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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을 만든 자, 투명인간을 찾다총신대학교의 그 사람들, “우리는 깡총깡총이다” (1)

[뉴스 M (서울) = 신호철] 역대 최악의 여름이라고 했던 올해 여름. 더위를 식혀주겠다며 전설적인 첩보영화 시리즈 최신작 '제이슨 본'이 개봉했다. 이 이야기에 흥미로운 요소는 이러하다. 제이슨 본은 정부 기관이 공식적으로 결코 인정하지 않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뒤로는 끈질기게 그를 찾아내서 없애버리려 한다. 이들은 그저 매번 실패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분투한다. 

이런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도 존재한다. 그것도 신학대학교, 그중 가장 보수적인 신학대라고 불리는 '총신대학교'에서 말이다. 총장 및 임직원들은 공식적으로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 어떤 자료에도 남겨져 있지 않으며, 대외적으로는 이들이 '없다'고 부정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끈질기게 찾아 제재하기 위해 색출하려 한다. 주인공은 바로 총신대 성소수자 인권 모임 ‘깡총깡총’이다. 

총신대학교는 이러한 모임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정했다. 학교에는 성소수자도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학생도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학교는 이들을 부정한다면서 깡총깡총 소속 학생을 찾아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엄히 처벌하겠다니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그냥 페이스북에서 검색만 해도 나오는 그들의 페이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뉴스 M>은 이런 신출귀몰한 깡총깡총의 회원 네 명과 만났다. 먼저 모두 총신대 학생이라는 걸 인증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교직원들에게 쫓기고 있어, 신변 보호를 위해 자세한 소개는 생략한다. 

다음은 깡총깡총 회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깡총깡총이란 모임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깡총깡총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게 된 개인적인 이유였어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시기에 우연히 트위터라는 매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접했어요. 당연하게 느껴왔던 인식들이 많이 깨졌습니다. 그 이후로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더욱 어울려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 커뮤니티 안에서 분명히 나와 같은 신앙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니 신선했어요. 그러한 이들 중에서도 내가 지닌 기존의 신앙, 지식과는 다른 여러 가지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많았습니다. 신선한 경험을 계속 쌓아가게 되었던 거죠.

학교생활을 그냥 예전처럼 무심하게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대로 졸업하는 건 아니겠다' 싶은 생각에, 궁금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같이 이야기해 보려고 했어요. 좀 이상한 애가 되었지만, 덕분에 다양한 이상한 애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만들었는데요. 그랬더니 각종 제보와 제안, 모임을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 모임이 틀을 잡아나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매달 1회 정기모임 등 만나서 대화하고 수다 떠는 것으로 활동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있습니다.

모이면 뭘 하나요.

C : 아주 짧게 회의를 합니다. 회의가 길어지지는 않아요, (웃음) 보통 공식적인 활동이 없으면 주로 페이지 관리와 관련한 소소한 작업을 함께 합니다.

아주 평범하네요.

B : 회의라기보다 제보가 들어온 사안을 논의하거나 올 시즌 엠티는 어디로 갈까? 우리 페이지에 악플을 단 그 인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오늘은 뭐 하고 놀까? 이런 걸 주의 깊게 의논합니다. (웃음)

A : 앞으로의 일들을 폭넓게 논의하기도 하고 차기 리더들과 관련한 논의도 하지요.

D : 군대로 도망가고 해외로 도망가고 그렇게들 도망가기도 합니다.

모임을 통해서는 무엇을 얻게 되었나요.

B : ‘내가 의지할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편안함’을 느껴요. 서로 다른 부분을 서로 이해하고 용납하거든요. 너무 상식적인 사람들이라 우리 사이에서는 무엇이든 스스럼없이 나를 드러내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가 있어요. 우리 모임 안에서는 어떠한 이슈로 대화해도 혐오 발언을 걱정하지 않아요. 성소수자든 여성이든 장애인이든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아요. 그들과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얻습니다.

A : 깡총깡총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로 다루어진 사회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사안을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보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거기에 신학과 사회를 대하는 건강한 시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큰데, 서로 충돌하는 개념을 그럴 싸 하게 포장하는 학교에서는 이런 것을 배우는 일이 가능하지 않잖아요. 

