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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대통령사랑, 이해, 책임감 있는 정의로운 사람이 19대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팽목항에 설치된 세월호 리본(제공 : 픽사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접하고 나서 종일토록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에는 혹여 그의 구속이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 줄 알았다.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으로 촉발된 87년 여름, 그 뜨거웠던 민심도 잠재웠던 그들이 아니던가.

사실 뉴욕·뉴저지 촛불집회의 마무리 모임을 끝으로 더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글을 쓰지 않으려 생각했다.

독재자의 딸이 아버지에 대한 국민 향수에 기대어 대통령에 올랐고, 무지와 무능함으로 국가를 도탄에 빠뜨리다,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어느 삼류 소설에나 등장할 만한 이야기 전개는, 그다지 재미도 없고, 뭐, 딱히 교훈적이지도 않고.

더구나 굳이 내가 아니어도 세상의 많은 입과 손이 기사를 양산할 터이니, 그 소란함에 나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다.

새벽 2시에 불현듯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마음속을 헤아리지 않았다면 이 글도 없었을 것이다. 가만 보니 나의 감성이 그의 구속을 딱하게 여기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공주(?)여서도, 부모 잃은 고아(?)여서도, 불운의 대통령이어서도 아니었다. 더 들여다보니, 차은택, 정호성, 안종범, 장시호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또 하나의 대통령이었던 최순실의 구속에도 맘이 그리 편치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기춘·이재용은 예외이다.)

자본주의의 민낯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곳 중 하나는 인간의 바닥을 엿볼 수 있는 감옥이고, 국정 농단의 주역들은 그 억압의 공간에서도 아무 불편함 없이 생활하는 범털 중의 범털이므로 이러한 느낌은 “정말 오지랖 떨고 있다.”는 말로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적인 입김이 컸던 어느 사건으로 가까운 이를 감옥에 보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영화 ‘7번 방의 선물’이나 ‘피고인’ 같은 드라마만 봐도 마음이 편치 않다. 마땅히 죗값을 치러야 할 전 대통령의 구속에서 느끼는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도 어쩌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공감 능력일 것이다.

마침내 떠오른 세월호 선체(제공 : 해양수산부)

천일 넘게 물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는 그의 몰락으로 마침내 떠오를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조금도 타인에 대한 아픔도 배려도 없었던 우리의 대통령. 그는 결코 대통령이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비록 헌법재판소에 의해 세월호 사건에 대한 법적인 면죄부를 받았더라도,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세월호는 법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도 박 전 대통령의 대척점에는 세월호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있다. 그들은 마치 서로 마주 앉아 시소를 타고 있는 것 같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건으로 한창 정국이 혼란했던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으로 정세는 변했고 통치자들은 안심했을 것이다.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무슨 사상이나 이념이 우수하다고 강변하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대 담론을 주장하던 이들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들이 하루아침에 변절해 아팠던 기억을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사람이 대통령이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가 보수이든 진보이든, 또는 극우이거나 극좌인 것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 이해 그리고 책임감을 갖춘 정의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제19대 대통령은 반드시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은 정치판에서 버티기조차 쉽지 않다는 현실…….

내 마음처럼, 참 아이러니하다.

서상희  tsang2000@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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