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맥아더 목사, 여성 설교자 향해 "수치스럽다"며 막말
존 맥아더 목사, 여성 설교자 향해 "수치스럽다"며 막말
  • Michael Oh
  • 승인 2019.12.03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M=마이클 오 기자] 교회 내 여성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교계에서도 여성 설교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과 불평은 뿌리 깊다. 최근 베스 무어에 대해 쏟아지는 남성 목회자의 맹비난과 반응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남침례교단 출신 여성 작가이자 교사인 베스 무어는 교단을 넘어서는 인기와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녀가 발간한 성경 공부 교재와 저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빼앗길 수 없는 축복”, “주의 말씀, 내 기도가 되어”,  "그리스도인이 유혹에 빠질 때”, “빌리빙 God" 등의 서적과 성경 공부 교제로 알려져있다. 그녀가 이끌고 있는 리빙프루프(Living Proof) 컨퍼런스와 각종 강연회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또한 그녀의 트위터는 백만을 바라보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온라인 포스팅이 뜨거운 반응과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존 맥아더와 베스 무어
존 맥아더와 베스 무어

존 맥아더 목사, “집에나 가버려”

최근 베스 무어에 대한 비난 가운데 존 맥아더 목사의 발언이 많은 논란을 만들고 있다. 존 맥아더 목사는 미국 보수 복음주의의 대표적인 목회자로서, 그가 개척한 은혜공동체교회(Grace Community Church)는 수많은 목회자에게 성공적인 교회 성장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가 쓴 "맥아더 성경주석(The MacArthur Bible Commentary)" 또한 보수 복음주의 목회자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런 무게감 있는 목회자가 베스 무어를 향해 내뱉은 표현은 다소 놀랄만한 것이었다. 지난 11월 14일 자 [허핑턴 포스트]에 따르면 존 맥아더 목사는 베스 무어에 관한 생각을 묻는 말에, “집으로 돌아가! (Go Home)”라고 대답했다. 지난 10월 18일에 열린 ‘트루스 마스터즈 컨퍼런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허핑턴포스트]는 그가 성경의 다양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여성 설교자는 ‘천박하고 꼴 상스러우며 수치스럽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연약하며 단순하다. 여성이 다른 여성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성경은 여성이 남성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다스려야 된다고 가르친다. 여성이 권위 있는 위치에 오르면,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혼란과 파멸이 따라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남성을 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남성이 약해지면 모든 사람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하나님의 질서를 내팽개칠 때, 항상 재앙이 따라왔다. 젊은이와 여성이 권력을 가지는 것은 하나님이 내리는 심판일 뿐이다.”

 

남침례교단, “설교는 남성의 목소리로...”

근래에 베스 무어에 대한 불편한 반응은, 지난 5월 한 교회에서 행한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설교로 시작됐다. 6월 5일 자 [RNS] 기사에 따르면, 그녀는 이날 남성을 포함한 회중에게 설교를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남침례교단 인사들은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비난의 이유는 여성이 남성이 있는 회중에 설교를 전했다는 것이다. 남침례교단은 여성 설교는 같은 여성에게만 가능하며,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설교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교 오웬 스트라찬 교수는 “여성이 성인 남성에게 가르침과 설교를 전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설계에 반항하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남침례신학대학교 학장인 알버트 몰러도 “하나님께서 남성의 목소리를 통해 설교를 행하라고 하신 것은 창조 질서 가운데 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베스 무어를 비판했다.

남침례신학대학교 조쉬 부아이스 또한 그의 블로그 포스팅 “남침례교단이 베스 무어의 활동을 금지해야 이유”를 통해 비판을 가했다.

 

베스 무어 반응

이러한 공격과 비난에 대해, 베스 무어는 차분하지만 명확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존 맥아더 목사의 발언 이후, 베스 무어는 자신의 트위터 포스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요한복음 4장의 이야기를 인용, 예수님이 여성에게 복음을 전했으며 그 여성을 통해 온 마을에 복음이 전파되었다고 지적한 뒤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오늘 아침 이 구절과 로마서 16장을 묵상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예수님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 더는 여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발상은 정말이지 어리석다는 것이다. 신약 성서에 나오는 여성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한번 쳐보기를 바란다.”

