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당한 동성애 청소년, 자살로 삶 마감
놀림당한 동성애 청소년, 자살로 삶 마감
  • 신기성
  • 승인 2019.10.0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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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acebook, "Justice for Channing"
사진 출처: Facebook, "Justice for Channing"

[뉴스M=신기성 기자] 올해 16살이던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성적 지향이 인터넷에 알려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남부 테네시 주에 사는 채닝 스미스는 인터넷에 양성애 아웃팅(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당함과 동시에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기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채닝은 한 친구에게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얘기했다. 친한 친구 사이의 사적인 대화였으며, 그는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성 정체성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하지만 곧 친구와 나눴던 사적 대화가 캡처되어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에 공유된 사실을 알게 된다. 테네시 주 커피 카운티(Coffee County)의 한 작은 마을에 살던 채닝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되었고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다.

채닝의 형 조슈아 스미스는 그의 친구들이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죠수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성애자라고 해서 사형선고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썼다. 채닝의 어머니 크리스탈 스미스는 지역 방송국 WTVF에 출연해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놀리는 것이 재밌다거나 귀여운 짓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짓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았다면 내 아들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같은 반 친구인 페이스 호네아는 “사람들이 그의 성 정체성을 알아내고 놀림감으로 만드는 것을 보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고, 어느 누구도 타인의 성 정체성을 소문내거나 비웃을 권리는 없다고 했다. 친구들이 채닝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무엇보다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다고 했다.

테네시 주의 LGBTQ 옹호 그룹인 테네시이퀄리티프로젝트(이하 TEP)의 디렉터인 크리스 센더스는 ‘채닝이 자살하기 전 친구들로부터 당했던 이야기는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정책이 보다 잘 실행될 수 있도록 그리고 커뮤니티 리더들이 LGBTQ 학생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조슈아는 동생의 사망 후 학교 교장이 채닝의 이름이 들어간 티셔츠와 포스터를 입거나 부착하지 못하게 막았고, 홈페이지에 공지도 하지 않는 등 사건을 은폐 내지 축소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학교와 관련 기관은 채닝의 죽음이 빨리 잊혀지기 바라지만 자신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외침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채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친구들의 괴롭힘과 따돌림에 대해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채닝의 자살 사건이 발행한 테네시 주 커피 카운티의 크레이그 노스코트 검사장은 유명한 반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동성애 관계에서 일어나는 가정 폭력에는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동성 커플 사이의 폭행에 관해, “보호해야 할 가정이라는 것이 동성애 관계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소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채닝의 죽음과 관련해 사이버 폭력 가해자들을 조사 혹은 기소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말이 카운티 검찰청 수사 관계자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검사장 노스코느는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아직 아무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밝혔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가족들과 TEP 등 시민단체는 카운티 검사장이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바비를 위한 기도

테네시 주는 보수 기독교 영향력이 강한 남동부 주들을 일컫는 소위 바이블 벨트 지역에 있다. 이 주들은 사회 문화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고 신학적으로 근본주의와 복음주의 교회들이 많다. 채닝의 형 조슈아는 그의 아버지가 굉장히 보수적인(ultra-conservative) 사람이며,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해서 의절을 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 말 자체를 꺼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성지향성이 자신이 믿었던 친구들에 의해 인터넷에 공개가 되고 놀림을 당하는 상황을 16살 소년은 견디지 못했다.

채닝의 자살 뉴스를 접하면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가 떠오른다. 주인공 바비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지만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이 사실을 두렵게 받아들인다. 그는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조심스럽게 형 에드에게 얘기한다. 가족들은 에드를 통해서 바비가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는다.

특히 바비의 엄마 메리는 신앙으로 아들의 성 정체성을 고칠 수 있다고 믿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한다. 메리는 아들 바비가 죄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기도로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은 메리는 교회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으라고 가르친다. 엄마의 권유에 따라 그는 1년 동안 노력을 해 보지만 결국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의 치료를 주장하는 엄마의 요구는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 받아 주거나 아니면 잊어 달라고 얘기한다. 메리는 이를 거부한다.

