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이불
추억의 이불
  • 백의흠 목사
  • 승인 2023.11.2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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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흠 목사의 Philadelphia Diary

아침에 가게에 가면 Sam이 우리 가게 옆의 약국 앞에 잠을 자고 있다.
우리 가게는 처마가 없는데 거기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어 거기에서 잔다.
'요새 날씨가 추워져서 추울텐데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얼마나 힘들까?'
항상 내가 생각하는 모습이다.
가게 문을 열고 물과 쵸코파이를 가지고 Sam이 잠에서 깨어 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자는 옆에 놓는다.
저녁이 되어 우리 가게가 문을 닫을 시간 쯤 되어 Sam이 우리 가게 앞으로 온다.
간혹 Sam이 와서 배고프다고 자기 배를 가리킨다.
그러면 나는 또 먹을 것을 주거나 사먹으라고 돈을 준다.
어느 누군가가 배고프고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찾아 올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에 대해 고맙다.

지난 토요일에 가게 문을 닫으면서 '이 추운 날씨에 Homeless들이 자려면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집에서 옷이나 이불을 갖다가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잊어 버리고 월요일에 그냥 왔다.
월요일에 가게 앞에서 자고 있는 Sam을 보는 동시에 다시 그 생각이 났다.
내가 Sam에게 "코트와 이불이 필요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내가 집에서 가져다가 주겠다고 말을 했다.
집에 와서 Costco에서 산 내 털옷 코트를 찾으니 없다.
몇 년 전 겨울에 집에 있는 파카와 옷들을 가지고 Kensinton 거리의 홈리스들을 찾아가서 줄 때 준 모양이다.
할수 없이 내가 제일 아끼고 좋아하는 오리털 파카를 주려고 하는데 아내가 나를 위해 사 놓은 방수로 된 두꺼운 오리털 파가가 있다고 이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아내에게 이불도 달라고 하면서 내가 우리 이불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
아내가 "이 이불은 우리의 추억이 많은 이불"이라고 망설이다가 기꺼이 내 놓는다.
그리고 차가운 바닥에 깔고 누우라고 뽁뽁이를 챙겼다.
머릿속에는 계속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나는 이렇게 좋은 집과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는데'

오늘 아침에 가게에 가니 Sam이 없다.
'벌써 일어났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갔나?'
가게 문을 열고 정리를 하고 밖을 보니 Sam이 있다.
재빨리 물과 쵸코파이를 넣어 Sam에게 옷과 함께 주면서 설명을 하니 Sam의 얼굴이 함박꽃이 되어 받아 가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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