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기총·언론회 친정권 본색, 개신교 몰락 앞당기다
[이슈분석] 한기총·언론회 친정권 본색, 개신교 몰락 앞당기다
  • 지유석
  • 승인 2023.08.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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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삼보일배 비판한 한기총·언론회 유감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등 4대 종교단체가 이태원참사 유가족, 시민과 함께 한국시간 21일부터 23일까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삼보일배' 행진에 나섰다. Ⓒ 사진 =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제공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등 4대 종교단체가 이태원참사 유가족, 시민과 함께 한국시간 21일부터 23일까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삼보일배' 행진에 나섰다. Ⓒ 사진 =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동안 세상사(?)에 거리를 두는 듯 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가 갑자기 존재를 드러냈다. 또 다른 보수 개신교 단체 한국교회언론회(아래 언론회) 역시 한기총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천주교 남녀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아래 그리스도인모임) 등 4대 종교단체가 이태원참사 유가족, 시민과 함께 한국시간 21일부터 23일까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삼보일배' 행진에 나섰는데, 한기총·언론회가 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이들이 내세운 논리는 삼보일배가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기총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선택될 수 있겠지만, 종교인이라면, 적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방법적인 것도 신앙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회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간 분들의 가족을 위로한다고 하여도 불교에 귀의하면서까지 이런 행사를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삼보일배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만약 한기총과 언론회가 정말로 '기독교적'인 단체였다면,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보인 부패·타락상, 그리고 보수정권과 결탁했던 과거 행적은 상당부분 드러나 있는 상태다. 특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불거졌을 때 이들이 보인 행적은 그리스도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인 지난 2015년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자, 한기총은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내놓은 입장을 아래 인용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진보주의, 자유주의 물결을 막고 한국교회의 복음, 보수신앙을 지켜나가야 하는 목적이 있으며, 한국사회와 가치를 무너뜨리는 이단, 동성애 등에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또한 기독교를 폄하하고 좌편향된 교과서로 우리의 자녀들을 가르치게 해서는 안 된다. 좌편향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어 박근혜 전 정권이 한·일위안부합의에 이르자 언론회는 노골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인상이 강한 논평을 내놓았다.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타결했다고 선언하였다.(중략) 이번에 이런 타협이 맺어지기까지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처 온 것으로 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의 '집요하리 만큼 집중력 있는 외교적 추궁에 의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지난 1992년부터 시작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1200회가 넘는 집회와, 이를 지지하는 우리 국민들과, 이를 받아들여 일본을 꾸짖는 국제 사회의 역할들이 주효했다고 본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한일위안부 합의는 역사정의를 거스르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스도인들도 이 같은 비판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한기총·언론회는 이 같은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오히려 정권을 두둔했다. 

윤석열 정권에 와서도 이들의 친정부 행보는 이어졌다. 올해 3월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제3자 해법'을 추진하자 "이번 결정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를 풀어내고 안보와 경제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고, 대한민국을 둘러싼 외교 상황을 미래에 방점을 두고 해결하려 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찬양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과거를 잊지 말되, 과거를 교훈 삼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잘못된 과거를 사죄로 청산하고,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란 덕담까지 잊지 않았다. 

이랬던 이들이지만 10.29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삼보일배 행진에 '기독교적' 가치를 들먹이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이들이 왜 이런 입장을 취하는지 이유를 찾기는 쉽다. 10.29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권으로선 악재일 수 밖엔 없고, 따라서 보수 정권과 '한몸'을 이뤘던 한기총·언론회로선 당연히 ‘엄호’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이미 이 나라에서는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가 몰락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기총·언론회가 보이는 친정권 행보는 보수 개신교의 몰락을 더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어쩌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다행스런 일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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