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집 앞에서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전두환 집 앞에서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 이욱종
  • 승인 2017.05.2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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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교인들 연희동을 찾다

​홍대입구 전철역에서 15분정도 걸어가야 했다. 혼자가기는 뻘쭘해서 몇몇 사람들이 같이 가야했다. 경찰들이 경호를 하고 있고 불법집회에 해당되면 10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물을 수가 있으니 집회신고 까지 하고 가야 했다. 바로 37주년 518 항쟁을 맞이하여 전두환의 집에 가서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기위해서 들어간 수고들이다. 같은 하늘아래 숨 쉬고 같은 역사를 살아가는 같은 민족끼리 감당하기엔 참으로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전두환. 대한민국은 범죄자 천국인가, 살인마의 집에는 범접할 수 없는 경호와 부가 우리 데모대를 가로막고 있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고난의 현장에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촛불교회. 광우병 사태부터 시작된 촛불교회는 지금까지 세월호 진상규명 현장과 유성 기업 불법노조 탄압의 현장, 용산 참사 현장, 콜트콜텍 노동자 불법 해고규탄의 현장, 사드배치 반대집회 등의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며 사회악을 규탄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함께 싸우는 일을 해왔다. 이날 목요일은 5월 18일이었고 많은 분들이 518 항쟁을 위해 의미 있는 현장예배를 드리기 원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두환의 자택 앞에 가서 규탄 집회를 하는 형식으로 하도록 결정하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과 회고록 표지가 인쇄된 종이를 촛불로 태운 뒤 해산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반성의 말을 해본적도 없고 촛불정국에도 두려움 없이 장편의 회고록을 출간하고 자신도 피해자인양 코스프레를 하는 전두환. 지금까지 전두환 자택 앞에서 행해진 규탄 집회와는 다르게 50여명의 기독인들이 홍대입구 전철역 앞에 모여서 30여분 행진하며 이동식 스피커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크게 틀고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을 처벌하라!” 구호를 계속 외치며 전두환의 집으로 향했다. 

연희동 골목으로 들어서니 고급 주택들이 들어서 있었고 번잡한 홍대의 상권의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 고요한 갑부 촌이 등장했다. 전두환의 자택 앞에는 이미 30여명의 전경들이 방패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른 저녁 8시, 전두환의 집은 모든 불이 꺼져 있었고 높은 담장과 그 사이로 보이는 조경이 거의 흠없이 잘 다듬어진 모습이 보인다. 천하의 살인마도 존귀한 집에 살며 경찰들이 보호를 하니 짱돌하나 던지기도 쉽지 않은 참으로 기묘한 위압감까지 느껴지는 장면이다. 

촛불교회 교인들은 조용한 부촌의 골목에서 자고 있는 전두환을 향해 앰프 스피커를 크게 틀고 구호를 외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시끄럽게 부르며 난장을 부렸다. 예배도중 광주학살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책임자들을 처벌해 주실 것과 저항정신을 이어받아 살아가자고 눈물로 탄식하는 기도가 이어졌고 518 유족회에서 발표한 민간인 사망자 수가 160여명 이지만 실종자 수와 그 후에 옥살이와 고문의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는 천여 명에 달한다고 증언한 시대의 증언도 이어졌다. 

전두환의 저택 앞에서 최대한 시끄럽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하며 회고록을 복사한 사진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했다. 한편으로는 참 속이 시원하기도 하였으나 한 시간 반 동안 집회를 마치고 가는 발걸음은 영 시원치가 않았다. 자신의 동포들을 얼굴도 알아볼 수 없게 무자비하게 죽인 이 살인마는 서울의 알짜배기 땅에 거대한 저택에서 무병장수 하고 있으니! 
죽을 나이가 되도록 지은 죄를 참회하기는커녕 피해자들을 비웃듯 기어코 회고록을 낸 사이코 패스! 

전두환의 집을 나서면서 천인공노할 살인마의 순탄한 말년을 보면서 하나님도 혼령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친 호러물의 결말을 전두환의 집에서 본 듯하다. 전두환 같은 자가 온당한 처벌을 받는 민주정의 국가가 그렇게 힘든 것인가! 전두환 같은 악인이 하나님의 정의에 단죄되어 지옥형벌을 받고 피해자들의 눈물이 씻겨지는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는 과연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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