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높은 한인 이민자 자살률, 교회가 나서야 한다
유독 높은 한인 이민자 자살률, 교회가 나서야 한다
  • Michael Oh
  • 승인 2019.12.1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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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M=마이클 오 기자] “미주 한인의 자살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매년 200명이 넘는 한인이 자살하고 있으며, 아동과 청소년 연령대에서도 자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적절한 정신 건강 치료나 도움이 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엘에이 정신 건강국 4지구 안정영 담당관이 ‘한인 정신 건강 정보 한마당’을 통해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다. 지난 12월 2일(월) 엘에이 카운티 정신 건강국 피어 리소스 센터(Peer Resource Center)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관련 이슈에 관해 전문가와 사역자, 그리고 교계 관계자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인 자살과 정신 건강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자원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을 소개하고 있는 안정영 담당관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을 소개하고 있는 안정영 담당관

급증하는 한인 자살, 취약한 정신 건강과 관련

엘에이 정신 건강국 김재원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는 미국의 수많은 인종 가운데 한인 자살률이 유독 높다고 지적했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사망 100건당 자살 비율이 히스패닉 2.0%, 흑인 0.9%, 일본계 0.7%지만, 한인은 3.7%를 기록했다. 소수 민족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연령별 자살 분포 또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한다. 25세에서 34세 청년 연령대가 가장 많은 자살자를 기록(49명)하는 한편, 아동 연령부터 85세 이상 고령까지 나이와 상관없이 자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라 불리며 수많은 소수 인종 가운데에서도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이민자 그룹으로 인정받아온 한인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다.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문제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한인 자살률이 유독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러한 정신 건강 문제에 있어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재원 코디네이터가 제시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한인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 경우(13.6%)가 타인종 평균(11.3%)에 피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자살을 고려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인은 13.0%지만 타인종 평균은 9.6%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신 문제에 있어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한 적이 있는가?’는 질문에 한인은 ‘도움이 필요했지만,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83.2%로 나왔다. 한인 16.8%만이 도움을 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타인종은 응답자의 60%가 ‘도움이 필요할 때 치료를 받았다’고 대답했다.

한인 자살자 가운데 한국에서 출생한 이민자가 미국이나 기타 국가 출생자보다 훨씬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공중 보건국 자살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캘리포니아 한인 자살자 가운데 90%가 한국 출생 이민자라는 것이다.

김재원 코디네이터는 이러한 통계와 특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적으로 적합한 자살 예방 활동뿐만 아니라 인력과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지속적인 한국어 자살 예방 캠페인이나 자살 중재 기술의 역량을 갖춘 임상 실천가와 서비스 기관 등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한인 사회 자살 및 정신 건강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재원 코디네이터
한인 사회 자살 및 정신 건강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재원 코디네이터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Clergy Roundtable)

나승렬 목사는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을 소개하면서, 자살 예방과 정신 건강 문제에 있어 기존의 종교 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실적으로 자살 충동을 비롯하여 다양한 정신 문제를 겪고 있는 한인이 스스로 적절한 서비스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 그러한 사례도 드물다. 한인 특유의 체면 문화와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무지가 이런 간극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 기관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자치한다. 정신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막상 서비스 기관에 찾아가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종교 기관의 성직자를 찾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성직자도 이런 필요를 비교적 수월하게 인지할 수 있는 관심과 환경 가운데 있다.

문제는 성직자가 과연 이런 필요를 인지할 수 있고, 적절한 서비스를 연결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 사별 후 자살 충동을 겪는 내담자를 상담한 경험이 있다. 자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기도 했지만, 당시 적절한 준비가 부족하여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정신 건강국을 찾아 이런 상황에 대한 지식을 쌓고 훈련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목회자 역시 정신 건강에 관한 지식과 준비가 부족하며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은 이런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다. 다양한 신앙과 전통을 가진 성직자가 현장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있다. 더욱 많은 성직자가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여 이런 기회를 더욱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인트 제임스 성공회 교회 김요한 신부도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이 자신의 사역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한인 타운에 위치한 교회 특성상 위기에 처한 한인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한번은 교회에서 제공하는 법률 상담 서비스를 위해 한 분을 만났는데, 자신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하더라. 교회 쉘터를 통해서 만나는 노숙자 가운데에서도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사회 보장 연금 수령을 도와달라는 분은 갑자기 내가 CIA 하수인이라며 각종 한인 단체에 신고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 끝자락에 서 있는 이들은 정신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매일 접해야 하는 사역 현장에서 적절한 도움과 서비스 연계를 위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사역자 내면의 건강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실과 망상의 경계를 오가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은 그리 평화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은 이런 경계에 서 있는 사역자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자칫 고립감과 무력감에 빠질 수 있는 이에게 동료 사역자와 현장 전문가와의 교류는 혼자라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게 한다.”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에서의 경험담을 나누고 있는 나승렬 목사
한인 클러지 라운드테이블에서의 경험담을 나누고 있는 나승렬 목사