“난 게이 아들을 둘 수 없다.”

바비는 동성애 치유를 포기하고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로 이사를 간다. 그곳에서 데이빗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엄마에게 부정당한 아들로서의 상실감과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결국 바비는 다리에서 고속도로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죽는 순간 자신을 거부한 엄마를 떠올린다.

아들의 죽음을 대하며 메리는 바비가 겪었던 절망과 고통을 들여다본다. 그의 일기장을 읽으며,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아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맹목적인 믿음이 아들을 죽게 했음을 깨닫는다.

하나님이 그를 고쳐주지 않으신 이유는 그에게 바로잡아야 할 잘못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바비를 거절한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메리 자신이었다. 이후로 메리는 교회와 사회에서 부정당하는 또 다른 바비 들을 위해서 나서게 된다. 아들 바비에게 해 주지 못한 것들을 소외당한 다른 이들에게 해 주며 인권운동에 앞장선다.

한인 교회 사례

미주 한인 교계에 동성애 커밍아웃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 봤지만 현재까지는 찾을 수 없었다. 미국 성공회는 동성애 결혼과 동성애자 사제를 인정하며 주교 중에도 동성애자가 있다. 하지만 뉴욕 인근의 성공회 교회에 동성애자라고 밝힌 한인 교인은 없다고 한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다른 교단의 한인 교회에도 없다.

‘한인 중에 성 소수자가 없어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생긴다. 보스턴에서 한인 퀴어 기독교인 모임을 이끌고 있는 구현우 전도사는 한인 교회에도 성 소수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한인 교회에 성 소수자가 커밍아웃해서 파장을 일으켰다는 얘기는 아직 자신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아마도 성 소수자들 스스로 한인 교회를 떠났거나 아직까지 철저히 숨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 전도사는 자신이 경험한 한인 동성애자에 관한 두 개의 사례를 소개했다.

동성애자인 A씨는 한국 문화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서 한인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속한 교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인 교회가 동성애에 배타적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아주 가까운 극소수의 친구들만 알았을 뿐이다. 교회 리더들을 비롯한 대다수 교인들은 그가 동성애자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A씨가 있는 앞에서 동성애를 비판하고 정죄하는 말들을 했었고, 그럴 때마다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결국 A씨는 교회에서 마음을 여는 것을 포기했다.

성적 취향 때문에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청년도 있다. B씨는 고등학교 때 용기를 내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말했는데 부모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는 제발 교회에서만은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고, 그의 아버지는 수년이 지난 현재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가족들은 여전히 서로 사랑하지만, 이 문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머니는 애써 모른 척, 없었던 일인 것처럼 행동한다. 자신이 부모 형제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늘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구 전도사는 세상에서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교회에서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신앙 공동체라고 믿는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가 아는 많은 한인 성 소수자들이 학교가 교회보다 고민을 털어놓기 더 편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김영봉 목사는 “성소수자를 보는 두 가지 시각”이라는 제목의 목회 칼럼에서 성적지향성이 어떤 방법으로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를 보아왔다고 말하고 때로는 자녀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이며 “자신을 품어 줄 유일한 세상”이기 때문에, 그런 부모로부터 부정당한다면 이들은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게 된다.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은 “옛날 장애아를 수치스럽게 여겨 숨겨 키웠던 것만큼이나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성소수자를 보는 두 개의 시각")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지내다 상처받고 결국 교회를 떠나는 그들은 어디에서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놀림, 괴롭힘, 집단 따돌림, 그리고 정죄의 대상이 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리는 성 소수자에 대해서 교회는 어떤 목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무지개신학연구소 김준우 목사는 채닝의 자살 소식을 페이스북에 전하면서 ‘해마다 미국에서 180만 명 이상의 성 소수자 청소년들이 자살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가족이든, 교회 교사든, 목회자 등 단 한 사람만이라도 성 소수자 청소년을 지지해준다면 자살 시도를 40%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십대 트랜스젠더의 자살 시도는 57%에 이르는 반면, 부모가 인정해 주는 십대 트랜스젠더의 자살 시도는 4%였다’고 말했다.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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