D :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 자체에 위안을 얻어요. 저는 성 지향성 및 성 정체성을 밝힐 수 없는 학교 환경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거든요. 그런데 깡총깡총에서는 제 사소하지만 생소한 이야기라도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거든요. 존재 그대로를 인정받는다는 격려가 일상에서 겪는 상처들을 감싸주는 느낌이에요.

총신대는 깡총깡총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깡총깡총을 찾아나섰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 의아하네요. 여러분 모두가 그냥 굉장히 평범한 대학생에 가깝다고 보이는데, 문제 인물로 찍히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B : 상식적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 주변 관계가 깨어져요. 더불어 우리 때문에 고충을 겪는 친구들을 보게 되면 힘든 과정을 지내는 보람도 찾지 못해요. 정말 허무하죠.

D : 더 서러운 건 따로 있어요. 우리를 색출하는 일에 동원되거나 반감을 품은 사람들 대부분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호의적인 시각으로 깡총깡총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거나, 동의하는 정도의 의사 표현으로도 표적이 되는 일이 많아요.

A :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위로하고 같은 생각을 주고받던 관계였는데, 깨어지는 일을 정말 많이 경험해요. 우리가 발언하는 이슈를 그저 조롱거리로 소비하는 일이 많아요. 그러다 우리를 배제하고 거부하는 순서로 바로 넘어가 버리는 건 아픈 일이에요. 실제 관계니까요. 이러한 경험이 결코 유쾌할 리 없지요. 

C : 늘 반복되는 지지부진한 일들과 많은 오해로 고통스러워요. 거기에 학교의 제재 정도가 계속 심해지고 있어요. 적절히 대응한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어디까지 해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학교와 결이 달라진 걸까요? 어쨌든 총신대학교라는 곳으로 입학할 때는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요. 문득 과거의 여러분들이 궁금하네요.

A : 저는 최근까지도 동성애 이슈에 대해서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생각의 변화를 겪기 전까지는 대놓고 호모포비아라는 티를 내면서 공격하던 사람이었습니다.

D : 이 사람, 이거 쓰레기였네. (일동 웃음) 

A : 저는 인식 전환을 겪게 된 시간이 얼마 안 된 편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드러내놓고 동성애는 ‘죄‘라는 전제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니까요. 변화를 경험한 건 ‘퀴어 퍼레이드’에 직접 참여하고 난 이후였어요.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고민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점차 ‘아, 이것은 단순히 그냥 죄다’라고 못 박을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D :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시기까지는 저와 제 가정의 신앙적 배경 때문에 이 문제를 깊게 고민하며 자랐어요. 그래서 아버지께 동성애 이슈를 많이 물었고, 일반적인 ‘동성애는 죄’라는 답안지를 교육받았어요. 실제로 그런 내용을 강의안으로 정리하고 자료를 만들기도 했어요. 이 자료로 수행평가 과제와 발표를 아주 충실하게 준비해서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주장한 적도 있었죠.

A : 난 발표까지는 안 해봤다. 너무하네. 더 ‘쓰레기’네. 이 사람.

C :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죠. (일동 웃음)

B : 저는 이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환경이 허락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진지하게 토론했고, 생각을 일찍부터 정리할 수 있었죠. 기독교 세계관 교육에도 참여했습니다. 마음속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컸지요. 당시 학교와 친구들이 성 정체성 관련 이슈에 많이 열려있었어요. 학습과 성찰을 통해 비본질이 본질을 압도하지 않도록 깨달으며 나아가고자 했으니까요. 그런 환경이 열려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입시를 준비하는 기간 고민이 많았지만, 신앙심이 강했던 터라 부모님과 상의해서 총신을 준비했어요. 

예전보다 지금이 더 좋은가요?

A : 진짜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예전 모습을 생각하면 당연히 지금이 좋은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사이퍼라는 캐릭터처럼 스미스 요원에게 말했잖아요. ‘나 그냥 다 잊고 다시 매트릭스 속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해요.

