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사제, 평화를 이루는 사람으로 기억되다
벽안의 사제, 평화를 이루는 사람으로 기억되다
  • 지유석
  • 승인 2024.02.29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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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일구는사람 상’ 수상한 아일랜드 출신 폴 무니 신부 
아일랜드 출신 성공회 사제인 폴 무니(Paul Mooney) 신부. 그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을 오가며 인도적 지원에 힘써왔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일랜드 출신 성공회 사제인 폴 무니(Paul Mooney) 신부. 그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을 오가며 인도적 지원에 힘써왔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일랜드 출신 성공회 사제인 폴 무니(Paul Mooney) 신부가 지난 1월 대한성공회 산하 평화통일선교단체인 '사단법인 평화를일구는사람들'(TOPIK)이 주는 제2회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아래 평화상)을 받았다. 

벽안의 신부가 평화상을 받은 사연은 각별하다. 기자는 시상식 참석차 한국에 머무르던 폴 무니 신부를 만나고자 지난 22일 오전 충북 괴산으로 향했다. 폴 신부는 어투는 느렸지만 정확한 한국말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1981년 신학생 신분으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폴 신부는 2007년 성공회 사제로 한국에 정식 부임한다. 폴 신부는 "2006년 우연히 한국에서 시무할 사제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한국에 다시 돌아올 결심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2007년 11월 TOPIK이 금강산과 파주에서 주최한 '제1차 세계성공회 평화대회'에 참여하면서 처음 북한 땅을 밟았다. 

그는 평화대회에서 영어 통역을 맡아 활동했다. 이게 인연이 돼 2019년까지 꾸준히 북한을 방문했다. 폴 신부는 이렇게 오랜 기간 북한을 드나들 수 있었던 건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털어 놓았다. 폴 신부의 말이다. 

"적어도 2009년까지는 한국 사람도 북한을 오갈 수 있었어요. 앞선 해인 2008년 고 박왕자 씨가 금강산에서 피격당했고, 이후 2010년엔 5.24 조치가 취해졌었죠. 이로 인해 2009년을 기점으로 한국인은 북한에 발을 들여놓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인도적 지원은 외국인인 제가 하게 됐지요."

폴 신부는 북한을 오가면서 외국어 인력 양성, 의료지원 등에 힘썼다. 폴 신부는 특히 외국어 학원이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한다. 폴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엔 외국어 학원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곳은 한국과는 달리 외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이었어요. 그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언제고 상황은 변할 것입니다”

아일랜드 출신 성공회 사제인 폴 무니 신부는 대북 의료지원에 앞장서왔고, 그 공로로 대한성공회 산하 평화선교단체가 주는 평화상을 받았다. ⓒ 폴 무니 신부 제공
아일랜드 출신 성공회 사제인 폴 무니 신부는 대북 의료지원에 앞장서왔고, 그 공로로 대한성공회 산하 평화선교단체가 주는 평화상을 받았다. ⓒ 폴 무니 신부 제공

폴 신부는 의료지원에도 힘을 기울였다. 평화를일구는사람들(TOPIK)도 대북지원 해외동포팀과 협력관계를 맺고 나선시 기술학교 지원사업과 사회리 인민병원 지원사업을 2020년까지 이어왔다. 

하지만 UN 제재는 또 다른 걸림돌이었다. 폴 신부는 "UN 제재로 인해 초음파 기기 반입은 통제됐지요. 이것만 있어도 진단이 원활했을 텐데"하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2020년에 와서야 UN 안보리는 세계보건기구가 원격의료를 위한 청진기와 현미경·심전도 검사기, 휴대용 복부 초음파 검사기기 등 방사성 의료기기의 북한 반입을 허가했다 - 글쓴이)

폴 신부는 2011년 고국인 아일랜드로 돌아가, 현재 펀즈(Ferns) 대성당 주임사제로 시무 중이다. 그러나 아일랜드로 돌아간 뒤에도 매년 한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북한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북한과의 교류는 끊겼다. 하지만 TOPIK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 폴 신부에게 평화상을 주기로 했다. 

폴 신부는 이번 수상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뼈아픈 소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외국인인 제가 북한에서 인도적 활동을 한 게 한국인에겐 슬픈 일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언제고 상황은 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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