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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노무현에 '약속'한 한 마디, 비극의 시작이명박이 말하는 '정치보복'의 씨앗,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

'피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14일, 10여 년 전 공개된 한 장의 편지가 떠올랐다. 2008년 7월 16일, '16대 대통령 노무현' 이름으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편지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수차례 '약속'한 말이라고 했다.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거듭 다짐으로 말했다"라고 노 전 대통령은 편지에 썼다. 편지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며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 비서진을 고발하겠다고 나선 후 작성된 것이다 

2008년 7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 명의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노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잘 모시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예우하겠다'는 이 전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던 터다. 그래서, 비서진이 고발당하자 노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 말씀을 믿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했습니다.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는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힘 없는 실무자들을 고발하겠다니 내가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기록은 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황망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 물러섭니다."

국가기록원을 내세워 노 전 대통령의 항복 선언을 받아낸 그 배후에는 MB 청와대가 있었다. 지난 1월 '국가기록관리혁신TF' 발표에 따르면, 참여정부 비서진을 고발한 주체가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임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앞에서는 '예우'를 말하고 뒤에서는 고발을 기획했다. 
  
이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말하는 이유
 

다스 비자금 의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그랬던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인들을 향해 검찰 수사가 좁혀오자 노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하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 1월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 성명

2018년 3월 14일,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의 마지막 말도 앞서 강조한 '정치보복' 프레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이 전 대통령은 앞에서는 '예우'를 말하고 뒤에서는 주변인들을 공격한 '기만'이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왔다고 여길 것이다.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의 통한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어졌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당당하게도 "정치보복"을 얘기할 수 있을 터다. 그래서 지금와서야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라던 약속을 스스로 깬 것을 후회할지 모른다. 

그러나 애초, 대통령이던 시절 이 전 대통령이 말한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를 세우겠다"는 것은 '전제'부터 잘못됐다. '예우'라는 단어에 봐주기는 필요치 않다. '죄 지은 만큼'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만 20개에 달한다. 

칼을 숨긴 채 '전직 대통령 예우'라는 가면을 썼던 게 이 전 대통령의 과오다. 이로 인해 전직 대통령의 죄를 묻는 행위 자체가 '정치 보복'이란 프레임으로 소비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캐는 일이 국민들에게는 서로가 서로를 물어 뜯는 시끄러운 정치 게임으로만 여겨지게 된 비극의 단초다. 

"오늘 OOO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날이다. 전직 대통령이 불미스러운 일로 법의 심판을 받는 것도 OOO 전 대통령이 마침표가 되기를 염원한다. 검찰에 불려다니는 전직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간다."

OOO안에 들어갈 이름만 '이명박'으로 넣으면 오늘 발표됐어도 손색이 없을 논평이다. 논평의 주인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2009년 4월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지금은 수의를 입고 있는, 조윤선 전 장관이다.

전직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이 이 전 대통령 선에서 끝낼 방법은 하나다.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이주연 기자 / <오마이뉴스>, 본보 제휴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이주연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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