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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들이 미국 경찰이가?"현장] 전쟁터 방불케 하는 소성리...연대 절실

“느그들이 미국 경찰이가? 제복에 붙은 태극기 떼고 성조기 붙이래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이 거친 경상도 사투리로 경찰을 향해 던진 외침이다.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주 롯데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길 양 옆엔 사드 반대 현수막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 지유석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주 롯데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길 양 옆엔 사드 반대 현수막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 지유석

먼저 소성리 일대 분위기를 전해야겠다. 기자는 28일 오전 사드 부지인 롯데골프장을 찾았다. 이곳으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다. 지난 26일 새벽 기습 반입된 사드 장비도 이 길을 따라 들어갔다. 길 양 옆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글귀를 적은 현수막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골프장 입구로 다가가자 경찰버스가 눈에 띠었고, 의경 대원들이 2인 씩 짝을 이뤄 순찰을 돌고 있었다. 26일 새벽 벌어졌던 상황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음이 역력했다. 

롯데골프장으로 들어가려면 진밭교를 건너야 한다. 민간인이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은 진밭교까지다. 진밭교 앞엔 경찰 병력이 길목을 막았고, 관계자 외엔 출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진밭교 바로 앞엔 원불교 교무(성직자)들이 평화교당이라고 이름 붙인 조그만 천막 안에서 대기 중이다. 

사드 배치 예정지인 롯데 골프장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있다. 민간인에게 허락된 한계선은 진밭교까지다. ⓒ 지유석
28일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주 롯데골프장 들머리에서는 원불교 교무들이 평화기원 100배 기도를 드렸다. 이때 경찰이 기도 장소 이전을 요구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 지유석

마침 이날은 원불교에서 가장 큰 절기인 ‘대각개교절’이었다. 이에 평화교당에 머무르던 교무들과 신도들은 오전 10시 평화를 염원하는 100배 기도를 드리고자 했다. 그러나 기도는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교무들과 신도들이 기도 준비를 하자 경찰이 개입한 것이다. 

경찰은 차량통행에 방해된다며 기도장소 이동을 요구했다. 교무 몇몇이 차량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실랑이는 교무들이 경찰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뒷맛은 영 개운치 않았다. 경찰이 기도회 진행까지 통제하려는 모양새였기 때문이었다. 

현장에 있던 박진도 교무(경북교구 사무국장)은 경찰의 행태를 보면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 교무의 말이다. 

“지난 26일 새벽엔 더했다. 경찰은 100개 중대 8천 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이곳 주민들은 약 100여 명 밖에 되지 않는데 말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이 나라가 누구를 위한 국가이고, 국방부는 어느 나라 국방부인가? 특히 경찰은 미국이 요청만 하면 주민을 억압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두렵고 떨린다.” 

두 번의 충돌, 끌려나가는 주민들 

진밭교 평화교당에서 벌어진 실랑이는 이후 벌어질 일들의 예고편과도 같았다. 이날 경찰과 주민 사이엔 두 번의 충돌이 있었다. 먼저 오후 2시 40분 경 충돌상황이 발생했다. 소성리 주민들은 골프장 아래쪽 진밭교 삼거리를 트랙터로 막았다. 

소성리 주민들은 골프장 아래쪽 진밭교 삼거리를 트랙터로 막았다. 이러자 경찰은 기동대 병력을 동원해 트랙터를 이동시켰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 지유석

구체적인 상황은 이랬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길은 왜관으로 통하는 길이고, 왜관 기지의 미군들이 이 길로 골프장을 드나든다고 했다. 이석주 이장은 “진밭교에서 롯데골프장으로 올라가는 도로를 막고 있어 진밭교 위쪽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찰이 도로를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도 이 길을 막아 미군이 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트랙터 철거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이러자 경찰은 기동대 2개 중대 등 150여 명을 동원해 트랙터를 강제 이동시켰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트랙터 운전석에 앉아 있던 평화활동가 1명도 연행했다. 

