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사람
싸가지 없는 사람
  • 지성수 목사
  • 승인 2023.12.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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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10 장에 세베대의 두 아들 요한과 야고보가 싸가지 없이 나오자 다른 제자들이 분개하고 예수께서 어떻게 해야 싸가지가 있는 것인지를 가르치는 내용이 나온다.

싸가지 없음의 일반적인 증세는 자신이 싸가지 없음을 하늘이 알고 땅도 알아도 정작 자신은 모른다는 것이다. 즉 췌장암처럼 자각 증세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비가 싸가지가 없으면 자녀가 괴롭고 자식이 싸가지 없으면 부모가 괴롭고 아내가 싸가지 없으면 남편이 괴로운 법이다. 이렇듯 싸가지는 없으면 바로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어떤 한 사람의 인격에 야비함과 고상함이 혼재 되어 있으면 판정을 내리기가 매우 애매모호하다. 이런 경우 판단 할 수 있는 기준이 바로 싸가지인 것이다.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죄를 안 짓고 살 수는 없다. 죄 중에는 윤리적인 죄 말고도 무식해서 지은 죄, 돈 없어서 짓는 죄, 싸가지 없는 죄도 있다. 그러나 무식하거나 돈이 없어서 지은 죄는 자신이 손해를 보지만 싸가지 없어서 짓는 죄는 남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동물은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투지만 인간은 싸가지를 가지고도 다툴 수 있는 존재들이다.

싸가지 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쉽다. 만나서 기분이 나쁘면 싸가지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기분은 마치 온도계에 같아서 저절로 느껴지는 것이다. 남의 피부에 닿을 때 내 체온 보다 조금만 달라도 차다거나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상대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싸가지 없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나빠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호감이 가는 것이다. 그런데 곤란한 경우는 싸가지가 꼭 필요한 만큼만 있는 사람의 경우이다.

자기의 필요에 따라서 싸가지가 있지만 필요가 없으면 싸가지를 냉큼 감추어버리는 경우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참으로 판단하기가 곤란해서 여간한 내공이 없이는 분별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싸가지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을 발견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에 그렇지 못하면 싸가지가 있는 줄 알았다가 혹은 믿었다가 졸지에 싸가지 없는 모습을 보게 되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 사귀어도 심지어는 가족이라도 이런 경우는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겉이 아니라 속으로 약아 빠진 인간이다. 그러나 아무리 약게 굴어도 결국은 남들이 그의 진심이 어떤지 알게 된다.

조선은 유학에서도 극단적인 주자학의 토대 위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예를 가장 우선으로 하는 사회이었다.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16세기 효종 때 죽은 대비의 장례를 얼마 동안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정쟁을 하던 소위 예송 논쟁(사실은 서인과 남인의 권력 다툼) 같은 폐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사회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예의를 요즘 말로 하면 싸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싸가지가 필요하고 아니고의 차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인간 사회에서는 어디서나 싸가지가 없는 사람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싸가지가 없는 것 중에서도 급수가 높은 것은 왕싸가지라고 한다.

“싸가지 없는 사람은 재수가 없나니 저희가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듦이며..”

예수가 이런 말을 한마디만 더 남겼으면 믿는 사람이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멀리 도망가는 방법이 가장 좋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우두머리로 모신다는 집단이 있다. 축하하는 마음으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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