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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신학교 학생, 왜 투사로 비치는가총신대학교의 그 사람들, “우리는 깡총깡총이다” (2)

1부에 이어 계속

깡총깡총 회원들이 지닌 총신대학교 복사 카드. 복사 카드는 재학생이 아니면 쓸 일이 없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미국은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받는 등 제도 장치가 조금 발전한 분위기예요. 물론 호모포비아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런 미국에 있는 <미주중앙일보>에서 ‘깡총깡총’을 최초 보도했는데요. 내용을 보고 어떠한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네요.

B : 일단 첫 번째로 <중앙일보>가 한국 내에서도 인권을 충분히 고민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매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주중앙일보>에서 독자로 삼고 있는 대상도 고려해야 할 테고, 그렇게 보면 그들의 논조가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분위기와는 그리 상관없이 우리나라가 너무 낙후되어있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희망과 기대를 걸기도 아직 이르다고 봐요, 미국 내에서도 그러한 제도적 변화의 물결과는 또 다르게 포비아적 성향과 행동들이 더 표면화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교민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로 봤을 때는 오히려 <뉴스M>이 훨씬 바람직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이 멘트는 꼭 강조해주세요.

C : 교민 사회에서<미주중앙일보>의 위상이 소위 국내 메이저 언론 정도는 아니라고 이야기 듣기도 했어요. 그리고 ‘미디어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크게 신경 써야 하는가’라는 마음도 들어요. 자극적인 보도를 위해 우릴 이용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사실 확인도 없었으니 말이지요. 우리와 어떤 질문도, 소통도 없이 이슈 팔이로 이용한 보도에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겠습니다.

A : 국내 매체에서도 훨씬 험악하게 우리를 다루는 상황입니다. 이런 보도가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 주는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도 깡총깡총의 성격과 방향을 널리 알려주는 일에 오히려 감사해요. 단기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D : 보수 교단의 전략 부재라고 생각하면서도 전략적인 행동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호모포비아 성향을 공고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미국은 총신대학교 인사들도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이들이 설 자리를 늘리기 위해 점점 발언하는 창구를 확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거대한 단체는 아니지만, 우리를 비판하는 그 목소리들이 오히려 깡총깡총의 진정성을 밝히 드러내 준다고 느껴요. 

합동 교단은 성소수자 혐오 논조를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게는 너그러운 교단이라는 평가인데, 선배들의 모습에 어떤 생각이 드는지 말씀해주세요.

B : 사실 좀 슬픈 이야기긴 한데, 이미 그분들이 우리를 후배라고 인정하질 않으세요. 

A : 꼭 그것 때문에 맞불 놓는 게 아니라, 우리도 그분들을 선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C : 여성 착취와 성범죄에 너그럽다는 평가 자체가 부끄럽죠. 그건 그냥 범죄잖아요.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자명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사회도 범죄라고 인정하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덮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교회에서 매일 접하는 문제인데, 너무 무감각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요. 심지어 ‘우리는 여성의 착취와 성폭력들은 굉장히 훌륭하게 다루고 있고, 성결함을 추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완전히 엉망이잖아요.

D : 남성 주류가 저지른 문제를 문제로도 보지 않는 그 자체가 굉장한 문제죠. 아직도 다윗 하나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교단이 과연 무엇을 다루고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회 변화를 따라가기도 버거운 상황이잖아요. 외부 요인에 겨우 반응하는 정도니까요.

문제 해결 없이 그냥 이대로 흘러가기만 할까요.

B : 다음 세대를 기대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존 교단 선배들에게는 희망을 걸 수가 없죠. 시대적 한계를 지금 당장 벗어나길 기대하는 건 무리예요. 좀 강하게 이야기하면 ‘기존 세대는 결국 도태되어야 하는 세대’니까요. 다음 세대가 이러한 죄를 보고 자신을 깎아내는 과정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해요.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여요.

A : '멀리 봐야 한다'는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 속도를 빠르게 낼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C : 저는 너무 먼 이상향을 보면서 달려가기보다는 ‘지금에 충실하자’고 더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느 드라마 명대사처럼 “나는 오늘 하루 일어나면 제일 먼저 오늘 하루를 포기합니다” 같은 느낌이 드는 상황을 보니까요. 시대는 이미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역사적으로 한 획을 긋는 일을 한다거나, 교단 자체를 뒤엎는 엄청난 과업을 하고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저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들을 찾는 과정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 선택의 무게에 너무 짓눌리면 안 될 것 같아요. 

D : 우리는 저항한다, 너희들이 소수자가 될 때까지. (일동 웃음)

C : 그건 너무 거창하고요. 그냥 어떻게든 끈질기게 오늘을 행복하게 살겠다는 결단 정도라고 생각해요.

A : 맞아요, 그 정도예요. 이렇게 살면 기분이 ‘조~크~든요’.

C : 그냥 우리를 막지만 말아 주세요. 하지만 그 어떤 흐름이나 억압들 앞에서도, 심지어 우리 현실이 참담하더라도 숭고한 분노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지만,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낙관적인 이야기라기보다 변화의 의지가 여기에 있다고 봐요. 

혐오가 사회 화두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혐오, 성소수자 혐오 등 약자와 소수자 혐오 분위기를 이겨나가기 위해 사회와 총신에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요.

