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의 건강이 더 악화된다면?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이 더 악화된다면?
  • 이철호
  • 승인 2016.09.1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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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뇌진탕으로 쓰러지기도... 남은 대선 일정까지 변수에 관심 커져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클린턴은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치러진 9.11 사건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몸에 이상을 느끼고 급히 퇴장하여, 경호팀의 부축을 받으며 차를 타고 행사장을 떠났다. 2012년 말 뇌진탕으로 쓰러진 이후 클린턴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루머와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증명해보인 셈이다.

클린턴은 행사장을 떠난 1시간 반쯤 후에, 휴식을 취하던 딸 첼시의 아파트에서 나와 기자와 시민들에게 "나는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의 주치의인 바르댁은 지난 10일 진료 중에 클린턴에게 폐렴 증세가 있어서 항생제를 처방했다고 밝혔다. 11일엔 휴식을 권하고 향후 일정을 변경할 것을 권했다.

만약 클린턴의 건강이 더 악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으로 남은 미국 대선의 일정에 따라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먼저 남은 미국 대선 일정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최소 5번의 공식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외에 타 후보들도 참여하는 토론회도 있으나, 대부분 두 후보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이다. 클린턴은 이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미 대륙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자금을 모아야 한다.

오는 11월 8일(법적으로 11월 첫째 월요일이 있는 주의 화요일)는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국의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United States Electoral College)을 뽑는 간접선거 방식이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선거인단을 뽑는 투표를 하게 된다.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11월 8일의 선거를 통해 이미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되지만, 공식적인 절차는 12월 19일(12월 두번째 수요일 다음의 첫번째 월요일)에 각 주의 선거인단이 각 주의 수도에 모여 공식적인 (그러나 형식적인)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를 한다. 

대통령 선거인단에 선출된 선거인은 이미 누구에게 투표를 할 것인지를 미리 선언을 한 후 선거인으로 선출된 것이지만, 이 또한 강제되는 것은 아니어서 미리 정한 후보가 아닌 후보에게 투표한 경우도 있다(미국 역사상 158 차례가 있었으며, 이를 'faithless electors'라고 한다). 이 투표를 통해 공식적인 대통령 당선인과 부통령 당선인이 결정된다.

만약 클린턴이 11월 8일 선거 이전에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퇴할 경우, 민주당에서는 새로운 대선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 민주당 당규 2조 7항은 전국위원회(Democratic National Committee)는 위원장이 특별회의를 소집하여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한국 정당의 중앙당과는 성격이 달라서 주로 선거자금 모금, 선거운동전략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각 주의 민주당 위원회의 의장과 부의장, 인구기준으로 각 주에서 선발된 20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소위 '수퍼선거인단'이다.

대선 후보 유고시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화당과는 달리 민주당의 당규는 구체적인 새 후보의 선출 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참석자의 다수결로 새 후보를 선출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조 바이든 현 부통령, 팀 케인 부통령 후보, 버니 샌더스 전 대통령 후보 등이 새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11월 8일 선거 이후부터 12월 19일 선거인단의 공식 투표가 있기 전에 클린턴이 사퇴할 경우는 연방법의 적용을 받는다.

11월 8일 선거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은 사퇴한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 중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를 한다. 

9월 4일 현재 무려 1869명이 대통령 선거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중 5 퍼센트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녹색당의 질 스테인, 그리고 극단적 자유주의자 개리 존슨 등 4명이다.

이 기간 중 클린턴이 사퇴할 경우 민주당은 새로운 후보를 내세울 수 없고, 선거인단은 나머지 세 사람 중 한 사람을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투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12월 19일 선거인단의 공식 투표까지 치르고 난 뒤 클린턴이 사퇴할 경우는 미국 수정헌법 20조에 따라 부통령으로 선출된 팀 케인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클린턴의 건강이 일시적인 것으로 지나갈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와의 선거전에서 악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한국과는 지리적으로 먼 국가의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 한 사람의 건강에 따른 경우의 수를 따져보기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드배치, 북핵 등 현존하는 한반도의 긴장구도 속에서 역할과 책임이 지대한 미국의 위치 때문에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 숨죽여 지켜보아야 하는 한국의 현실과 무관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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