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물과 정은임 아나운서
디케의 눈물과 정은임 아나운서
  • 류태희
  • 승인 2023.09.23 0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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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과 연민 사이

조국의 신간 ‘디케의 눈물’을 선물 받았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 아니다. 술에 취해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는 정의의 상징이 아니다. 법의 공감과 연민의 마음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신이라는 점에서 조국은 제목을 택했다.

4 조국 사태 그가 조커처럼 일어설 수도 있겠다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적이 있다. 물론 상상은 상상으로 그쳤고 200만이 넘는 촛불시민들의 염원은 저주가 되어 돌아왔다. 저주는 이태원에서, 오송 지하차도에서, 불어난 예천 내성천 강물 속에서 시민들의 목숨을 괴물처럼 삼켜가고 있다.

'디케의 눈물’은 2014년에 그가 책을 2023 시각으로 다시 정리해서 책이다. 내용은 한국 검찰공화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책을 읽고 흥미로웠던 지점은 책의 내용보다는 개의 서문이었다. 2023 멸문지화를 당한 잔인한 운명의 굴레 속에서 흘러나오는 스스로 일개 시민이라 자신을 정의한 저자의 신음이 번째 서문이고 2014 학자로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며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쨉을 내지르는 낭만적인 외침이 번째 서문이다.

대부분의 인생들은 별일 없는 시절의 낭만적인 외침과 잔인한 운명이 덮친 시절의 고통스러운 신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산다. 그도 그런 끊임없는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지내고 있다. 그에게 연민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다.

내가 조국사건에서 짜증이 났던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이젠 문화자본도 세습되는 것에 너무 무감각해지고 당연시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지 그의 말처럼 그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쩌다 검찰독재시절에 놓이다 보니 사람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젠 준법투쟁의 대명사가 촛불은 던져버려야 한다. 촛불은 이미 2019 조국 사태 200만의 사람들이 이미 들었던 촛불 아닌가? 상대는 그때도 이미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젠 초법의 횃불을 들어야 때이다. 그들이 선별해서 처벌할 있는 전쟁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 그들의 손에 놓인 그들 마음대로 사용할 있는 저울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서는 된다.

나는 과정에서 조국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가 그런 역할을 시작한다면 그를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신학교수 테드 제닝스는 그의 저서 ‘무법적 정의’(Outlaw Justice, 박상훈 옮김, )에서 바울의 메시아 정치를 논한다. 로마의 법에 대한 바울의 초법적, 또는 무법적 정의가 결국 로마를 굴복시켰다. 바울의 사상은 발터 벤야민을 거쳐, 슬라보예 지젝, 조르조 아감벤이 이르기 까지 급진적 정치 철학의 기초를 놓았다.

그의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잊고 있었던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다시금 기억나게 주어서였다. 정은임 아나운서는 MBC 라디오의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진행자로 인기를 누리다가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요절했다. 지금도 인터넷에 남아 있는 모든 방송 파일이 인기를 증명한다.

 

조국은 책에서 한진 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씨를 소환한다. 김주익은 2003 한진 중공업 85 크레인에서 129 고공 농성을 벌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닷새 뒤인 10 22 정은임 아나운서는 방송을 다음과 같은 멘트로 시작했는데 '디케의 눈물'은 내용을 옮겨 싣는다.

새벽 3,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외로움을 투정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에 혼자 있는 같은 느낌. 세상에 겨우겨우 매달려 있는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목소리 들리세요?

 

공감과 연민의 자리에 조롱과 비아냥이 대신한 시대에 디케의 눈물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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