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늦봄의 꿈, 그러나
멀어지는 늦봄의 꿈, 그러나
  • 김거성
  • 승인 2024.01.14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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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져 망하는 길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 커지는 일

꿈과 희망이 부풀어야 새해에 안타깝게도 오히려 비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특히 남북관계에 후퇴를 넘어 갈등과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회 1당인 야당 대표가 백주에 피습을 당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0 오후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를 테러범 개인의 정치 신념에 따른 범행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직접적인 사주나 배후세력, 공범 등을 밝히지 못했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죽일 듯이 증오하게 만드는 선전선동은 여전합니다.

지난 1 양산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대통령 사저에 다녀왔습니다 마을 언저리에는 극우 유튜버들이 진을 치고 입에 확성기를 대놓고 ‘간첩’, ‘사형’ 등의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여기 저기에 널려 있었습니다. 하기야 12.12 당시 나라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고 하고 노무현 문재인은 악마요 간첩이라고 주장한 사람을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았습니까? 유명한 “붕짜자붕짜” 하면서 “문재인 ○○○ 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하던 사람 말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선 김거성 목사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선 김거성 목사

 

유튜브 등의 극우적 컨텐츠는 물론이고, 보도라기보다는 편파적 선전선동이라 매체들도 많습니다. 야당 대표가 퇴원하는 , KBS-TV 뉴스에서는 이른바 비명계 3인의 탈당과 한동훈 국민의 비대위원장의 동정을 머릿기사로 내보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남남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이런 선전선동, 민주시민교육의 부재 등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갈라지면 망한다”는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지면 망하고, 어느 성이나 가정도 서로 갈라지면 버티지 못한다.”는 12:25 본문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서 따온 것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들도 시대 선전선동의 대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귀신의 두목인 바알세불의 힘을 빌지 않고서는, 귀신을 내쫓지 못할 것이다"라며 예수와 바알세불을 같은 편으로 모함했습니다. 오늘날 문제시되고 있는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의 원형을 여기서도 찾을 있지 않습니까?

한편으로는 문재인 간첩, 사형 등의 막말이 판을 치고 있는데, 정작 북한에서는 2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문재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였다… 우리와 마주 앉아 특유의 어룰한 어투로 《한피줄》이요, 《평화》요, 《공동번영》이요 하면서 살점이라도 베여줄듯 간을 녹여내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였다." 비난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자기네 간첩을 공격한다는 말입니까? 바로 예수를 바알세불의 힘을 빌려 귀신을 내쫓은 사람이라고 모함했던 것과 닮은꼴입니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72 남북은 “서로 상부의 뜻을 받들어” 민족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천명한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주적은 북한이라는 식의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 지향 특수관계”라 규정한 문서가 있지 않습니까? 1989 4 2 평양에서 문익환 목사와 김일성 주석의 공동성명에 바탕을 것인데, 바로 1991 남북기본합의서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는 마치 그런 합의가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얼굴을 야만과 거짓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노동당 중앙위 89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국가 국가의 관계라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맺은 합의 정신을 부인하고 있는 아닙니까? 또한 그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 6.16 남북공동선언에 담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도 정면 배치되는 언행입니다. 남남갈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북북갈등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북쪽에서는 남측이 먼저 이를 깨지 않았는가 구실을 삼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남북을 막론하고 막말과 대결,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언동은 악할 뿐입니다.

지난 10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 3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고품질 일대일로 공동 건설 지지하기 위한 8 행동> 선언합니다. 내용 7번에는 “중국은 협력 파트너와 <‘일대일로’ 청렴 건설 효과 전망> 발표하고 <일대일로 청렴 건설 고급 원칙〉을 시행하며 '일대일로' 기업 청렴 합법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국제기구와 협력해 ‘일대일로' 청렴 연구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는 약속의 힘찬 실천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만약 “이 시기에 중국이 한반도를 위해 가장 소중한 기여를 한다면 무엇일까?”라고 제게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남북 양측을 진정시키며 조율하여 지금의 갈등과 적대적 행위들을 그치고 평화와 통일을 향해 걸음을 다시 내디딜 있도록 변화하게 만드는 역할이라고 대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물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남과 북의 씨알들이 담당하는 것이 옳습니다.

