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타락 원인은 정교 유착'
'한국 교회 타락 원인은 정교 유착'
  • 김세진
  • 승인 2008.03.04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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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이만열 교수

"과거 한국 교회는 인권 회복·남녀 평등·신분제 타파 등 불합리적인 현상을 바로잡는 데 앞장섰다. 또 부정부패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사회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가 한국 교회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이 교수는 2월 24일 오후 3시 30분 경기도 부천에 있는 복사골문화센터 5층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왜 교회 개혁이 필요한가,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를 강의했다. 이날 세미나는 예인교회 등 7개 교회가 모여 만든 교회개혁네트워크가 주최했으며,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만열 교수는 "1899년 당시 개신교 인구는 1200명 중 1명 비율로 매우 낮았지만, 관리가 개신교인을 무서워 할 정도로 부정부패에 저항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3·1운동을 주도한 33명 중 15명이 개신교인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들었다. 당시 개신교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 내외였으나, 재판 기록을 보면 독립운동을 하다가 붙잡힌 사람 중 17%~23%가 개신교인이었다. 한 사람이 15명 정도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뒤에도 이승만 선생·김구 선생·손정도 목사 등의 역할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일제강점기인 1930~1940년대에 신사참배 반대 운동을 벌인 단체는 개신교가 유일하다며, 개신교인이 민족 운동에 앞장선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기독교적 역사관을 지닌 역사가가 없어서 교회의 역할을 역사 속에 떳떳이 드러내지 못하는 사실이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교회가 타락한 원인 중 하나로 이승만 정권의 '정교 유착'을 꼽았다. 교회 내에서 신사참배 등의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자는 운동이 좌절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61년 들어선 군사 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했다. 그 이유는 이 정권이 군사 안보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는 당시 인권과 민주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정부의 배타적 권한이라고 생각했던 통일에 대해 1980년대 교회가 비정부기관 중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는 게 이 교수의 얘기다. 

이 교수는 이어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모순으로 1920년대부터 시작한 '이분법적 신앙 양태'를 들었다. 그는 "1919년의 3·1운동이 독립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실패했고, 교회가 어려운 시절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길선주 장로 등의 부흥사가 새 하늘, 새 땅을 강조하면서 '이분법적 신앙 양태'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신앙 양식은 1930년대 신사참배 반대 투쟁에서 승리하는 신학적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 문제에 대해서 방관적인 태도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사회 개혁이 불가능하므로 이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잘 살아보세'를 외쳤는데, 이때에 교회도 '3박자 축복'의 바람이 불었다"고 했다. '3박자 축복'이란 영의 복, 물질의 복, 건강의 복을 말한다. 그는 예수님이 직접 말씀하신 복은 팔복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의 복을 합쳐 9가지 복뿐이라고 했다.

그는 목사들이 사립학교법 재개정 운동에 나선 것도 비판했다. 또 기독교 학교를 많이 소유한 교단 지도자들이 삭발 투쟁을 한 것은 사립학교의 자유를 유지하려는 것인지 교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목회자 세금 문제도 언급하며 "기본적으로 국민이 소득이 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인제사장설로 성과 속의 구별을 타파한 시점에서 목회자들이 성과 속의 구별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교회 내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의 절대 권위를 완화시키고 성경의 질서로 바로잡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며 "한국 교회가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난을 실천하고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설명하는 가난 실천이란, 교회의 살림 중 목회자 생활비만 지출하고 나머지는 베풀 곳에 베푸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영성 회복을 위해서는 가난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대형 교회 자체보다는 그들이 비리를 감추고 세습하는 등 잘못하는 일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대형 교회가 잘못되었다는 성경의 근거는 없다"면서도 "초대 교회는 작은 교회로 남으려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교회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형 교회가 하고 있다. 대형 교회가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작은 교회 연합이 필요하다. 대형 교회는 자기의 영광과 목회자의 영광을 내세우기 쉽지만 교회가 연합하면 교회 전체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된다"고 했다.

김세진 / <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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