정신 건강 서비스 및 자원, 아는 만큼 이용한다

김재원 코디네이터는 한인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유용한 서비스와 자원을 소개하면서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역 사회에 정신 건강을 위한 서비스와 자원은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도움이 필요한 한인이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적인 장벽으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홍보가 절실하다고 당부하였다. 이와 더불어 정신 건강국에서도 더욱더 많은 서비스와 자원을 한국어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 건강 초기 대응 훈련(MHFA, Mental Health First Aid)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일반인을 위한 정신 건강 초기 대응 훈련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틀간 8시간에 걸쳐 실시하며 카운티에서 제공하는 무료 교육이다. 한국어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한다. (문의: 김재원, JKIM@dmh.lacounty.gov)

어시스트 자살 중재 기술 훈련(ASIST, Applied Suicide Intervention Skills Training)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생명 지킴이 양성 심화 교육으로 이틀 동안 15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수료증도 발급한다고 한다. 역시 카운티 제공 무료 서비스이며 신청은 http://rebrand.ly/asist로 하면 된다.

자살중재기술훈련 안내
자살중재기술훈련 안내

QPR(Question, Persuasion, Referral) 자살 예방 훈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어시스트 훈련을 간소화한 프로그램이다. 2~3시간에 걸쳐 교육하고 있으며 수료증도 발급한다. (문의: 김재원, JKIM@dmh.lacounty.gov)

정신 건강 위급 상황 대처국(Department of Mental Health-Emergency Outreach Bureau) 윤수태 소셜워커는 정신 건강 관련 위급 상황 시 필요한 서비스를 소개했다.

Psychiatric Mobile Response Teams(PMRT)는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협이 될 때 구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출동하는 서비스다.

SMART(Los Angels Police Department Systemwide Mental Assessment Response Team) 또한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이 위급 상황을 만들 때, 정신 건강국 전문가와 경찰이 한 팀이 되어 돕는 서비스다. 911이나 경찰 신고 시 요구할 수 있다.

START(School Threat Assessment Response Team)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교육국, 경찰, 정신 건강국, 그리고 학생 부모가 한 팀이 출동하는 서비스다. 24시간 핫라인 서비스 1-800-854-7771로 연락할 수 있다.

AOT-O&E(Assisted Outpatient Treatment-Outreach and Engagement Team)는 정신 질환 경력이 있거나 의심되는 사람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전 판단을 하는 팀이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한인에게 특별히 추천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피어 리소스 센터(Peer Resource Center)

엘에이 정신 건강국 이주호 코디네이터는 피어 리소스 센터가 한인타운에서 정신 건강 서비스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역사회 가운데에서 정신 건강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한 발짝 더 다가가려는 노력이라고 한다. 센터를 돕는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도 실제 정신 질환을 극복한 경력이 있거나,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분들이라고 한다.

정신 질환이나 질문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클리닉이나 해당 기관에 가기가 꺼려지는 사람이나, 이런 기관에 방문하기 전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얻기 원하는 분은 부담 없이 찾기를 당부했다. (560 S. Vermont Ave, Los Angeles, CA)

한인 정신 건강을 위한 지역 단체들

엘에이 정신 건강국과 함께 지역 한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들도 나와 함께 소개했다.

KYCC(한인타운청소년회관) 에릭 지 코디네이터는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적 정신 건강 서비스 KISM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의료 보험이 없거나 메디칼 혜택(저소득층 의료 보험)을 받는 분 모두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아태 가정 상담소(Pacific Clinic) 또한 한인을 대상으로 각종 정신 질환 관련 상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SSG Silver(Special Service for Groups)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 건강 치료 및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디허쉬(DiDi Hirsh)는 자살 예방 및 정신 건강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다. 자살 예방 캠페인과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24시간 핫라인(1-877-727-4747)을 통해 자살 및 정신 질환 상담을 할 수 있다. 한국어 상담 서비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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