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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IOC 서한과 황사영의 백서가톨릭 리더 나경원의 무리수

가톨릭계  평화신문이  선정한 ‘주목받는 가톨릭 리더’로 뽑힌 나경원 의원(자유한국당 4선)이 큰 사고를 쳤다. 나경원은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을 막아 달라는 편지를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에 보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나경원은 올림픽의 성공을 책임져야 할 위원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또한 단일팀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집권당이던 시절 그들에 의해 추진되었던 일인데 단일팀으로 인한 평화 효과를 염려한 나경원은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그로 인해 나경원을 평창 올림픽 위원장에서 해임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벌써 24만명을 넘어 섰다.

나경원의 서한 사건은 당파적 이익을 위해 전세계의 관심이 쏠린 평창 동계 올림픽에 재를 뿌리려는 심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경원의 이런 행동은 200여년 전 그녀의 가톨릭 선배 신도인 황사영(黃嗣永: 1775-1801)의 백서 사건과 겹쳐진다. 황사영은 북경에 있던 프랑스 주교 구베아(Guvea )에게 편지를 써서 100여명의 신도들이 처형되고, 400여명이 유배지로 떠나는 신유사옥( 辛酉邪獄,1801) 상황에서 외세의 개입을 촉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편지는 적발되었고 결국 황사영도 처형되고 말았다.

황사영은 다산 정약용의 이복 형인 정약현의 사위로 중국의 주문모 신부에게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처삼촌인 정약용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정약용은 조카 사위인 황사영을 역적이라고까지 불렀다.

이 사건은 당대 지식인에게도 환영 받지 못했고 오늘날 사가들에 의해서도 그리 인정받지 못한다. 문규현 신부는 박해의 상황에서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교회가 민족보다 우선할 수 있는 가치냐고 묻는다.

“민족의 이익을 배반해가며 지키는 교회, 한 민족의 존엄성과 그 구성원들의 오랜 삶의 터전, 그리고 소중한 문화전통을 쓸어내며 전파하는 복음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되묻게 됩니다. 종교의 자유, 신교의 자유만 주어진다면, 그렇게 해서 '교회'를 지킬 수만 있다면 다른 가치들은 무시되어도 좋은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민족과 함께 쓰는 한국천주교회사 Ⅰ, 1994).

반면 이런 견해도 있다.

"황사영의 백서는 박해로 인한 대량학살의 비극으로부터 부당한 죽음과 어려움을 당하는 민족을 구하기 위해 국제적인 원조를 요청한 인권존중 옹호의 텍스트다. 또한 우리나라 역사에서 왕실과 국가를 분리시키려고 한 최초의 문서로서 우리나라 근대 정치사상의 분기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배은하, 역사의 땅, 배움의 땅 배론, 1992)

인권 차원에서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여기는 박노자 교수(오슬로대학)도 가담한다. 박노자 교수는 황사영 백서 사건을 비판하는 허동현 교수(경희대)에 반박하는 프레시안의 기고에서 이렇게 쓴다.

"민족주의 사학자들이 그를 외세 숭배자로 부르지만, 그가 진정으로 숭배했던 것은 오직 전지구인들이 공동으로 섬길 수 있는 보편적인 신(神)이었습니다. 종교인을 정치사의 기준으로 심판하는 데에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요?

어쨌든, 역사에 대한 판단을 현재의 민족주의적 세계관이 아닌 그 당시의 인식틀과 논리,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신앙과 신념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다원주의의 원칙에 의거해서 내리는 것이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가능한 최고의 객관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규현은 ‘민족’의 가치를 우선하고 배은하는 신앙을 우선했다. 박노자는 보편의 가치와 다원주의적 원칙에서 백서 사건을 다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족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외세를 불러 들이고 조선을 청나라에 편입시키자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제 상황에 어둡던 당시 상황에서 가톨릭을 서구의 지배이념으로 착각한 황사영이 '순교'라는 비인권적 상황을 ‘세계’라는 보편적 가치에 호소하려고 했던 점은 충분히 재론해 볼 만하다. 

그런데 이번 나경원의 서한은 어떤가? 수백명의 순교자도 없다. 오히려 단일팀 구성은  작년까지 한반도에 어둡게 드리워져 있던 전쟁의 그림자를 잠시라도 사라지게 만드는 효과를 주는 사건이다. 국가 재벌이라는 거대 개념을 앞세워 소시민들의 권리를 짓밟던 정당에서 갑자기 젊은 여자 선수들의 희생 운운 하면서 관심을 가지는 행위도 위선적이다. 게다가 이번 단일팀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의 흥행 실패를 우려한 조직위원회가 적극 밀고 있는 흥행카드다. 거기에는 이념도 희생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 국제 빙상위원회는 한국 선수단 전원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올림픽의 성공과 평화제전, 여자 아이스하키의 흥행을 위해 위원회와 다른 나라 선수단 모두가 흔쾌히 수용한 것이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관심의 대상이 되어서 좋고 주최국인 대한민국은 관용을 베푼 나라로 소개되어 좋고 조직위원회는 흥행에 도움이 되니 좋고 주관 방송사인 NBC는 광고 수익을 올려 좋다. 

황사영은 보편의 가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나경원은 보편의 가치가 추구하는 모든 것에 반하는 서한을 보냈다. 황사영은 신앙의 가치를 위해  민족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지만 나경원은  오로지 정파적 이익만을 위해 민족간의 전쟁을 부르고 있다. 그녀에게는 어쩌면 민족 같은 개념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일본 자위대 창립 기념식에 참석했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황사영의 세례명은 알렉시오(Alexis)고 나경원의 세례명은 아셀라(Asella)다. 두 성인 모두  5세기 로마에서 활동한 공통점이 있다.  민족의 문제를 외세로 끌고 갔다는 공통점도 있으나 박해당하는 약자의 입장에서 쓴 백서와 아직도 공고한 기득권 체제에 머물고 있는 나경원의 행위사이에는 조금의 공통점도 없다. 다시 말해 백서는 평가를 재고할 가치가 있으나 IOC 서한은 국내외 망신을 자초하고 전쟁을 부를 수 있는 편지다.

황사영의 백서만도 못한 사건을 보고 있는 마음은 씁쓸함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이제는 한국 가톨릭이 답할 차례다. 

김기대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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