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내 탓도 네 탓도 아니다
4.29, 내 탓도 네 탓도 아니다
  • 이용식
  • 승인 2017.04.28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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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봉기 25주년, 한흑갈등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1992년 4월 29일에 일어난 흑인들에 의한 민중저항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져 일어난 것이지 한국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것도 아니고 그날 갑자기 일어난 것도 아니다. 이미 4.29 저항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가 산재해 있었고 흑인들의 인권은 열악한 상태에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태에 있었다. 그렇다면 왜 한인들이 집단적인 표적이 되었나? 그리고 현재의 상태는 변한 것이 있는가? 이런 일이 재현될 가능성은 정말 없는가?

 흑인 커뮤니티는 흑인 커뮤니티 대로 자신들의 할 일을 찾고 한인 커뮤니티는 한인 커뮤니티 대로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흑인의 인권은 미국 전역에서 경찰에 의하여 터무니 없이 사살 되는 흑인들을 보면 하나도 개선 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한인 커뮤니티는 적어도 4.29 를 통하여 배운 교훈이 있고 개선 된 점이 있다고 보여진다.

나의 견해는 어떤 통계적이나 학문적인 바침 보다는 보여지는 현상을 있는 대로 보고 4.29를 경험한 한인타운에서 살고 있는 자영업자의 이야기이다.

1. 지역적인 원인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흑인사회와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었고, 흑인들을 상대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 한인들은 대부분 흑인 밀집지역에서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2.  상대민족에 대한 몰 이해

흑인이 어떻게 미국에서 어떻게 탄압을 받으며 살아 왔는지에 대한 이해와 흑인들 사회의 형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역사적으로 흑인들은 자신들이 얻은 지위가 노예의 상태부터 시작 수 많은 투쟁을 거쳐서 얻은 것인데 한인들은 이 것을 이해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것은 고사하고 단지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3. 경제적 환경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소자본에 의한 자영업을 중심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기에 노동법등 각종 법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부족했고 그 것을 지키려는 의지도 없었다. 법을 다 지키고는 이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의식도 있었고 업주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종업원 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하는 상황에서 종업원에 대한 배려나 인격적인 대접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4. 공적인 보호의 문제

1980년대 이민자들의 경우, 한 달여의  휴가와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중산층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아무리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도 이런 것이 충족이 안 되면 중산층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당시에 한인타운은 공권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4.29 때는 완전히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뒤 돌아보면 4.29 는 소수민족인 흑인과 한인 사이에 일어난 인종갈등 이라기보다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불러온 문제이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언제든 형태는 다르지만 다른 형태로 터질 가능성이 있다. 위에서 제기한 원인들이 지금과 그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인들이 흑인 밀집지역에서 더 이상 경제적 활동을 적게 하면서 흑인들과 직접 상대하는 지역적인 문제는 많이 해결 되었으나. 또 다는 타민족인 히스패닉 등과의 갈등의 여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역상으로는 해결 된듯하지만 해결 된 것이 아니다.

상대민족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많은 한인단체들이 노력을 기울여 어느 정도 개선되었고 소수민족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나가야 한다는 의식도 일정 수준으로 자리 잡았다.  한인들의 정치적 역량이 증대되어야 한다는 의식에 눈을 뜨고 있으나 너무 같은 인종을 선호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실제 그들이 한인타운 전체를 위한 정책 등은 따지지도 않는다). 정치인의 선택을 인종 위주가 아닌 커뮤니티 위주로 선정하는 의식이 필요하고 한인 뿐만 아니라 한인타운이 발전하는 쪽으로 정책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상으로 확인은 못해봤지만 경제적인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92년 보다는 한인타운의 인종 분포가 다양해졌고 타 인종들을 상대로 하는 업종도  많이 늘어났다. 노동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한 고용주도 여전히 있지만 92년에 비해서는 많은 부분 개선 되었다. 임금절도 방지(AB588법안)를 위한 노동상담소(KIWA) 등의 역할이 컸다.

공권력의 문제는 한인타운이 너무 크고 여러 개의 선거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한인타운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조정되는 것이 필요하고 한인타운의 특성을 이해하고 전담하는 경찰서(올림픽 경찰서)와 같은 행정적인 개선도 요구된다.

4.29 사태와 같은 사건이 다시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민족들이 민족을 우선하는 것 보다는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하는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지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녹지공간의 확보,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문화 예술 공간의 확보, 공공편의 시설의 확보, 대중교통의 확보 등의 일을 지속적으로 하여야 한다.

한인 사회는 4.29를 경험하면서 정치력 증대의 교훈을 얻었고 그 결과 한인 정치인을 배출하고 유권자 등록 등을 통하여 정치력 신장을 해 온 일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인이어서 한인 정치인을 뽑는 일이 정치력 신장이라는 생각 보다는 우리 커뮤니티를 어떻게 발전 시킬지를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는 정책을 가진 정치인을 뽑고 그런 정책을 제안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주류 언론들은 아직도 4.29 봉기가 한흑갈등에서 시작 된 것으로 몰고 흑인에 대한 이해가 없이 돈만 버는 한인들이 흑인들에게 불만을 사서 일어난 갈등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이 것은 새빨간 거짓이고 언론이 대중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언론이 주류편에 서서 소수민족간에 마치 분쟁이 존재하고 서로를 미워하는 것으로 나누어서 정복하는 (divide and conquer)의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인종갈등이 아닌 계급 갈등이다. 지배층(1%) 와 피지배층99(%) 의 문제인 것이다. 소득의 불평등에 기인한 문제이고 경제체제가 가져온 문제이다.

파이가 커지면 나누어 먹는다든지 물이 차면 넘쳐 흘러서 밑에 있는 사람들이 먹을 것이 생긴다는 낙수효과 이론은 우리를 피지배층으로 보는 이론이다. 파이가 커지고 물이 차면 그릇이 커졌지 한번도 물이 넘친 적도 없고 파이가 떨어진 적도 없다. 그릇을 깨고 그릇에 구멍을 뚫어서 물이 흐르고 파이가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현 체제를 고칠 생각으로 소수민족인 피지배층들이 일치단결하여 투쟁을 하여야 한다. 피지배층은 백인을 포함 모든 99%의 사람이 속한다. 착취당하고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지 못하는 불평등한 분배에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이 단결하여야 한다.

4.29 봉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이용식 / 미주지역 시민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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