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조루증
윤리적 조루증
  • 지성수 목사
  • 승인 2023.11.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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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 미묘한 현대 사회에서 윤리를 추구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류에게 엄청난 재난을 가져다 줄 유전자 변형 식품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하기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당장 그런 것이라도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도 고려 해야 하는 상황도 생각 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복잡하다고 해서 분석과 판단을 회피해서도 안 된다. 유전자 변형 식품 문제의 논란의 배후에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유전자변형 기술을 가진 희사들의 이윤추구라는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논리까지 꿰뚫어야 유전자 식품의 문제를 비로소 바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옛날 소박했던 농경사회에서는 옳고 그른 것을 판단 하는 것이 쉬웠다. 그래서 사람들도 순진했다. 그러나 후기 산업사회인 지금은 다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는 우선 사회가 복잡해졌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이 바르고 정확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남미의 현대판 노예들이 노동착취를 당하며 생산하는 스타벅스 커피가 아닌지 축구공 하나를 사도 동남아의 어린이들의 작은 손으로 만들어진 축구공이 아닌지를 따져 보아야 하는 시대이다.

정자와 난자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바야흐로 인도 같이 가난한 나라 여인들이 부자 나라 여인들 대신에 태아를 키우는 자궁을 빌려주는 세상이다. 잘못해서 쌍둥이가 나오면 2인분을 지불해야 하고. 앞으로는 OEM(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금발 머리에 피부는 탱탱하게 36, 24, 36 여자로 해 주세요' 하면 10개월 후 아기가 택배로 배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물론 유전자 사양에 따라 단가도 차이가 많이 날 것이다.

아이들은 온갖 상상을 하고 산다. 그래서 어린 시절이 아름다운 것이다. 이처럼 상상력은 삶을 풍성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윤리적 상상력은 삶에 대한 이해를 풍성하게 하고 다양하게 한다.

기도를 많이 하면 성령충만을 받는다는데 윤리적 상상력이 풍부해지면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다.

즉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어느 교회에 갔더니 점심시간에 접시를 비닐 봉지에 싸서 밥을 퍼주었다. 비닐 봉지만 버리면 식사 후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전혀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하나님의 창조한 세계를 오염 시키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즉 환경정의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저들이 하는 짓을 모르고 있나이다’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사실은 윤리적 상상력의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다. 윤리적 상상력이 있는 사람은 윤리적 용기를 발휘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인들은 ‘‘선이냐 악이냐’하는 것을 쉽게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선과 악이 뒤섞여 있어서 쉽게 구분 되어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세상이 이렇다 보니 윤리 무감각증이 걸릴 가능성도 높은 반면에 기독교인은 오히려 '윤리적 조루증'이 걸릴 가능성이 많다. 남자들에게는 조루증이 겁나는 일이듯이 윤리적 조루증은 삶을 나약하게 만들 수 있다.

예수는 인류에게 가장 높은 가치를 가르치다 타살 당한 이였다. 신앙은 높은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윤리적 상상력 결핍증을 앓고 있는 기독교는 미국 대선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온갖 나쁜 짓을 다해도 동성애, 낙태만 반대하면 지지를 하는 것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잘 속는 이유는 뉴스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전적 정의로는 辨別力 이란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가리는 능력.”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변별력은 나이와 전혀 상관이 없고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인 것이다. 후천적인 원인에는 종교의 영향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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