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합주의 불모지에 선 클라리네스트
관악합주의 불모지에 선 클라리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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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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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윈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 지휘자 김하나씨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The New York Wind Orchestra. 단장 이희종)는 뉴욕 유일의 전문 관악 합주단이다. 세계의 중심인 미국 뉴욕. 모든 것에서 앞설 것 같지만, 전문 관악 합주 부분에서는 불모지와 같았다. 실력 있는 연주자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많고 거기에 솔리스트를 배출하는 풍토가 있다 보니 전문 관악 합주단이 만들어지지 않은 거다. 관악 합주 불모지 같은 뉴욕에 2015년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의 전문 연주자 40여 명이 함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 중심에는 한인 연주자들이 있다. 또 그 중심에는 음악감독과 지휘를 맡고 있는 김하나씨가 있다. 김하나 씨는 클라리넷 4중주단 ‘콰르텟 피리’ 리더이기도 하다.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 리허설 장면 ⓒ

“한국 관악 연주자들은 관악 합주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관악 합주가 필수 과목이거든요. 그런데 뉴욕에 오니 전문 관악 합주단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미국 중부나 서부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뉴욕에는 없더라고요.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 이희종 단장님도 학부 때는 트럼펫을 전공하셨는데, 의기투합해서 좋은 관악 합주단을 만들자고 했죠. 2015년 5월에 창단해서 3년 조금 넘었는데 정기 연주회를 7번 했어요. 기타 연주회를 합하면 12번이고요. 올 12월에도 정기 연주회가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투어 더 프랑스’에요. 프랑스를 음악과 함께 여행을 하는 거지요. 전반부에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을 색채를 살려 연주를 하고, 후반부에는 대중적인 음악을 연주하려고 합니다. 또 음악회에 오신 분들과 함께 노래 부르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음악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와도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과 함께하는 음악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 김하나 씨가 추구하는 음악이다. 김하나씨에게 음악은 한줄기의 빛과 같은 존재였다. 괴롭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고민이 있을 때도 연주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 위로가 되었다. 음악과 함께하며 처해 있는 상황보다 더 나은 삶을 꿈꿨다. 그러면서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희망을 발견했다. 본인이 음악에서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다른 이들도 음악과 소통하며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무엇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거다.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과는 달리 청중들이 음악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곡을 친절하게 해석하여 연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다. 그러면 본인들이 하는 음악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관객들과의 관계와 호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아무리 잘 연주하더라도 연주자만 이해하고 끝나는 음악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연주하는 곡이 어려운 곳이던 쉬운 곡이던 그 음악이 사람들에게 전달될 때 살아 있는 게 되지요. 대중이 없는 음악은 존재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것은 음악 자체가 딱딱해서가 아니에요. 음악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그 이상의 작업을 안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도 느끼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지요. 그래서 저는 음악회를 열 때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는 요소를 항상 가미합니다. 우리 음악을 들어 주는 관객에게 감사하며, 우리의 마음을 모두 다 전달하기 위해 애 쓰지요.”

김하나 씨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해설음악회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대중 음악회가 청중들과 대화도 하고, 가수나 연주자들이 본인의 삶도 나누는 것처럼 클래식 음악회도 더 많이 대중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곡에 대한 해설도 하고,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들으면 좋은지, 이 음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깔이 무엇인지만 알려 주어도 대중은 클래식과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 지휘자 김하나씨 ⓒ

감동은 공감에서부터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 김하나 씨는 음악이 아닌 대중들이 향유하는 다른 문화를 함께 누리는 것을 중요하게 말했다. 장르에 상관없이 본인보다 훨씬 앞서 있는 사람들의 작품들을 읽고, 보는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충격이 음악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며,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 다가온 영감들은 음과 음만을 생각할 때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대해 다른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보통 악기를 연주하면 자기가 연주하는 악기의 장점과 단점을 먼저 생각하거든요. 악기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들로 음악적인 부분을 전달하려고 하지요.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장르의 예술 작품을 많이 접했지요. 그 작품들이 전해 주는 것들에 제가 공감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겠어요. 음악은 제가 누린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니까, 제가 먼저 공감을 잘해야 하지요. 저는 음악 속에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부분을 찾아내고 싶고, 지금도 그걸 찾고 있어요.”

끊임없는 도전

찰스 나이딕. 김하나씨가 모델로 삼고 있는 클라리네스트다. 뉴욕 언론에서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의 명인’으로 평가되는 그는 김하나 씨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가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의 명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를 넘어 늘 새로운 도전을 하기 때문이다. 예일대학에서는 인류학을 전공했고, 지휘에도 관심을 가져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김하나 씨는 자신의 스승을 완벽한 음악가라고 평하면서도,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음악가로 평가했다.

스승의 영향 때문일까. 김하나 씨도 대중과 소통을 하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본인이 리더로 있는 ‘콰르텟 피리’는 클라리넷 4중주단이지만 피아노, 타악기 등 다른 악기들과 협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악기를 함께할 때 더 다양한 형태의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르를 뛰어 넘기도 한다.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과 국악이나 탱고를 접목하기도 했다. 올 12월에 있는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 정기 공연에서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도 어쩌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전달하는 매개자

김하나 씨는 본인의 이런 노력이 미주 한인들이 더 많은 문화생활을 누리는데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공연이 있으면 항상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한다. 사람들을 만나며 생각보다 교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또 본인이 마음을 다해 사람들을 만날 때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과 클래식 음악으로 만나고 소통하려 한다.

김하나씨 ⓒ

“관악 합주는 뉴욕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 있어요. 그래서 관악 합주가 교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지난 3년간 공연을 통해 교민들을 만났을 때, 그 가능성을 보기도 했습니다.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동이 쉽지 않지만, ‘콰르텟 피리’는 작은 규모이니 앞으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병원같이 음악에서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는 연주회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부모님을 여의면서 사람이 돌아갈 때 가져 갈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추억은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인들이 중심이 된 오케스트라로 미국에 있는 다른 관악합주단과도 교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뉴욕이 아닌 다른 지역에는 전통적인 관악 합주 단체가 있는데, 그분들과 만날 수 있는 페스티발에도 참석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김하나 클라리네스트는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맨하탄 음대에서 석사, 뉴욕주립대학 스토니브룩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저지 몽클레어 주립대학, 줄리아드 예비학교, 뉴욕 주립대 펄체스, 뉴욕 시립대 퀸스 칼리지, 포틀랜드 주립 대학 교수 역임하고 현재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일본 키타카루이자와 뮤직 세미나 교수, 뉴욕 윈드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겸 상임 지휘자, 클라리넷 4중주단 콰르텟 피리 리더, 서울 클라리넷 앙상블 객원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10월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대와 충남대 등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 김하나 씨가 리더로 있는 ‘콰르텟 피리’는 최근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열리는 클라리넷 페스티발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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