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낮은 목사가 독립기념일에 애국심 강조?
학력 낮은 목사가 독립기념일에 애국심 강조?
  • 김기대
  • 승인 2023.07.03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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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잔치 독립기념일에 함께 하고 싶은 미주 한인 목사들

1852 독립기념일에 뉴욕의 로체스터에서 ‘흑인노예들에게 7 4일이 무슨 의미인가?’라는 제목의 연설이 있었다.

7 4일은 당신들의 날이지, 저의 날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기쁨을 느끼겠지만, 저는 애도를 해야만 합니다. 사람을 족쇄에 채워 찬란히 빛나는 자유의 전당에 끌고와 당신들과 함께 기쁨의 노래를 부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조롱하고 신을 모욕하는 역설적인 일입니다.

24 뒤인 1876 4 14,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11 워싱턴 시에서 링컨을 기념하는 조각 봉헌식이 있었다. 그곳에 초대된 연사는 감히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백인의 대통령이었고, 백인의 복지를 위해 진력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취임 첫해 동안, 항상 나라에 사는 백인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유색 인종의 인권을 부정하고, 연기하고, 희생시키려 했습니다. 그가 받은 교육이나 사상을 고려할 그는 전형적인 미국인이었습니다. (중략)

그는 가지 주장, 노예제도 연장 반대만 내걸고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정책을 발전시킨 그의 논리는 자기가 속해 있는 인종의 이익에 부응하려는 애국심에서 출발했고, 거기에 동기가 있었습니다.

독립기념일이 당신들의 잔치일뿐이고, 링컨 기념물 봉헌식장에서 링컨 당신도 어차피 백인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아니냐며 비판한 비범한 인물은 노예출신의 노예해방 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러스 (Frederick Douglass)였다.

2023년의 독립기념일은 19세기 더글러스가 지적한 데에서 걸음이라도 진전했을까? 올해 독립기념일에도 여전히 백인으로 구성된 건국의 아버지들이 거론된다. 중의 하나인 새무엘 아담스를 기억하며 그의 이름을 맥주를 마신다.

1770 즈음 (tea) 재고가 쌓이자 영국은 미국에 수출하던 차의 관세를 면제하는 차조례를 1773 시행했다. 관세가 없어짐에 따라 차값이 내려서 소비자들에게는 좋았지만 부를 축적해오던 수입상들의 불만은 커졌다. 결국건국의 아버지들은 1773 12 16 동인도회사 소유 무역선을 습격하고 차를 모두 보스턴 앞바다에 버렸다. 이들은 모호크 인디언으로 분장했었다. 영국의 보복을 미국 원주민(인디언)들에게 돌릴 요량이었다.

그리고 3 , 독립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이런 문장을 넣었다.

국왕은 우리들 사이에 내란을 선동했고, 변경의 주민에 대하여는 연령, 남녀, 신분의 여하를 막론하고 무차별로 살해하는 것을 전쟁의 규칙으로 하는, 무자비한 인디언을 자기편으로 하려고 했다.

그들이 3년전 모호크 족으로 분장했고, 수많은 탄압을 했던 인디언들을 독립선언서에서는연령, 남녀, 신분의 여하를 막론하고 무차별로 살해하는 무자비한 인디언으로 묘사했다. 이런 무자비한 인디언들을 영국이 자기 편으로 삼으려 했다는게 독립의 이유 하나였다는 말이다. 인디언들을 무도한 세력으로 조작하고 그들로 분장해서 공격했던 건국의 아버지들과 독립을 막으려고 인디언들을 동원한 영국 중에서 어느 쪽이 인디언들에게 호감가는 세력이었을까?  물론 어느쪽도 아니었겠지만.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은 1950년대 중반 앨라배마를 방문했을 그곳에서 만난  혼혈 흑인이 볼드윈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종 통합은 남부에서는 언제나 지극히 되어 왔지요, 해만 지면 말입니다.

밤이 되면 백인 남성들이 흑인 노예 여성들을 향해 저지르는 성폭행이 만연했던 것이다. 대낮에는 인간취급도 안하면서 밤만 되면 성노리개로 삼았으니 이런 인종통합이 어디 있느냐는 자조였다. 미국 흑인의 80% 백인 또는 원주민의 혼혈이다. 미국의 3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에게도 흑인 정부(情婦) 있었다. 프레더릭 더글라스도 아버지가 백인이다. 미국사회에서 ‘순수한(?) 흑인은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들이 미국 건국의 역사에서 소외되는 독립기념일을 향해 '당신들의 날'이라고 부른 더글러스의 연설은 핵심을 찌른 것이었다.

게다가 더글러스가 연설한 링컨 기념동상의 봉헌식에서 공개된 기념물은 더글러스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기념물은 링컨 앞에 흑인이 무릎을 꿇고 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워싱턴 DC 있는 원본과 보스턴에 있는 사본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2020년부터 들끓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물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물

미국에 있는 한인목사들의 독립기념일 설교를 검색해 봤다. 하나같이 청교도 신앙위에 세워진 나라, 감사, 축복, 번영이 주제다. 목사들의 세계관에는 어떻게 흑인이나 원주민이 겪었던 고통은 눈에 안들어 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백인들을 향한 무조건적인 구애가 역사를 왜곡한다.

지난 2022 1,000명의 미국 개신교 목회자를 대상으로 라이프웨이 리서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목회자(56%)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독립기념일 주일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는 2016년의 61%보다 다소 감소한 숫자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목사들을 분석한 것이 흥미롭다.

대학 학위가 없거나(70%) 학사 학위(67%) 없는 목회자들은 석사(46%) 또는 박사 학위(50%) 가진 목회자들보다 애국심을 강조했다. 또한 복음주의 계열, 오순절 교단이 주류교단 목사들보다 애국심을 강조했다.

한인목사들만을 상대로 통계는 없지만 인터넷에 넘쳐나는 미국 찬양 설교를 여론조사와 비교하면서 이런 결과를 도출해내면 무리일까?

미국 독립기념일을 찬양하는 한인목사들은 학력이 낮고 복음주의나 오순절 계열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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