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학 정체성 들어 재임용 거부? 정체성 어긴 쪽은 학교 리더십”
“기독교대학 정체성 들어 재임용 거부? 정체성 어긴 쪽은 학교 리더십”
  • 지유석
  • 승인 2024.02.0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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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년째 재임용거부 취소 투쟁 이어가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김대옥 목사 
7년째 재임용거부 취소 투쟁 이어가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김대옥 목사 ⓒ 사진 = 지유석 기자
7년째 재임용거부 취소 투쟁 이어가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김대옥 목사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2017년 12월 한동대학교는 '기독교대학'이란 학교 정체성에 반하는 가르침을 한다며 국제법률대학원(HILS) 김대옥 조교수(목사)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이 일은 JTBC, <오마이뉴스> 등이 보도하며 세상에 알려졌고, 이후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어느덧 햇수로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잊혀가는 듯했던 논란은 올해 1월 뜻밖의 반전을 맞이했다.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이 학교 측이 낸 행정소송을 기각하고 김 목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7년의 시간 동안 학교 측은 줄곧 재임용을 거부했다.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가 2018년 3월, 2019년 2월, 2020년 4월, 2021년 11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결정을 내렸음에도 학교 측은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차례나 행정소송을 내며 맞섰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기각은 학교 측이 낸 2차 행정소송을 기각한 것이다. 

김 목사는 "인생의 황금기가 다 지나고 있다"며 탄식했다. 더구나 학교 측이 행정소송 결과를 받아들일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오는 2월 소청심사위가 열리는데, 김 목사는 그간 보였던 행태를 떠올리면 학교 측이 심사위 결과를 이번에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저간의 사정과 심경을 듣고자 인터뷰를 요청했고, 김 목사는 이 같은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김 목사가 포항에 거주하기 때문에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아래는 김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 7년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심경은 어떤가?

학교를 떠나온 지 벌써 7년 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씨름에 많은 열정을 낭비해 왔고, 그러는 사이 인생의 황금기는 다 지나고 있다. 그간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참 아쉽고 답답하다. 학교는 내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것은 단순한 일터나 생계가 아니다. 나의 자부심, 보람, 제자들과의 유대, 여기에 기독교적 삶, 곧 평생 씨름해 온 기독교 신학과 신앙과 실천, 그 안에서 헌신하고 삶아왔던 삶마저 회의하게 만들었다. 

-. 그간 과정을 살펴보면, 학교 측이 교육부 소청위는 물론 법원 결정까지 불복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2017년 첫 재임용 거부처분 당시, 애초에 학교는 나와 무관했던 한 강연회 사건과 연결지어 재임용 거부를 결정했다. 

업적평가를 파행에 이르게 하고 ‘학교 정체성에 맞지 않는 가르침’이라는 희한한 누명을 씌워 거부처분을 내렸다. 이후 소청위에서 정체성 문제는 처분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자, 가장 손쉽게 다툼이 될 수 있는 ‘교육분야 업적미비’라는 구실을 들고 나왔고 지금까지 억지를 부리고 있다. 

-. 학교 측이 내세운 주된 재임용 거부사유는 무엇이었나?

논리랄 것도 없고 한 마디로 거짓과 억지뿐이다. 그것이 사실과 다르며, 따라서 억지라는 점은 그들도 알고 있다. 적어도 내 입장에선. 평가자인 대학원장은 동일한 업적을 가지고 동일한 규정으로 수차례 평가를 반복하면서도 그때마다 상이한 결론을 제출했다. 

평가규정도 갖춰져 있지 않았고, 그 평가도 ‘재임용거부’라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자의적으로 이뤄졌다. 이후 교육부가 잇달아 거부처분 취소 결정을 하자 학교는 이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반복해 왔다.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평가 규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러자 학교는 평가 규정까지 개정과 재개정을 거듭하며 거부처분을 거듭해 오는 중이다. 

이번 행정소송에서 학교는 무려 2년이나 시간을 끌며 억지를 부렸다. 하지만, 이번 기각 결정은 학교 측 주장이 아무런 근거도 없음을 입증한 셈이다. 