베스 무어는 이전 남침례교단의 비판과 비난에 대해서도 트위터 포스팅을 통해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속상해하는 형제들, 안심해도 괜찮아요! 난 여성이 당신들의 구역을 점령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허브차나 한잔하면서 좀 진정하세요!”

베스 무어 트위터 갈무리
베스 무어 트위터 갈무리

베스 무어, 막는 것이 능사인가?

[허핑턴포스트]는 무어의 반응은 결코 공격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녀도 자신이 “순응주의자”라고 이야기했다. 교단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바람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녀의 능력과 영향력은 소셜미디어의 확장과 더불어 이미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녀는 이미 대부분의 남침례교단 남성 지도자보다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교단과 전통을 가로지르며 수많은 기독교인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RNS]도 그녀를 교계의 ‘록스타(Rock Star)’라고 불렀다. 그녀가 말씀을 듣기 위해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장과 대형 교회 예배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계의 남성 지도자에는 위협 요소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에 기름을 부은 사건도 있었다. 그녀는 2016년 미국 대선 기간에 여성 비하와 백인 우월주의자가 백인 복음주의 진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그녀는 이러한 혐오와 배제를 일으키는 세력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지켜보며 느꼈던 감정을 트위터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전했다.

“나는 성령님의 원하심을 뼛속 깊이 느꼈다. 그것은 내가 남침례교단 가운데 경건의 탈을 쓰고 위선의 악취를 풍기는 이들이 쏟아내는 여성차별과 혐오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그동안 역겹고 끔찍한 일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걷힌 것이다. 수많은 세월 동안 나는 이들이 단지 성경에 충실히 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 모양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성경이 아니라 죄악과 권력, 여성 차별과 혐오, 그리고 교만과 조직의 보호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서 그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오용할 뿐만 아니라 그런 행태를 은폐했다. 그들은 양을 보호하는 대신 양치기들만 보호했다.”

베스 무어를 향한 미국 보수 복음주의의 불편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 지도자의 등장과 영향력은 억제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무어의 반응은 오늘날 보수 복음주의 전통에 속한 여성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에게 설교 강단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교회 전통 가운데 신중하고도 창조적으로 그들의 공간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성 설교자에 대한 불만의 뿌리

[허핑턴포스트]는 칼빈신학교 역사학 교수 크리스틴 두 메즈의 해석을 소개했다. 그녀에 따르면 여성 설교에 대한 과민 반응은 결코 자연스럽거나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소 논란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미국 복음주의 역사 가운데 여성이 가르치거나 설교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 민권 운동과 여성주의 운동이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당시 성평등과 인권을 향한 거센 물결이 남성 보수 백인 복음주의자에게는 큰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도권에 대한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성 역할과 순결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정통적인 입장으로 못 박는 한편, 이러한 이슈에 있어 다양한 의견과 해석을 이단적이거나 비성경적인 것으로 몰아붙이며 비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교단과 종교 기관을 장악하려고 했으며, 가능하다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치려고 했다.”

크리스틴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날로 치솟는 무어의 인기는 남성 지도자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반발이 여전히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영향력 있고 매력적인 선생일 뿐만 아니라, 이제껏 남성 지도자가 쌓아온 (남성 중심의) 종교적 정체성과 권위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매우 조심스럽고도 지혜롭게 발걸음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분명 매우 명확하게 그어진 선을 따라 진행되고 있다.”

 

[참고자료]

https://www.huffpost.com/entry/beth-moore-john-macarthur-women-preaching_n_5dcd7d10e4b03a7e0296834b

https://religionnews.com/2019/10/19/accusing-sbc-of-caving-john-macarthur-says-beth-moore-should-go-home/

https://religionnews.com/2019/06/05/beth-moores-ministry-reignites-debate-over-whether-women-can-preach/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