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여, 절하라!'
'교회여, 절하라!'
  • 장호준
  • 승인 2011.06.28 1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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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권력 앞에 절하는 교회, 사람 앞에 머리 숙인 예수

마귀가 예수를 이끌고 온 세상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고 한다. 천하만국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모든 권위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나에게 넘겨 준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 그러므로 네가 내게 절하면 다 네 것이 되리라"

유혹이다.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아니 아주 작은 대가만 지불하면 큰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주 쉬워 보이는 것이다. 그리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별 노력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큰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왼쪽부터 이완용, 고영희, 박제순, 이병무, 조민희.
도장만 찍으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주 쉬운 일이었다. 도장만 찍어 주면 작위를 주겠다고 했다. 작위뿐 아니라 권력도 재산도 준다고 했다. 그래서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는 '한일합병 조약'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이완용, 윤덕용, 민병석, 고영희, 박제순, 조중응, 이병무, 조민희는 일본의 작위와 재산을 받았고 또한 자손대대로 매국노의 이름을 수여 받았다.
 
판결만 내리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늘 하던 일이었다. 그저 판결문을 만들고 '사형'이라고 선고를 내리기만 하면 대법원 판사 자리를 잘 지킬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래서 날조된 '인민 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무고하게 기소된 여덟 명에게 사형 판결을 선고했고 민복기, 민문기, 안병수, 양병호, 한환진, 주재황, 임항준 대법원 판사들은 박정희 군사 독재정권 아래서 대법원 판사의 자리를 굳게 지켰으며 또한 '사법 사상 암흑의 날'의 주역이라는 자리를 지금도 잘 지키고 있다.
 

▲ "75년 4월8일 '인혁당 사건' 대법원 판결에 참가한 대법원 판사들(생존자).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민복기 대법원장, 민문기, 안병수, 양병호, 한환진, 주재황, 임항준, 이일규 대법원 판사. 이중 이일규 판사만이 소수의견을 낸 가운데 '사형 확정' 판결 다음날 사형수 8인에 대한 처형이 이뤄져 '사법살인'이라 논란을 빚었다." (출처 및 사진 설명 : <오마이뉴스>)
손만 들면 된다고 했다.

아무 말할 필요도 없고 그저 손만 드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돈도 주고 자리도 준다고 했다. 그래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 되었고 박정희 유신 독재 정권의 거수기라는 역사적 오명의 자리를 얻었다.
 
명령만 내리면 된다고 했다.

늘 했던 일이다. 명령만 내리고 나면 기껏해야 칼빈 소총 몇 자루를 가지고 있는 훈련되지 않은 폭도들을 물리치고 훈장과 포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최정예 공수부대 군인들을 '해방구 광주'에 투입하여 시민들을 살해하는 '상무 충정 작전'을 지시했다. 그리고 그들은 훈장과 함께 포상, 진급 그리고 '학살자'의 이름도 더불어 얻었다.
 

▲ "1980년 8월 6일 기독교 유명 목사들은 그해 서울의 봄과 광주 항쟁을 무참하게 짓밟은 전두환을 위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 기도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한경직, 정진경, 김준곤, 조향록, 김지길 목사. (사진 설명 : 백찬홍 씨의 기독교가 지지한 대통령들이 모두 비참해진 까닭 중)
기도만 하면 된다고 했다.

아주 쉬운 일이었다. 늘 하던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것도 바쁘지 않은 아침 시간에 하는 것이었다. 기도만 해주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른 아침 '청와대 조찬기도회'에 달려갔다. 가서 '학살자' 전두환의 무병장수, 만수무강을 빌어 주었다. 그 덕에 교회는 학살자의 권력에 빌붙어 비대해 졌고 학살자는 오늘도 건재하게 잘 살고 있다.

교회만 옮기면 된다고 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종교나 믿음 같은 것은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만 하면 대통령과 같은 교회 교인이 되는 것 이었다. 그래서 교회를 옮겼고 거액의 헌금도 했다. 결국 장관 후보자가 되었고 '고소영' 내각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역할을 얻게 되었다.
 

▲ 소망교회 출신을 등용하면서 '고소영' 내각이라 조롱당하는 이명박 정부.
마귀가 말한다. "내게 절해라. 내 권력 앞에 절해라, 세상 모든 부와 권력은 내 것이다. 그리하면 네가 이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마귀의 유혹이다. 거짓 유혹이다. 마귀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 다만 영혼을 빼앗아가버릴 뿐이다.
 
권력의 유혹이다. 불의한 유혹이다. 권력은 아무것도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역사를 빼앗아 갈 뿐이다.
 
마귀의 유혹에 빠져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들은 또 다른 마귀가 되어버렸다. 불의한 권력의 유혹에 빠져 역사를 팔아버린 사람들은 또 다른 불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예수는 마귀 앞에 허리를 세우고 이렇게 말한다.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다.” 그리고, 예수는 사람들 앞에 허리를 굽히고 그들의 발을 씻어 주었다.
 
교회여, 절하라! 민중 앞에 절하라. 민족 앞에 절하라.

장호준 목사 / 유콘스토어스한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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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Im 2012-08-24 06:06:29
예수는 마귀 앞에 허리를 세우고 이렇게 말한다.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다.” 그리고, 예수는 사람들 앞에 허리를 굽히고 그들의 발을 씻어 주었다.

???
그리고 예수는 비로소 천국을 전파하셨다.

교회여, 절하라! 민중 앞에 절하라. 민족 앞에 절하라.

???
교회여! 천국을 전파하라
천국의 백성들을 섬겨라
천국 백성들에게 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