미군이 탄 차량이 나가려 하자 주민과 종교인들은 차량을 막고 서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러자 경찰이 개입해 주민과 종교인을 끌어 냈다. ⓒ 지유석
미군이 탄 차량이 나가려 하자 주민과 종교인들은 차량을 막고 서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러자 경찰이 개입해 주민과 종교인을 끌어 냈다. ⓒ 지유석

불과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충돌 상황이 또 발생했다. 미군 관계자가 탄 차량이 골프장을 나와 소성리 들머리를 지나가자 주민들과 종교인들이 막아선 것이다. 주민들은 차량에서 내려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때에도 경찰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재차 기동대 병력을 동원해 주민들을 해산시켰다. 천주교 왜관 수도원의 황동환 신부, 인천교구 김동건 신부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은 두 번의 충돌상황에서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주민들은 26일 새벽 벌어진 상황 때문에 한껏 격앙돼 있는 상태였다. 주민들은 연신 경찰을 향해 경상도 사투리로 “느그들이 한국 경찰이가”라며 반발했다. 이 같은 시각은 외부인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성주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는 박 아무개 목사는 이 같은 심경을 전했다. 

성주 소성리 초전면으로 들어가는 어귀엔 사드 반대 현수막이 가득하다. ⓒ 지유석

“마을 회관 앞 농성 천막에 내걸린 팻말 글귀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 팻말엔 ‘한국 경찰 아저씨, 우리 소성리 할머니 지켜주세요’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아니 왜 이런 말을 한국 경찰에게 해야 하나?  정히 사드가 필요하다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했다. 특히 사드가 미국의 군사적 이익, 즉 중국의 군사동향을 탐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이런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와중에 왜 한국 경찰이 미군을 지켜줘야 하나?”

강정 떠올리게 하는 성주 

성주에서 벌어진 일들은 여러모로 2012년 3월의 제주 강정과 닮은 꼴이다. 당시 이명박 전 정권은 해군기지 건설을 이유로 구럼비 발파를 시도했다. 강정 현지 주민들, 그리고 문정현 신부 등 종교인들은 구럼비 발파를 막기 위해 그야말로 몸을 던졌다. 이에 맞서 이명박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반대운동을 찍어 눌렀다. 강정에서는 수시로 공권력과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고, 연행자가 속출했다. 공교롭게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 당시 이 기지가 미군을 위한 것이란 의혹이 팽배했다. 

성주 롯데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는 원불교 교무들과 주민들이 나와서 사드 반대 시위를 한다. 주민들 대부분은 여든이 넘은 고령들이다. ⓒ 지유석
성주 롯데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는 원불교 교무들과 주민들이 나와서 사드 반대 시위를 한다. 주민들 대부분은 여든이 넘은 고령들이다. ⓒ 지유석

성주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북 성주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 미국을 위한 군사기지를 위해 공권력이 주민들을 가혹하게 찍어 누르고, 여기에 주민과 종교인, 활동가들이 몸을 던져 맞서는 상황이 똑같이 벌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지시간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드는 10억 달러짜리 시스템”이라며 “나는 한국이 사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반박을 비웃듯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8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중히 말하건대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권력을 동원한 기습작전으로 사드를 기정사실화하려던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어진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성주 현지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들은 사드를 꼭 몰아내겠다며 결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올해 여든이라는 김 아무개 할머니는 사드 반대 운동이 “절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고 하면서도 “내 죽기 전에는 사드 못들여 온다”고 했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오는 5월9일 선거를 통해 새로 뽑힐 대통령이 사드를 철회해줄 것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장에서 성주 주민을 돕던 강 아무개 활동가는 이 같은 심경을 전했다. 

“이 싸움은 꼭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반드시 사드를 돌려보내야 한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당선이 유력한데, 그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 혼자만의 힘으로 사드 철회를 이뤄낼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를 몰아내지 않았던가? 우리들이 목소리를 내면 사드 배치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비정상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죽기 각오하고 싸우면 목소리가 커지리라 믿는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결기를 보이고 있지만 현지 상황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현장을 지키는 주민들과 활동가 수자가 많지 않은데다 주민들 대부분이 여든을 넘긴 고령이어서다. 더구나 생필품마저 부족해 페이스북을 통해 후원을 부탁하는 지경이다. 지금 이들에게 절실한 건 ‘연대’다.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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