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신대 우즈벡 유학생 강제출국 조치, 최악 중 최악이다 
[분석] 한신대 우즈벡 유학생 강제출국 조치, 최악 중 최악이다 
  • 지유석
  • 승인 2023.12.1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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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정착 보다 법무부 눈치만 본 한신대, 한국대학 이미지 흠집내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에 속한 한신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출국 시킨 사실이 드러나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에 속한 한신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출국 시킨 사실이 드러나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에 속한 한신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출국 시킨 사실이 드러나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겨레> 단독보도로 알려진 이번 사건의 줄기는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저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학교측은 우즈벡 유학생들이 한국 체류에 필요한 잔고증명 요건을 채우지 못하자 지난 11월 27일 출국조치를 단행했다. 문제는 학교 측이 유학생들을 너무 '가벼운' 존재로 여긴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한겨레>는 우즈벡 유학생을 태운 버스 안에서 한신대 교직원이 한 말을 공개했는데, 이를 재인용하면 이렇다.

"우리가 평택출입국사무소로 가면 여러분들은 감옥에 가야 돼요. 그래서 국제교류팀장님 원장님 저, 여러분들과 이제 상의를 해서 인천공항으로 가서 우리가 미리 나갈 거예요(출국할 거예요). 그래서 3개월 뒤에 여러분들이 통장잔고를 채워서 다시 들어와야 돼요. 만약에 여러분이 이걸 어기면, 그냥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감옥에 있다가 강제출국을 당해요. 다시는 대한민국에 못 들어와요.”

우즈벡 유학생들은 일반연수(D-4)비자로 입국했는데, 법무부는 일반연수 비자를 받으려면 USD 1만달러 이상 학생명의의 은행잔고 증명서를 요건으로 못 박아 놓았다. 한신대가 유학생을 출국시키기로 한 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어느 나라고, 유학생을 받을 때 잔고증명을 반드시 요구한다. 한국 학생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유학을 갈 때도 잔고증명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잔고증명을 요구하는 근본 취지는 학생이 유학와서 공부에만 집중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우즈벡 학생들에게 1만 달러, 우리 돈 1천 만원이 넘는 잔고증명을 요구하는 건 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즈벡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이다. 우즈벡 학생들이 한국 유학을 희망하면 1천 만원을 일단 마련해야 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할 정도로 경제력을 갖춘 부모가 얼마나 될까? 

여기에 더해 이번에 문제가 됐듯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통장 잔고를 1만 달러로 유지해야 한다. 한국 물가를 고려해 볼 때,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법무부는 우즈벡을 불법체류 다발국가로 분류하고 가족관계 입증서류도 더욱 엄격하게 요구한다. 

결국 우즈벡 유학생들은 법무부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일정 정도 충족해 한국에 들어온 셈이다. 따라서 학교 측이 잔고증명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다면, 이렇게 작전 하듯 출국시킬 게 아니라 법무부와 이 학생들이 체류 기간 동안 한국 입국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동원해야 했다. 하지만 한신대는 편한 방법을 택했다. 한신대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대학 문 닫는데, 유학생 한국 입국 ‘바늘구멍’ 

이번 조치가 최악인 건, 보다 근본적인 이유에서다. 통계청은 앞으로 50년 동안 한국 인구가 1977년 수준인 360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50년 간 1550만 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서울 인구가 없어지는 셈인데,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전문가의 견해는 더욱 암울하다. 이상림(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센터장)은 “지난해 출생아가 25만 명이 안 됐는데 수도권 대학 정원은 현재 25만 명 수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20여 년 뒤 지방대에 갈 사람이 ‘제로’가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뿐만 아니라 국방, 기업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축소사회를 대비해 구조조정 시간표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대학의 경우 학생수 감소는 현실이다. 그런데 지방대학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이들은 바로 유학생, 특히 K 컬처에 관심 많은 중국·동남아·중앙아시아 출신 유학생이다. 

MBC 시사 고발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11월 7일 1395회차 '외국인 유학생 모십니다' 편에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이 중국·동남아·중앙아시아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실태를 다뤘었다. Ⓒ PD수첩 화면 갈무리
MBC 시사 고발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11월 7일 1395회차 '외국인 유학생 모십니다' 편에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이 중국·동남아·중앙아시아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실태를 다뤘었다. Ⓒ PD수첩 화면 갈무리

MBC 시사 고발프로그램 <PD 수첩 >은 지난 11월 7일 1395회차 '외국인 유학생 모십니다' 편에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이 중국·동남아·중앙아시아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실태를 다뤘었다. 

<PD 수첩 >은 강원도 속초시의 사례를 들며 "유학생 없는 속초시장은 생각할 수 없다"고 전했었다. 어느덧 유학생이 지역경제를 짊어진 속초시장은 이 나라 지방대학의 미래다. 한신대가 자리한 경기도 오산도 여기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신대의 우즈벡 유학생 강제출국 조치는 “개발도상국 출신 유학생을 잠재적 불법체류자 쯤으로 여기는 한국 법무부”, 그리고 “학생들이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기보다 법무부 눈치를 먼저 보는 한국 대학”이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인상은 한국 대학 이미지 전반을 훼손할 것이며, 지역대학들의 유학생 유치 노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행히 한신대 학내공동체가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고, 강성영 총장도 15일 성명을 내고 철저한 조사와 제도 보완을 약속했다. 

이번 일이 한신대의 유학생 유치 정책을 재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더 나아가 개발도상국 출신 유학생을 잠재적 불법체류자쯤으로 보는 법무부의 시각을 바꿀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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