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할 수 없는 일본인
정직할 수 없는 일본인
  • 박충구
  • 승인 2019.07.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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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 계신 벗 김성호 목사께서 보내준 “일본의 죄악사”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일본인을 일러 “조선인을 괴롭히려 태어난 족속”처럼 여긴다. 자료를 찾아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확신이 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 든 생각은 ”내게도 깊은 마음의 상처”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의 일천한 경험에서도 일본사람과의 만남은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2005/6년 퀘이커 공동체 펜들힐의 초청으로 그곳에 머물고 있었을 때 일본인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예의가 바르고 언제나 상냥했지만, 어느 날 그들과 나는 많은 이들 앞에서 견해가 갈렸다. 그들은 일본인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며, 세계에 유례가 없는 평화헌법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는 것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여 나는 그런 이해는 일종의 “생략의 죄”를 짓는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감추고 고백하지 않는다. 그들은 2차 세계 대전 전범 국가라는 사실은 축소하거나 감추고, 미국의 원폭 피해자라는 사실만 드러낸다. 지난 2000년 일본으로 교수 퇴수회를 간 적이 있었다. 당시 가장 끔찍했던 것은 교토 히가시야마구에서 세계에 유례가 없는 조선인들의 “코 무덤”이 세워져 있는 현장을 가 본 일이다. 거기에는 18만 5738명의 조선인 코가 잘려가 묻혀있었다. 거기엔 명나라 사람 2914명의 잘린 코도 함께 묻혀있다. 어느 나라가 제 자식들에게 남의 나라 사람들의 코를 잘라다 묻어놓은 것을 자랑삼아 무덤을 만들어 놓을 수 있을까?

임진왜란 정유재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군사들에게 그들이 죽인 조선인의 코를 베어오라고 명령을 했고, 일인들은 그 짓을 했다. 조선 사람의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서 사람을 죽인 업적을 증명하고 자랑하려 본토로 가져간 사람들이 일본인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삼아 코 무덤(실제로는 코 무덤이 너무 끔찍하다고 하여 귀 무덤이라고 이라고 써 놓았다) 만들어 놓았다. 조선인 근 이십만 명의 코를 묻은 그 무덤을 바라보며 일본인들의 자식들은 한국인에 대하여 존중의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코가 베어져 버려진 조선인의 시신들에 대한 이야기와 코무덤에 관한 이야기를 퀘이커들에게 해 주었을 때 좌중은 조용해졌었다.

나가사끼에 가면 원폭이 투하되었던 현장이 있다. 그곳을 일본인은 평화공원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았다. 나는 그 현장을 둘러보면서 원폭에 의하여 증발하고, 죽어간 사람들이 겪었을 그 아비규환의 역사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었다. 그러나 당시 나가사키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일본으로 반강제 이주했던 상당수의 한국인도 살고 있었고, 그들도 죽임을 당했다. 원폭 피해자임을 주장하면서 일본인들은 조선인 피해의 역사를 드러내지 않는다.

나 역시 원자폭탄의 가공할 위력과 그 폭탄을 사용한 백인들의 비정함에 분노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일본의 죄악사”를 읽으며 일본인들이 감추어 놓은 역사를 읽게 되었다. 현재, 나가사키 평화공원은 임진왜란 때 조선인들이 잡혀가서 노예로 팔려 가던 조선 노예 장터였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인 노예시장의 비참한 정황에 대한 기록은 일본인 승려 게이넨의 “조선일기”, 갈레치의 “동서인도항해기”에 근거한 것이다. 백인들이 아프리카 해안에서 흑인들을 잡아다 노예로 팔았던 악행과 유사한 일을 일인들이 조선사람에게 했던 것이다.

그들은 20세기에도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의 총알받이로, 일본군 성욕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여기고서도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줄 모른다. 일본의 죄악사를 읽으면, 일본인들이 수백 년 동안 조선인을 멸시, 살상, 착취해온 사실을 알게 되고, 도대체 어쩌다 이웃 나라를 대대로 괴롭히는 이런 인간 집단이 있느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물론 일본인 중에는 정직한 이도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일본인들이 지금도 역사 교과서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을 감추고, 역사를 왜곡하는 짓을 버젓이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역사를 배운 지식인과 지난 역사에 대하여 토론하다 보면 얼굴이 벌게지면서 그 근거를 가져오라고 주장한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일본 교과서에는 126가지나 역사를 축소하거나, 적반하장으로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역사의식에 있어서 정직할 수 없는 일본인이 과연 좋은 교양인이 될 수 있을까?

일본의 평화헌법은 일본인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1947년 당시 점령군이자 연합군의 지휘관이었던 맥아더에 의하여 강요된 것이었다. 거기에는 일본의 무장 포기, 전쟁포기, 전쟁행위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일본은 자위대를 만들어 그 정신을 이미 훼손했고, 일본의 역대 보수 정권들은 평화헌법을 수정하여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여기저기서 보여주곤 했다. 일본 위기론을 만들어야 그들의 의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지금 아베가 벌이고 있는 경제 전쟁도 잔인한 “일본인다움”의 연장인지도 모른다. 일본 지식인의 역사 왜곡으로 인하여 그들의 부정직한 피는 오늘의 일본인들 속에서도 여전히 흐르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새벽잠을 자는 데 갑자기 요란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와 잠을 설친 적이 있다. 창문을 열어보니 극우 세력의 민간인 군대가 새벽부터 거리를 마치 군대처럼 열을 지어 천천히 행진하고 있었다. 일본이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새벽부터 차도를 점령한 채 고성능 확성기로 외쳐대고 있었다. 일본에는 자위대만이 아니라 극우적인 민간인으로 구성된 군대도 존재한다. 그들의 한인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혐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경멸 수준이다. 이런 집단을 아직도 재생산하고 있는 정말 이상하고도 위험한 나라다.

“일본의 죄악사”, 일본을 제대로 알기 위하여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굳이 그들을 미워하거나 배척할 이유는 없지만, 왜 저들이 우리가 이해하기 퍽 어려운 짓을 집단으로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록 일부 정확한 정보나 분석이. 결여되어 있어 아쉽지만, 이 책을 읽으면 평화헌법을 버리려고 애쓰고 있는 아베의 눈빛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역사를 모르는 한국인,정직한 역사를 배우지 못하는 일본인 - 이런 현실이 오늘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충구 교수 / 전 감신대 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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