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문에서 메이 플라워까지
플라워 문에서 메이 플라워까지
  • 김기대
  • 승인 2023.11.12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원의 손길을 외면한 미국의 흑역사-영화 플라워 킬링 문

나에게 영화 ‘플라워 킬링 문’(원제가 Killers of the Flower Moon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2023 작품) 줄평을 요청하면 ‘구원의 손길을 외면한 미국의 흑역사’로 하겠다.

살인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남편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병에서 회복된 아내 몰리(릴리 글래드 스톤) 오랜만에 조우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말은 당신의 병상에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는 말이었을 . 그러나 아내는 안다. 병이 남편이 인슐린 주사에 독약때문이라는 것을. 남편의 미안하다는 속에는 속죄의 마음도 담겨 있다고 아내는 믿고 싶었다. 남편에게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다.

구속을 앞둔 어니스트에게 몰리는 기회를 준다. 당신 그때 주사약에 탔었지? 어니스트는 답한다. 그거 그냥 인슐린이었는데? 몰리는 길로 말없이 돌아 섰고 어니스트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막장 드라마의 치정극이 아니라 1900년대 오클라호마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데이비드 그랜이 논픽션 Killers of the Flower Moon: The Osage Murders and the Birth of the FBI (2017) 담았고 이번에 영화화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오세이지(Osage)족은 미시시피 주변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오세이지 족은 미국 정부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척박한 오클라호마 땅을 대신 받아 이주한다. 1897 이곳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오세이지 족은 벼락부자가 되었다. ‘원주민 잘된 꼴’ 심사가 뒤틀린 미국 정부는 오세이지 원주민을 민도낮은 계층으로 보고 백인 후견인으로 하여금 재산을 관리하게 했다.

오세이지 거주 지역은 돈을 찾아 미국 각지에서 몰려오는 백인들로 북적거렸다. 백인들에게 인디언의 재산은 눈먼 돈이었다. 말할 없는 ‘바가지’들이 원주민의 재산을 노렸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후견인들은 그들의 폭리를 묵인했다.

어니스트의 작은 아버지 윌리엄 헤일 (로버트 니로 ) 스케일이 달랐다. 그는 자신의 측근들을 오세이지 여성들과 결혼시킨 때가 되면 아내를 살해하고 백인 남성들이 상속을 받게끔 계획을 세웠다. 마침 1 대전에서 조카 어니스트가 돌아오자 실행은 더욱 속도를 낸다. 어니스트는 작은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석유 부자 몰리에게 접근하고 결국 사람은 결혼한디. 몰리를 제외한 처가 식구들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했다. 살인의 속도도 빨라졌다. 무려 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세이지족 사람만 죽인 것이 아니라 실행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누구든지 윌리엄 헤일의 사주에 의해 죽어 나갔다. 지역 경찰이 제대로 조사를 안하자 오세이지 족이 고용한 사설탐정들도 죽음을 맞았다. 결국 몰리는 사람들을 모아 워싱턴 D.C 향했고 당시 워렌 하딩 대통령을 만나 사태해결을 호소했다.

중앙정부에서 조사국 요원들이 파견되었고 이때 조사국인 The Bureau of Investigation(BOI) FBI 모태가 되었다. 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에 FBI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다.

가장 측근인 어니스트가 부인관리를 못한 분노한 윌리엄은 조카에게 ‘빳다’를 때렸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내는 보호하고 싶었던 어니스트였지만 결국 아내의 당뇨약에 독을 타기 시작한다. 연방요원들이 파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사건의 전모가 하나 밝혀진다.

극중 악인 윌리엄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신의 농장에 불을 지른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장면을 롱테이크 하며 어두운 빛의 향연을 연출한다. 화염속 실루엣들은 서로 싸우거나 죽이는 것 같기도 하고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농사를 짓는 것 처럼 보인다. 지금 미국의 현실이 어두운 빛 속의 실루엣같다.
극중 악인 윌리엄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신의 농장에 불을 지른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장면을 롱테이크 하며 어두운 빛의 향연을 연출한다. 화염속 실루엣들은 서로 싸우거나 죽이는 것 같기도 하고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농사를 짓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미국의 현실이 어두운 빛 속의 실루엣같다.

어니스트가 처음 몰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할 몰리의 여동생은 자신들도 백인 남편을 두고 있으면서 언니에게 남자는 언니 돈을 보고 접근한다고 조심을 시켰다. 자신들의 사랑은 진실하고 언니에게 다가가는 남성은 의심스러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고 몰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알어, 하지만 남자는 지금 정착할 곳이 필요해!. 안타깝게 경고하던 동생은 독살로, 총격으로 죽음을 먼저 맞았다.

“정착할 곳이 필요해! 2 대전의 고통을 겪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으로 밀려오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을 측은하게 여기며 환영했다. 영토도 국가도 확정하지 않은 살아가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더불어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미국을 롤모델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원주민이 살던 땅에 상륙해 놓고 ‘발견’했다고 우기며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았다. 몰몬교는이 땅에 백인들이 먼저 있었다고 주장한다.

몰리가 정착할 곳이 필요하다며 손을 내밀었을 , 마지막 용서의 기회를 주었을 어니스트는 배신했다. 미국의 흑역사다. 원주민들이 함께 살자고 손을 내밀었을 백인들은 땅을 가져갔다. 수많은 만행을 저지른 과거를 반성하는 제도나 보상에 노력을 보이는 사실을 무시할 없지만 여기서도 백인은 주체다. 원주민이 먼저 내미는 구원의 손길은 참아낼 수가 없다. 그들에게 반성은 시혜일 뿐이다.

영화 제목 ‘플라워 문’은 들꽃이 만발한 5월의 달을 의미하는 원주민 언어다. 청교도들은 5월의 (Mayflower) 타고 미국에 상륙했다. 그들은 먼저 와있던 상륙자들과 달랐다. 이들에게는 ‘신앙’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스페인계 상륙자들의 가톨릭과는 달랐다. 스페인 가톨릭의 관심은 남미에 쏠려 있어서 북미주 가톨릭 이민자들은 종교를 무기로 삼지 못했다. 반면 청교도들의 ‘무기’란 은유가 아니라 성서가 무기가 되어 이것으로 차별하고 박해하고 주인인냥 행세했다.

흐름이 지속되다가 300 뒤에 오세이지 부족을 상대로 정점을 찍은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영화의 빌런 윌리엄은 입만 열면 성경구절을 암송하며 무기로 끔찍한 학살극을 기획했다.

마틴스코세이지 감독은 영리하다. 원작 논픽션은 별도로 있지만 그는 플라워문을 메이플라워와 엮었다. 영화 곳곳에 ‘영성’을 심어 놓았다. 수많은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기독교 예식보다 원주민 종교예식을 앞에 배치시켰다. 미국을 지배하는 국가주의 기독교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땅을 뺐긴 원주민들은 그들의 종교적 상징 피리를 묻으며 흐느낀다. “이제 우린 망했다. 백인들의 생활방식이 우리를지배하게 되었다. 몰리의 아이가 죽었을 (기획살인은 아니었다) 다른 아이가 위에 사과를 얹어 놓는다. 금단의 사과를 먹고 하나님 행세를 하는 짓거리는 이제 묻어야 한다.

‘플라워 킬링 문’은 내년 오스카 상에서 여러 부분에 노미네이트 것이다. 연출도 뛰어나고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뛰어나지만 하나의 상만 주어진다면 부디 몰리가 부디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몰리역을 뛰어나게 연기한 릴리 글래드 스톤은 실제로 원주민의 피가 섞인 배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