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형교회 목사의 기이한 퇴임
어느 대형교회 목사의 기이한 퇴임
  • 신성남
  • 승인 2015.12.21 0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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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교권주의'의 본색은 '비상식'
▲ 신성남 집사 ⓒ <뉴스 M>

그동안 교회 세습 여부를 놓고 세인들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던 M교회의 담임목사가 이제 정년이 되어 교회를 사임하고 은퇴한다고 한다. 

지난달 청빙위원들과의 모임에 참석한 한 위원에 따르면, K목사는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한국교회의 본이 되고, 귀감이 돼야 한다. 총회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대단히 좋은 말씀이다.

이에 대해 많은 기독 매체들에서는 "세습은 없을 듯하다"고 앞다투어 발 빠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필자 역시 그 순수한 뜻을 높히 평가하며, 그 발언 그대로 후임자 선정이 순리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럼에도 이 사안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추가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간이나 교회를 개척해서 목회한 원로 목사가 사전에 미리 후임자를 확정하지 않고 굳이 이렇게 어설픈 방법으로 퇴임을 해야 하냐는 것이다. 그 수순이 부자연스럽다.  

그의 은퇴가 예측 불능으로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사전에 최적의 후임자 선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동네의 무슨 작은 교회도 아니고, 조직과 인력이 잘 갖추어진 전통있는 대형교회에서 이런 식의 퇴임은 전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이런 전례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만일 전임 목사가 후임자 선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조금이라도 주지 않기 위해 취한 조치라면 상당히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이 역시 큰 설득력은 별로 없다. 어차피 원로 목사로 추대되어 2선으로 물러나도 현실적으로 계속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여의도의 한 대형교회이다.

▲ 올해 정년을 맞는 명성교회 김삼환 담임목사의 후계구도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게다가 M교회는 이미 아들 목사에게 교회당을 분가시켜준 전력이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를 '증여 세습'이라고 판단하여 호된 비판을 하고 있고, 더구나 차후에는 '교회 합병'이나 '징검다리 세습' 등의 편법으로 결국 교회를 아들 목사에게 세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깊은 우려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크게 유감스럽지만 사실 그동안 한국 개신교에서 아버지 목사가 세습을 추진하다가 교인들의 반대로 실패한 적은 별로 없다. 그 정도로 대부분의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입김이 절대적이란 말이 된다. 그러니 어떤 목사들에겐 교회 세습이라는 '선악과'는 너무도 먹음직하기에 그것을 포기하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특정 사실에 대해 섣부른 예측 기사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한 매우 어리석은 시도가 될 것이다. 아울러 필자는 '예언의 은사'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다.

하지만 유명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후임자 선정 없이 퇴임하는 사유에 대해 현재도 강한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는 사실만은 꼭 지적하고 싶다.

그런 시각의 배후에는 나중에 교회의 청빙위가 이런저런 다양한 편법을 동원으로 결국 아들 목사를 모셔다가 담임목사의 자리에 앉히고, 그때 가서 이미 은퇴한 아버지 목사는 "난 모르는 일이다"고 주장하며 그 책임을 모두 교인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다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목사 자신의 욕심을 교인들의 '자율적 결정'이라고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 과거 세습 목사들이 자주 애용하던 수법이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과연 이게 지나친 우려일까? 맞다. 이건 분명히 억측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필자 또한 이런 우려는 불필요한 염려일 것으로 믿고 있다. 실제로 많은 성도들도 이게 정말 전혀 쓸데 없는 억측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요즘 일부 교회와 목회자들의 비상식적인 처신과 몰염치한 억지가 하도 많다보니, 이를 보는 성도들의 마음은 의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십일조를 강요하면서 교회 장부를 공개하지 않는 교회, 헌신을 강조하면서 헌금을 유용하는 교회, 사랑을 강조하면서 구제하지 않는 교회, 진리를 강조하면서 표절과 거짓말을 방조하는 교회, 하나님의 공의를 강조하면서 학력 사칭과 성추행을 묵인하는 교회, 제자도를 노래하면서 터무니 없는 연봉과 고액 강사비 나누며 사치 떠는 교회, 그리고 종북을 비판하면서 부자세습을 하는 교회들은 결단코 우리가 배운 성경에 있는 교회가 아니다.

그러나 목회자들은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성도들은 지금 도덕적으로 '완벽한 교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상식적인 교회'를 원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소박한 소원은 어느 교인의 다음 한마디가 아직도 계속 귓가에 맴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교회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교회가 아니다. 그런 건 이 땅에 없다. 내가 바라는 교회는 상식적인 교회이다." 

신성남 / 집사·<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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