구약 에스겔 37장에 마른 골짜기의 환상에 이어 나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공동번역은 본문의 제목을 “남북이 하나가 된다”고 붙였습니다. 예언자 에스겔은 남북의 통일을 꿈꾼 예언자였습니다:“그들을 나의 이스라엘 산악 지대에서 민족으로 묶고 임금을 세워 다스리게 하리니, 다시는 민족으로 갈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반으로 갈라져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다.( 37:22)

고 문익환 목사 30주기 행사(1월 18일)
고 문익환 목사 30주기 행사(1월 18일)

 

어제 늦봄 문익환 목사 30주기를 맞이하여 추도예배를 드리고 이어진 추모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늦봄의 작품 가운데 <꿈을 비는 마음>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전략)

벗들이여!

이런 꿈은 어떻겠오?

155마일 휴전선을

해뜨는 동해바다 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푸른 바다가 굽어 보이는 산정에 다달아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 삽씩 떠서

합장을 지내는 ,

무덤은 우리 5천만 겨레의 순례지가 되겠지.

그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 보면

사팔뜨기가 우리의 눈들이 제대로 돌아

산이 산으로, 내가 내로, 하늘이 하늘로,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짐승이 짐승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보이는

어처구니없는 말이외다.

(후략)

“오늘 같이 누군가 그리운 날엔 성래운의 시낭송을 들어야 한다”(박치음) 노래처럼 성래운 교수의 중저음 목소리 낭송이 그리워집니다.

성래운 교수는 시에서 ’어처구니없는 꿈‘을 ’아름다운 꿈‘으로 바꾸어 낭송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는 지난 12 24 소개했던 신동엽 시인의 다른 <술을 많이 마시고 어제밤은> 분위기가 매우 비슷합니다.

(전략)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어제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어.

중립지대가 요술을 부리데.

너구리새끼 사람새끼 곰새끼 노루새끼들

발가벗고 뛰어오는 십리의 중간지대가

점점 팽창되는데,

평화지대 양쪽에서

총부리 마주 겨누고 있던

탱크들이 일백팔십도 뒤로 돌데.

하더니, 깜박할 사이

물방게처럼

떼는 서귀포

떼는 두만강

거기서 제각기 바깥 하늘 향해

총칼들 내던져 버리데.

꽃피는 반도는

남에서 북쪽 끝까지

완충지대,

모오든 쇠붙이는 말끔이 씻겨가고

사랑 뜨는 반도,

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

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

나부끼데.

술을 많이 마시고

어제밤은 자면서 허망하게 우스운 꿈만 꾸었지.

늦봄의 시에 등장한 어처구니 없는 , 신동엽의 시에 나온 허망하게 우스운 꿈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꿈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아니 꿈이 우리의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우리들의 과제가 바로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버리고 서로 화해시켜 둘을 몸으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는 일입니다. 마치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가 통일을 이룩한 것처럼, 남과 북도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무너뜨리고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통독 직후 독일에서는 물리적 장벽은 무너졌지만 여전히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장벽”(die Mauer im Kopf)이란 표현이 생겼습니다.

늦봄이 1993년부터 제안하여 1994 창립된 <통일맞이칠천만겨레모임> 정관에 따르면 단체는 “칠천만 겨레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어 통일을 이룩하고, 통일 이후에 대두될 문화, 사상의 갈등을 융화시키며, 아울러 사회적, 경제적 이해의 상충으로 돌출할 분쟁요인을 해소하여 통일을 민족공동체의 대화합으로 맞이함”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마디로 줄이면 가슴 속의 철조망을 걷어내려 것이라 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갈라지면 망한다”고 하셨는데, 이를 늦봄의 표현으로 바꾸면 뭐라고 있을까요? 바로 “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입니다”라고 것입니다. 갈라져 망하는 길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 더욱 커지는 일에 함께 나섭시다.

* 필자인 김거성 목사(한국 기독교 장로회)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으로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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