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교권침해 이미 ‘빨간 불’, 문제는 정확한 진단이다
[르포] 교권침해 이미 ‘빨간 불’, 문제는 정확한 진단이다
  • 지유석
  • 승인 2023.07.29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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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갑질에 교사 희생됐는데, 학생인권조례 ‘마녀사냥’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16일(한국시간) 서울 서초구 소재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학부모 갑질에 시달리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학생지도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중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 주도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와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기자는 27일(한국시간) 오전 비극이 발생한 서이초교를 찾았다. 학교 주변은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그리고 학교 담벼락엔 추모객들이 추모글귀를 적어 놓은 메모지로 가득하다. 

메모지 대부분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글귀였다. 여기에 ‘내일 또 다른 동료를 잃게 될까 두렵다’, ‘공교육은 죽었다’ 등 교육현장의 현실을 우려하는 글귀도 자주 눈에 띠었다. 

사실 교육현장은 이미 이전부터 교권추락이 위험수위에 육박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선 6학년 남자학생이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담임교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한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불똥은 의외로 학생인권조례로 튀는 모양새다. 신호탄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쏘아 올렸다. 

이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적극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한다”며 학생인권조례를 문제 삼았다. 

3일 뒤인 24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권 강화를 위해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학생인권조례 폐지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아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박정식 도의원(아산 3)이 25일 숨진 서이초 교사 추모공간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학생인권조례 반드시 폐지하겠습니다”는 글귀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가 전교조 등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 사진 = 충남도의회 제공
아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박정식 도의원(아산 3)이 25일 숨진 서이초 교사 추모공간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학생인권조례 반드시 폐지하겠습니다”는 글귀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가 전교조 등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 사진 = 충남도의회 제공

윤 대통령의 지침에 일부 지역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충남도의회 국민의힘 박정식 도의원(아산 3)이 25일 충남교육정보연구원에 마련된 서이초교 사망 교사 추모공간을 찾았는데, 여기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학생인권조례 반드시 폐지하겠습니다”는 글귀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자 전교조 충남지부, 교사노조 충남지부 등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포스트인은 떼어졌다. 

같은 날 박 의원은 도의회 5분 발언에서 “학생 인권 존중이라는 말로 포장된 조례는 결국 교권 추락으로 이어졌고,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방종을 부추겼으며 교사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지역 인권단체들은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6일 논평을 내고 “무엇이 아이들을 사랑했던 교사를 외롭고 고통스럽게 했는지 원인을 찾고 구조적 해결을 마련하는 게 추모이고 애도”라면서 “교사 홀로 감당하도록 한 교육시스템엔 눈감고, 학생인권조례를 트집잡는 망발을 멈추라,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박정식 도의원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의원은 오늘(28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인권조례는 어떤 식으로든 개정이 필요하다. 그간 도의회 5분 발언에서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입증할 근거는 없다. 그리고 굳이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에서 논쟁적인 사안을 피력한 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엔 “뭐가 논쟁적이냐? 교원단체들은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학생인권조례가 문제? 아동학대방지법 바꿔라 !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일선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상위법인 아동학대죄가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A 일선교사는 “학생인권조례는 법적 구속력 없는 조례일 뿐이다. 그보다 학부모들이 아동학대죄를 지나치게 확대적용해 교사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잘라 말했다. 

“수업 중 떠드는 아이를 잠깐 세워 놓았다거나, 복도로 데리고 나가 주의를 줘도 아동학대죄가 성립한다. 이뿐만 아니다. 6학년 담임에겐 ‘우리 아이들 중요한 시기이니 임신하지 말라’고 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우리 아이가 장염이니 반드시 죽을 끓여 달라’고 주문하는 부모도 있다. 그런데도 아동학대죄에 걸리지 않을까 해서 교사들은 전전긍긍한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아동학대죄를 개정해 교육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한다”고 A 교사는 강조했다. 

갓 임용된 20대 교사가 교육현실을 비관해 자신이 몸담은 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등지는 비극에 대해선 지역, 더 나아가 국가가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추락하는 교권 보호가 시급하다. 

그러나 섣부른 책임전가는 금물이다. 문제의 원인을 호도해 잘못된 진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를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며 마녀사냥 하는 작금의 상황은 충분히 우려할 만 하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처럼 교사가 행복하고, 동시에 학생의 인권이 존중받는 제도 마련에 공동체가 힘을 합쳐야 할 시점이다. 숨진 교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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