총신대학교의 교훈을 패러디해 제작한 이미지. 신자, 학자, 성자, 전도자, 목자가 되라는 5개 교훈에 '깡총이 되라'를 추가했다.

D : 이 사안을 극복하려는 우리 노력만으로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아요. 너무나도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부모님에게 느꼈던 단절감이 컸어요. 아무리 어린 자식이 하는 말이라지만, 제 의견이나 생각은 거의 인정하지 않는 벽이 있었거든요. 그 벽을 허물려고 어려서부터 꾸준히 노력했어요. 저항이라면 저항이고, 노력이라면 노력이랄까. 

그렇게 혼자 분투할 때는 가능하지 않게 보였는데, 지금은 조금 변했어요. 노력만으로 일어난 건 아니에요. 변화는 언제나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서 일어나잖아요. 불가항력적인 경험이 결국 부모님의 완강함에도 금이 가게 했어요. 이제는 제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사회나 우리 학교에도 그런 계기나 전환점을 마련해 줄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해요. 그렇게 된다면 일단 효과적인 소통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C : ‘상대도 역시 인간이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기준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불특정 다수를 타자화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아예 꿈꾸지 않는 세상이지만, 이런 비인격적 시각을 일깨우고 돌이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A : 학교든 사회든 교회든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지닌 면이 너무 크거든요. 그런 목소리를 굉장히 인정해주고 추켜세워주기도 하지만, 이익에 반할 때는 반대로 공격적인 태세를 전환하니까요.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데도 말이에요.

B : 쓸데없는 일에 예민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정작 영적 분별이니 통찰력이니 하면서 엉뚱한 곳에서 날이 서 있어요. 일상이 침범 당할 정도로 검열이 심하고 사소한 목소리도 민감하게 통제하는 이런 억지만 잦아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A : 보수 기독교인들이 좋아하는 회개하는 자세, 그거라도 잘해낸다면 큰 변화가 없더라도 희망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스스로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에 충실하기라도 하면 좋겠어요. 그저 공격할 밉상을 찾아내는데 골몰할 게 아니라요.

C : 공포 분위기가 사라지길 바랍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학생들이 검열당하고 제재를 당하는 일이 없어져야 해요. 사석에서, 지나가는 잡담들 속에서 이러한 공포에 자유롭지 못한 것을 느낍니다. 더불어 자기가 꿈꾸는 사회 진출에도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움츠러들고 자기 입장을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심합니다. 신대원은 훨씬 더 심각하고요. 

실제로 학교 기조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교수까지 해임하는 마당에 학생들이 학교에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요. 이런 지경인데 학생들의 연대도 기대하기 힘들어요. 이런 것들부터 변화되는 모습이 보여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학교 안에서도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아요.

점점 숙연해지는데,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네요. 암울한 상황을 이기는 것 말고, 각자의 단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B : 저는 토익 점수 900점을 넘기고 싶어요.

A : 강도사 고시 패스입니다. 인생은 현실이잖아요. (일동 웃음)

D : 저는 소박합니다. 토익 점수가 700점이라도 넘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나가 거창하게 정규직 취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C : 깡총깡총 후원자 모집입니다. 그리고 페이지 관리나 잘하면 좋겠네요.

B : 씨앗을 품고 뿌리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장난스러운 이야기로 하는 게 아니라 ‘호모포비아 전환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 작업에 일익을 담당했으면 즐거울 것 같아요. 무지를 해결하고, 하나하나 계단을 올라가도록 돕는 과정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요. 제가 무지와 혐오, 공포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겪었어요. 그래서 모두에게 그게 가능하다고 믿어요. 이런 과정을 열린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D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활동 중에 가장 많이 받았던 연락은 ‘제발 졸업이라도 할 수 있게 가만히 있어 달라’는 이야기였어요. 그게 소수자들이 겪는 실제적인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친구들이 더는 소외되고 죽어가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학교나 사회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와 상관없이 말이지요. 학교와 사회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변화하지 못 하는지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받는 소수자가 사라지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회원들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재학증명서. 학교는 깡총깡총의 존재를 부정했지만, 회원들은 학교를 부정하지 않았다.

평범한 신학교 학생, 왜 투사로 비치는가

깡총깡총 회원들은 투사들이 아니었다. 교계와 정면승부 하겠다거나, 심오한 투쟁으로 승리하겠다는 생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이어트와 진로,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하는 가장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최악의 여름은 거짓말처럼 며칠 만에 끝나버렸다. 그리고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어야 하는 계절이 찾아왔다. 그러나 최악의 혐오는 어쩌면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것만 같다. 이제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 ‘혐오의 그늘’ 속에 정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올여름 기대받았던 추격받는 전직 요원 ‘본’ 시리즈 이야기로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흥행한 영화는 ‘부산행’이었다. 많은 리뷰가 품평했지만, 영화에 담긴 사회상은 쓰라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누구를 향해 이빨을 들이대고 누구를 피해 도망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 누군가가 두려워하는 괴기스러운 무엇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더는 누군가를 미워하며 살고 싶지 않기를 소망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거창하게 해야 할까.’ 언젠가 이러한 이야기도 다 지난 시절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더는 이러한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뉴스가 아닌 세상을 기다린다.

신호철  brionac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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