‘아! 내가 이러한 이슈를 두고, 아무것도 모른 채 눈 감고 귀 막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주 편하게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지 않았을까? 좋았던 친구들과 멀어질 일도 없고 학교 측에 이런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고, 아 내가 조금만 더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의 삶과 상처들에 대해서 무관심했다면 훨씬 편하고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총신대학교는 교내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 모임 등을 전면 부정한다. 더불어 동성결혼 등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도 부정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이제 와서 돌아갈 수 없잖아요. 후회되지도 않고요.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이 길로 들어섰을 것 같아요.

B : 저는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아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신앙을 고민하고 방황하는 사람,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교회에서 왜 위험하게 바라보는지도 이해합니다. 스스로 신앙을 돌아보고, 성경을 상고하면서 과거와 다른 눈을 떴으니까요. 이러한 이해를 주변 사람과 나누기 시작하자마자 관계가 빠르게 정리되어 버렸어요.

목회자가 되는 것이 제 평생의 꿈이었고, 목표였고, 소명이었어요. 공부하고, 주변과 관계하면서 이 목표를 향해 달려왔는데, 제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한순간에 관계가 무너져버렸어요. 평생의 동역자들을 만들려던 노력이 모두 수포가 되었어요. 미래도 불투명해져 버린 채 버려진 느낌인데 고작 몇 사람, 마음을 나눌 사람밖에 안 남았어요. 

조금 더 생각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길을 택하고 남아있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여기에 진짜 ‘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선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논하고 답한다면 당연히 지금 이 삶 외에는 없습니다. 

'평균적인 불행'이 그대로 있다고 해도 선택은 분명하죠. 하나님 앞에서도 사람들 앞에서도 무엇을 말하고 나눌 것인가가 너무나 분명해지거든요. 당연히 이렇게 살아가고 죽을 겁니다. 오히려 이게 더 행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C : 저는 사실 호모포비아로 지내는 것이 총신에서의 생활을 훨씬 풍요롭게 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불편하고 불쾌한 선택이에요. 그게 나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과 연결되는 느낌이거든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 있잖아요.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러한 포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말이지요. 이 생각이 가장 커요. 더 이상 그 믿음이 흔들리고 약해지게 만드는 경험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그 불편함과 기분 나쁜 마음을 느끼면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을 살아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게 앞서 말한 '평균적인 불행'을 의미하나요.

: 네, 맞습니다. C가 이야기한 이런 아픔들이 제가 앞서 말한 ‘평균적인 불행함’인 것 같아요. 단순히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겪는 고초들을 생각하면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우울감을 겪는 거죠.

B : 조금 더 부연하자면 학교생활을 하다가 '이러다가 정말 내가 죽겠구나'하고, 생명이 줄어드는 느낌이 확 들어올 때가 있어요. 일반적인 생활과 수업, 관계에서 그저 농담으로 하는 그 모든 이야기와 비판이 모두 나를 향한 칼날처럼 다가오거든요. 정말 숨이 막히는 일이에요. 수업 시간에 '제 생각은 조금 다른데요'라고 이야기하려고만 해도 감당해야 할 압박이 무척 심하거든요. 이걸 감수하면서 매일 다시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삶을 말이지요.

A : 우리끼리 모이면 그런 위안을 해요. 얼마나 인간다운 선택을 하고 있는가, 혐오가 무엇인지는 인지를 하고 살아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D : 저는 실제로 혐오를 해보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면서 살아왔잖아요. 신앙적 배경이 있는 가정과 학교 안에서 늘 모범생으로 살아왔고요. 실제로 제 성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어느 쪽에서든 소외를 겪고 살아왔어요. 그런데도 솔직한 저를 드러낼 수 없다는 것만큼 괴롭지는 않아요. 

제가 온전히 이해받고 사랑받는 경험, 그것이 주는 근본적인 위로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늘 날 선 공방과 혐오 속에서 나 자신을 속이고 숨기면서 멀쩡한 척 살아가는 고통을 감내하느니, 조금 힘들고 불행하더라도 이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제가 걸어갈 길이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2부에서 계속

신호철  brionac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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