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의 탄생과 그 과정
이단의 탄생과 그 과정
  • 최태선 목사
  • 승인 2024.02.09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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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3세기까지는 교회들 간의 어떤 조직이나 연합체 없이도 다른 교회들 간의 긴밀하고 친밀한 성도의 교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든지, 서로 얼마나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든지, 또 누구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개척된 교회든지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공동체였다. 그들의 집회는 성도들의 가정이나 셋집, 혹은 야외에서 열렸으며 특별한 건물이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의 다양성을 허용하는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 동일한 생명과 동일한 성령의 내주를 강조하는, 어떤 조직에 의해서도 서로 통제받지 않는 자율적인 통일성이 그 특징이었으며, 바로 이러한 특징이 그들로 하여금 무수한 박해를 극복하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온 세계에 전파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탄생한지 200년이 못되어 교회 내에는 치명적인 교리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도요한이 살아있을 때 쓰인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보내는 클레멘트의 첫 번째 편지에는 이미 구약의 의식에서 빌려온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구별이 나타나고 있다. 197년에 기록된 터툴리안의 작품에는 죽은 자와 유아에게 침례를 베푸는 관행이 번지는 사태를 비판하고 있다. 2세기 초에 이미 침례를 받음으로 중생한다는 교리가 확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일대일의 개종이나 가정교회는 사라지고 모임만 갖는 거대한 회중으로 바뀌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결국 그들의 구원을 위해 집단으로 세례를 베푸는 의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초기교회에서는 개인이 교회로 들어오기 전에 충분한 기간 동안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습관을 배우고 익히는 훈련이 끝난 후 세례를 받기 위한 교육을 받았지만 그것이 사라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일단 교회로 들어온 후에 세례를 받기 위해, 다시 말해 구원을 받기 위한 세례가 베풀어지는 관습이 생긴 것이다.

성찬식 역시 주님의 죽으심을 기념하던 것에서 사제들이 집전하는 신비스런 종교의식으로 변하고 말았다. 또한 이를 통해 모두가 같은 것을 먹고 마시던 교회의 나눔이 애찬이라는 다른 교회의 관습이 되고 말았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감독들이 지배하는 교회가 된 것이다. 교회의 성직제도가 자리를 잡고 그로 인해 인간이 만든 조직과 종교형식이 마침내 성령의 인도하심과 성서의 가르침을 완전히 대신하게 되었다.

200년경에 태어난 카르타고의 감독 키프리안은 교회 최초로 가톨릭교회(Catholic Church)란 말을 사용하면서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가르쳤다. 그는 교회가 조직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노바티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리스도 교회 안에 있지 않은 사람은 그리스도 교인이 아니며 오직 하나의 교회와 하나의 감독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콘스탄티누스의 출현 이전에 이미 가톨릭교회 즉 보편적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자기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교회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가톨릭 조직은 점차로 모든 교회들보다 우세한 힘을 지니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교리에 동조하지 않는 모든 교회들을 쉽게 하나뿐인 가톨릭교회의 몸을 자르고 통일성에 앞서 반대하는 이단들로 정죄하게 되었다.

이렇게 세상적인 요소들이 성서적인 교회의 원리들을 대신하게 되면서 교회는 점차로 영적 능력 대신에 인간의 조직과 지식을 의존하게 되었고, 이에 실망한 신자들은 성령의 충만과 능력을 경험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초기교회와 사도들의 가르침의 교훈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영적인 회복과 갱신을 원하게 되었다. 교회를 세우신 성령과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는 결코 자신의 몸, 자신을 주시기까지 한 몸을 결코 세상에서 소멸 되게 하실 수 없었다.

그렇게 하여 바울파, 보고밀파, 알비파, 몬타누스파, 노바티안파, 도나투스파, 왈도파, 재세례파 모라비안이라는 이단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지금도 이단들은 여전히 성령에 의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내 말이 지나치게 들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진짜 이단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들 역시 가만히 내버려두어야 한다. 진리는 힘으로 자신이 진리임을 주장하지 않는다. 사실 오늘날 교회들은 이 일에서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다. 그것은 오늘날 교회 자체가 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예수님과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을 한다. 주님의 몸인 교회와 주님은 인간이 지킬 수 없다. 인간이 주님과 주님의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한 주님은 주님이 되실 수 없고, 주님의 몸인 교회 역시 교회가 될 수 없다. 주님의 몸인 교회는 주님께서 지키신다. 주님은 결코 힘으로 자신의 몸인 교회를 지키지 않으신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이단이 참인 경우도 있고, 거짓인 경우도 있지만 이단은 교회가 진리의 길에서 벗어날 때 발흥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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