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 입은 목사들, 인종차별 고발하다
후드 입은 목사들, 인종차별 고발하다
  • 전현진
  • 승인 2012.04.02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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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소년 총격 사망으로 '후드 시위' 확산…정치인까지 참여해 전국적 이슈로

   
 
  ▲ 워싱턴 브라운기념침례교회 클린턴 밀러 목사(사진)는 평소 입던 슈트 대신 검은 후드를 입고 강대상에 올랐다. (뉴욕타임즈 기사 갈무리)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17)의 죽음을 둘러싸고 미국 전역에서 흑인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소년이 입고 있던 '후드'는 반발의 상징이 되었다. 지난 3월 25일 흑인 목사들은 후드를 입고 설교를 하는 등 '후드 시위'에 동참했다. 워싱턴 브라운기념침례교회 클린턴 밀러 목사는 평소 입던 슈트 대신 검은 후드를 입고 강대상에 올랐고, 애틀랜타 에벤에셀침례교회 라파엘 워녹 목사와 성도들도 후드를 입고 예배를 드렸다. 이 밖에도 미국 전역 많은 교회에서 '후드 주일'이 연출됐다.

이번 총격 사건은 지난 2월 26일에 발생했다. 플로리다 샌퍼드에 사는 마틴은 사건 당일 저녁 가게에 들려 음료수와 과자를 사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히스패닉계 자율방법대원 조지 짐머맨(28)은 "마약을 한 것 같다"며 "흑인이고 후드를 입었다"고 경찰에 보고한 뒤 추격 후 총격을 가했고 마틴은 사망했다. 짐머맨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으며 경찰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살상 무기의 사용을 허용하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에 따라 그를 체포하지 않았다. 비무장 청소년이 무고하게 총격을 받은 사건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자 미주 전역에서 '후드 시위'가 일어났고 많은 목회자들은 이 사건으로 다시 제기된 흑인 문제를 설교하고 나섰다.
   
 
 

▲ 트레이본 마틴(좌)은 사건 당일 저녁 가게에 들려 음료수와 과자를 사 집으로 가는 길에 히스패닉계 자율방법대원 조지 짐머맨(우)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밀러 목사는 후드를 입고 진행한 설교에서 "이 사건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오랫동안 미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숀벨과 아마도우 디엘로 같은 이들을 거론하며, 이러한 총격의 배경에 인종 문제는 물론 방만한 총기 사용과 이웃 사이의 불신 등 복합적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밀러 목사가 거론한 총격 사건은 1999년 4명의 사복 경찰이 기니 출신 아마도우 디엘로우(23)를 불심검문하는 과정에서 그가 지갑을 꺼내는 모습을 총을 꺼내는 모습으로 오인 41발을 총격을 가해 사망한 사건과 2006년 11월 결혼을 앞둔 숀벨(23)이 친구들과 함께 경찰과 시비가 붙은 과정에서 경찰이 50여 발의 총격을 가해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 모두 흑인이었고 비무장 상태였다.

이 사건 모두 흑인에게 범죄 이미지를 투영하는 사회 분위기와 편견이 그 원인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흑인의 범죄 성향이 높다는 '인종 프로파일링'의 논리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민주당 바비 러쉬 하원의원은 지난 3월 28일 연방하원의사당에서 슈트 안에 후드를 입고 발언대 앞에 섰다. 그는 "인종 프로파일링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후드(hoodie)를 입었다고 모두 범죄자(hoodlum)가 아니다"고 발언하며 후드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다. 그는 '모자를 쓰고 발언할 수 없다'는 의사당 규정 위반으로 쫓겨났다.
   
 
 

▲ 바비 러쉬 의원(사진)은 의사당에서 후드를 입고 "인종 프로파일링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후드(hoodie)를 입었다고 모두 범죄자(hoodlum)가 아니다"고 발언했다. (CNN 인터뷰 영상 갈무리)

 
 
존 파이퍼 목사(베들레헴침례교회)는 3월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마틴 총격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팀 캘러 목사(리디머교회)와 '인종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좌담을 하기도 한 그는 "인종차별은 성경에서 말하는 죄와 타락의 개념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며 "교만함은 하나님은 물론이고 다른 모든 이들보다 자기 자신만을 기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공감하기보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죄성이 인종차별과 비극을 만들어 냈다는 해석이다.

그는 히브리서 13장 3절을 인용하며 "서로의 고통을 한 몸과 같이 나눠져야 한다"며 고통 중에 깊은 공감을 강조했다. 백인의 몸이나 흑인의 몸이 아닌 그저 한 몸으로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차별을 이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만일 짐머맨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기도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다른 결과가 나왔겠느냐"며 "당신은 무엇을 기도하고 있느냐"고 물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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