재철 목사 발언, 반응은 ‘싸늘’
“목사는 프로여야 한다” 이재철 목사 발언, 반응은 ‘싸늘’
  • 지유석
  • 승인 2023.06.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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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이중직’ 부정적 견해에 개척교회 목회자 “현실 모른다” 일축
100주년 기념교회를 담임하다 퇴임한 이재철 목사의 발언이 크나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개척교회 목사들은 성찰이 부족하다며 냉담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 물댄동산교회 유투브 화면갈무리
100주년 기념교회를 담임하다 퇴임한 이재철 목사의 발언이 크나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개척교회 목사들은 성찰이 부족하다며 냉담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 물댄동산교회 유투브 화면갈무리

100주년 기념교회를 담임하다 퇴임한 이재철 목사의 발언이 크나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개척교회 목사들은 성찰이 부족하다며 냉담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2일 물댄동산교회에서 한 강연이다. 이 목사는 ‘어떤 목사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했는데, 여기서 그는 현 KBO리그 SSG랜더스 소속 추신수 선수를 예로 들며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추신수 선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했었다. 

이 대목을 이 목사 발언 그대로 인용한다. 

“제가 젊은 목회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근래 가장 많이 보던 질문이 ‘이중직을 가져도 좋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진보적인 기독교 신문에서는 그건 할 수 있다고 다 스스로 허락했습니다. 여러분 추신수라는 야구 선수가 있는데, 이 추신수 선수가 부산에서 고등학교 야구 선수로 졸업을 한 다음에 한국의 실업팀들이 오퍼를 했지만 자기의 어떤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갔습니다. 한국 고등학교라고 선수 출신을 누가 받아 줍니까. 그래서 제가 알기로는 한 7년, 8년 동안 3군에서 시작해서 2군에도 있었는데 그 기간에 햄버거만 먹고 살았습니다. 

여러분 만약에 그때 추신수 선수가 ‘나 이중직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나흘은 야구장 가서 야구하고 사흘은 아르바이트하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좀 여유 있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다고 쳐봅시다. 그런 생각을 만약에 추신수 선수가 했더라면 오늘날 추신수가 존재하겠습니까. 자기 기량을 더 높이기 위해 프로야구 선수도 그렇게 치열하게 미래를 위해 자기를 가꾸는데, 목사는 더 해야 합니다. 목사는 프로야구 선수보다 더 프로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더 몰입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는 세속직을 가지라고 권합니다. 목사에게 있어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자립입니다. 경제적인 자립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데요. 그 경제적인 자립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데, 내가 처자식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얼마만큼의 돈을 내가 벌어들이는 능력을 경제적 자립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는 그걸 자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성경적으로 경제적인 자립은요. 내게 얼마가 주어지던 내게 주어진 경제적인 여건에 나를 맞추는 겁니다. 그게 경제적인 자립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지 않으면요. 여러분들이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십시오. 그러면 나머지는 하나님이 책임져 주십니다. 절대로 여러분의 마음을 담아서 설교할 수가 없습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목회자들은 SNS를 통해 이 목사의 발언에 주목했는데, 대부분 비판 여론 일색이었다. 고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교의학 교수를 지냈던 박영돈 현 작은목자들교회 담임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목사의 견해는 지난 세대에 자신의 가정까지도 희생해가면서 헌신적인 목회를 한 분들의 목회관을 반영한다. 그러나 오늘날 너무도 달라진 목회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자신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목회 경험에만 매몰되어 한국교회 대다수의 작은 교회 목사가 겪는 척박한 목회 현장에 대한 절절한 체감 인식이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탈성장교회>, <페어처치> 등을 쓴 이도영 더불어숲 동산교회 담임목사는 “지금의 이중직이라는 현실은 겸직 목회자의 비전문성이나 소명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교회성장의 산물”이라며 “작금의 기독교 위기는 한계나 실패가 아니라 ‘성공’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장주의로 인한 성공이 작금의 현실을 만들어내었다는 사실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역에서 개척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기자는 아산 지역에서 개척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먼저 A 목사는 “교회에 기대어 상당부분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는 목사를 욕할 필요도 없고, 당당히 자신의 일을 가져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자가 의로운 척 할 필요도 없다. 목회자로 부름 받은 사람으로 시작한 사람이라면 목회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여 서 있으면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재철 목사의 심정은 아비의 심정인 것 같다. 그러나 가정경제를 따로 신경 쓸 일 없어도 되는 교회 담임목사였던 분의 표현으로는 좀 부족해 보인다. 또 넉넉한 수준의 교회에서 그것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그런 말씀을 하신다해도 정당화 되지 않는다. 굶주림과 다이어트는 엄연히 다르니까”라고 잘라 말했다. 

B 목사도 냉담한 반응이었다. “현재의 목회환경에서 이재철 목사처럼 말하고 다니면 비판 받기 일쑤”라고 B 목사는 말했다. 

이어 “최근 교회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경제활동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자비량’ 목회를 일궈나가는 분들이 많은 데 이재철 목사 말대로라면 그런 분들은 프로가 아닌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형 교단의 지원을 받으면 굳이 생업전선에 나서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대형 교단 내부에선 정치 싸움이 횡행하고, 줄 잘못 섰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기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그저 오로지 기도만 한다고 목회에 필요한 자금이 나오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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