-. 한동대는 스스럼없이 기독교 학교란 정체성을 내세운다. 그간 학교측이 보인 행태와 기독교 정신이 부합한다고 보는가?

한동대는 학교 명에 영문으로 'God's'를 표기할 정도로 기독교 정체성을 내세운다. ⓒ 한동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한동대는 학교 명에 영문으로 'God's'를 표기할 정도로 기독교 정체성을 내세운다. ⓒ 한동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다른 기관들과 달리 한동대는 단순한 개인적 신앙고백을 넘어, 스스로를 거리낌 없이 ‘하나님의 대학’이라 주장한다. 그 구호로 지금까지 학생들을 모아 교육해 왔고, 최근 학생모집이 어려워지자 ‘하나님의 대학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조해 오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일에 적용해 보면 '하나님의 대학'이란 신앙고백은 위선적인 구호에 가까웠다. (당시 장순흥) 총장이 적용한 정체성은 최근 한국교회 안에 광풍처럼 몰아닥친 ‘반동성애’ 코드가 핵심이었다. 

그는 자신이 의도하는 기독교 정체성, 즉 내가 ‘동성애 문제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를 들어 같은 신앙 안에서 헌신해 온 동역자임에도 실체적 진실과도 무관한 이유를 들며 거부처분을 내렸다. 어떤 측면에서 생각과 실천이 자신의 것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기독교적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며 가차 없이 칼을 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교원 중 어떤 이는 자신이 교류하던 교단 관계자들을 동원해 이단 시비까지 하게 했다. 

게다가 학교는 정체성을 기준으로 교원을 평가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판단이 나오자, 사실과 무관한 ‘업적미비’라는 주장을 내세워 거부처분을 반복해 오고 있다. 교육부와 사법부가 반복해서 학교의 위법부당함을 지적하며 처분의 취소를 명령하는데도, 그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법의 빈틈을 이용해 괴롭힘을 그치지 않는다. 

기독교 대학 자처 한동대, 기독교적 방안 모색했던가? 

-. 그간 한동대가 보여온 행태에 가장 문제라고 보는 지점이 있다면? 

‘(기독교) 정체성’과 현실의 괴리 아닐까? 무엇보다 기독교 정체성과 어긋나는 행보는 학교 리더십이 이어왔다는 판단이다. 

'하나님의 대학'이란 정체성이 진심 어린 신앙고백이라면, 한동대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하나님 나라에 부합하는 사랑과 정의, 공평과 진실, 자유와 평화와 같은 가치요 실천이어야 하며, 학교 운영·교육 등 총체적 맥락에서 적용되는 핵심적 가치 기준이어야 한다. 물론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서도 ‘기독교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했는데, 학교 측 대응은 기독교적 방안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겐 ‘정체성’을 구실로 재임용을 거부해 놓고선 정작 사진들은 그 ‘정체성’에 배치되는 거짓과 위선과 폭력으로 이 사안을 다루어 오고 있다.

-. 말씀을 들어보니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마음가짐이랄까, 한 말씀 부탁한다.

이제 2월이면 학교 측이 내게 취한 4차 재임용 거부처분에 대한 교육부 소청위의 결정이 내려진다. 교육부가 행정소송 결과를 기다린다며 결론을 미뤄왔는데, 또다시 ‘거부처분 취소’ 결정이 나오리라 예상한다. 다만 학교가 어떻게 반응할지 일정 수준 예상하기에 이번 소송 결과가 그리 기쁘지 않다.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며 또 견디며 갈 뿐이다. 

다만, 한동대가 그토록 추앙하는 '하나님의 정의'가 살아 있다면, 반드시 나의 억울함은 신원되고 불의한 일에 가담한 이들이 보응을 받게 될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런 것이 하나님의 정의가 아니요, 또 그렇게 구현되지도 않는다’면, 한동대의 기독교적 정체성은 한갓 허구이며 우리는 망상에 불과한 신앙에 미혹되어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셈일 테다. 진리와 정의의 하나님이 친히 하시든, 하나님의 대학이라는 한동대가 그 여부를 증명해야만 할 것이다. 

※ 기자는 학교측 입장을 듣고자 31일 교무처에 연락했지만, 처장·담당 팀장 등이 모두 휴가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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