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가장 중요한 환경입니다
부모는 가장 중요한 환경입니다
  • 이응도
  • 승인 2008.05.16 13: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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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이민 사회의 자녀 교육 (13)

S는 7학년의 여학생입니다. S의 가정은 3년 전 미국으로 왔습니다. 부모님은 하나 밖에 없는 딸의 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작은 사업체를 가지고 있었던 아빠는 미국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남의 밑에서 일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던지 자주 직장을 옮겨 다녔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업주부였던 엄마도 세탁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붙임성이 좋은 엄마는 곧 작은 세탁소 하나를 사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아지면서 S의 가정은 불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빠는 엄마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말하면서 자주 트집을 잡았습니다. 늘 피곤에 지친 엄마는 아빠에게 지지 않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1년 전, 술을 마신 아빠는 S가 보는 앞에서 엄마를 심하게 구타했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결국 별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혼 수속 중입니다. 엄마는 S와 함께 미국에서 살겠다고 말하고 있고, 아빠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합니다. 요즘 S는 엄마와 함께 생활하고 있고 가끔씩 아빠를 만납니다.

지난 2~3년 동안 S는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그 기간 동안 서로에 대해서 했던 모든 부정적인 말을 들었고, 같이 판단했고,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S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부란 무엇이며, 가정이란 무엇이며, 남자란 무엇이며, 여자란 무엇이며, 그리고 자녀란 무엇인지 학습하게 되었습니다. 7학년의 소녀가 경험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겁고 힘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때는 엄마가 되어 아빠를, 어떤 때는 아빠가 되어 엄마를 미워했습니다. 7학년의 여학생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이성에 대한 환상이나 꿈이 없는 대신 다소 지나칠 만큼 체념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S는 이혼을 결정한 엄마 아빠를 보면서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갈라서는 과정을 무능력하게 지켜보면서 자신의 존재와 가치가 부정되는 듯한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원래 명랑하고 밝은 성격이었던 S는 최근에는 가끔씩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증에 빠지곤 합니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엄마의 절망과 아내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아빠의 분노가 S에게 그대로 전이(轉移)되어 있습니다. 그 두 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S가 느끼는 위기감과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피곤에 절어서 들어오는 엄마를 볼 때나, 일주일에 한번 아빠와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S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미움과 연민, 그리고 위기감…. S는 어디론가 숨거나 피해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S는 요즘 채팅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저녁 늦게 엄마가 올 때까지 하루 3~4시간을 한국에 있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과 채팅을 합니다. 그곳에서 S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든 오빠들과 채팅을 하면서 음란한 대화를 하기도 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듯 보이는 친구들이 만든 사이트에 들어가 보기도 했습니다. 자살을 부추기는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 친구들보다는 자신이 누군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S는 점점 또래의 친구들과 멀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S의 부모는 S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왔습니다. S를 더욱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S의 부모는 S에게 좋은 환경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자라는 자녀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환경은 바로 부모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는 만큼 중요한 환경은 없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결국 S를 위해서 미국으로 건너온 부모는 S를 해치는 가장 악한 환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많은 이민 가정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했다고 해서 자녀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입니다. 백인들이 많은 학교, SAT성적이 좋은 학교를 '좋은 교육 환경'으로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습니다. 젊고 유능한 전도사가 있는 이민 교회를 찾아서 자신의 자녀를 맡겨 버리는 것도 옳은 생각은 아닙니다. 결국 자신의 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바로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S의 부모는 이제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서로 주고받은 상처가 얼마나 많은지를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서로를 원망하는 가운데 자녀가 얼마나 큰 아픔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대로 가정을 깨뜨리고 자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줄 것인지, 이제 돌이켜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응도 / 필라델피아 초대 교회 목사, 청소년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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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2011-11-12 10:50:32
Yeah, that's the tkicet, sir or ma'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