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에스와티니 생명과 복음의 씨앗 되기를
아프리카 에스와티니 생명과 복음의 씨앗 되기를
  • Michael Oh
  • 승인 2022.04.22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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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와티니기독의과대학(EMCU) 양승훈 총장 인터뷰

[뉴스M=마이클 오 기자] 평생 섬겼던 밴쿠버기독교 세계관 대학원(VIEW)을 은퇴하고 아프리카 에스와티니로 떠났던 양승훈 원장이 소식을 전했다. 

에스와티니기독의과대학 양승훈 총장 화상인터뷰 (뉴스엠)
에스와티니기독의과대학 양승훈 총장 화상 인터뷰 (뉴스엠)

에스와티니기독의과대학(Eswatini Medical Christian University, 이하 EMCU)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은퇴 후 삶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반짝이는 청년의 눈을 하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때로 벅찬 숙제로 다가오지만, 그보다 더 커다란 소망과 믿음 그리고 다짐으로 매일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 앞에 놓인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무엇인지 들어보자. 

간단한 근황 부탁한다. 

이곳에 온 지도 반년 남짓 지나고 있다. 그동안 업무 파악과 학사 운영에 우선 필요한 개선, 보완점을 찾아 처리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틈 나는 데로 EMCU 공동체뿐만 아니라 주변 여러 지역을 살펴보고 많은 이들과 대화도 나눴다. 앞으로 감당해야 할 역할과 사역의 맥락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어느정도 분위기와 문제점을 파악하게 됐다. 

에스와티니 상황은 어떤가? 

오랫동안 경험한 식민 통치로 피해의식과 수동적인 사고방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불행의 원인을 유럽 혹은 식민통치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비슷하게 어려운 역사를 겪은 한국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유럽 식민통치가 분명 잘못된 것은 맞지만, 현재의 가난과 불행을 마냥 과거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고민과 의지가 필요하다. 

물질적인 환경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양질의 철광석뿐만 아니라 금도 많이 난다. 해발 1335미터 고산지대와 서고동저 지형 또한 중소규모 수력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이를 통해 국내 전기 공급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수출 또한 가능하다. 

양승훈 총장이 에스와티니의 풍부한 자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엠)
양승훈 총장이 에스와티니의 풍부한 자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엠)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필요한 전력 8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료가 캐나다보다도 비쌀 뿐만 아니라, 그나마 공급되는 전기도 매우 불안정하다. 

문제는 물질적인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이다. 가족이 사회 기본 단위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깨어진 가정이 많다. 미혼모 문제를 비롯해 안정적인 가족의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는 인구 비율이 높다. 

영적인 문제 또한 심각하다. 인구 89%가 기독교인이라고 밝히지만, 실상 40%는 시온주의와 같은 이단에 속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종교와 혼합된 형태가 만연해있다. 

개신교나 가톨릭 등 정통적인 기독교 형태가 여전히 다수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특히 의존적인 신앙이 문제다. 진실한 회심과 삶의 변화보다는 교회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혜택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다.

외부 선교사가 세운 교회가 대부분인 특성 때문일 것이다. 선교방식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원조와 교인과 교회 수 늘리기 등 양적 성과에 집중해왔다. 정말 바른 성경 정신 가지고 사느냐 관심을 둬야 한다. 한다. 심지어 교회 출석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도 이 문제에 비춰보면 부차적일 뿐이다.

예수 믿는 사람은 아브라함의 복을 받아야 한다. 아브라함을 통해,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이 복 받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선교해야 한다. 스스로 서려고 하는 의지 없는 교회는 교회 아니다. 백인 선교사한테 가까이 가면 좋은 것 기회 있다는 생각하는 한, 혹은 이 세상의 복을 생각하는 한 소망은 없다. 영적이든 재정적이든 의존이 아니라 자발성이 필요하다. 

교수 회의중인 양승훈 총장 (양승훈 총장 제공)
교수 회의중인 양승훈 총장 (양승훈 총장 제공)

이런 문제에 대해 선교사로서, 또 대학교 총장으로서 어떤 노력을 하는가? 

EMCU를 졸업하는 학생은 에스와티니 사회에 중심이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현재 이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학생들이 각자 영역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올바른 신앙을 가지고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게 준비시키는 일이 관건이다. 

기존 신학 과정 커리큘럼을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할 수 있는 형태로 손보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 수업을 이곳 사정에 맞추어 진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히 신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삶이 변화하는 수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수 3명과 함께 먼저 이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강도 높은 학사 일정 가운데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신학 수업을 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 인턴십 과정을 자기 성찰 논문(Reflection paper)으로 변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체 예배가 중단되었지만, 대학 공동체 멤버들과 함께 월요아침기도회(Monday Morning Prayer Meeting, MMPM)를 시작했다. EMCU를 보다 나은 기독교대학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EMCU를 향하신 주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학교가 당면한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 

에스와티니 사회가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정치적인 공방 가운데 학교가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데모에 동원되면서 정상적인 학사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사회 변혁과 부조리에 대한 저항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공부도 중요하다. 때로 공부하려는 학생까지도 방해받는 상황이 생겨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신생 대학인 EMCU는 다른 오래된 대학들에 비해 교직원들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PD(Professional Development)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교수들의 강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직원의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중에 ‘EMCU 세미나’를 시작하려 한다. 이 세미나를 통해 의료와 교육 분야 국제적인 석학을 초청, 다양한 연구 현황을 소개하고 효율적인 교수법 및 자료 활용 등을 배우려 한다. 또한, 기독교 대학으로서 EMCU 교수들의 신앙과 학문의 통합에 대한 훈련도 기대하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면서 전 세계 대학들에서 온라인 세미나가 일반화되어서 EMCU와 같이 접근하기 어려운 “벽지 학교”에서도 귀한 분들을 모실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직원들뿐 아니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도 구상하고 있다. 

이런 분야에 온라인 강사로 섬길 수 있는 동역자가 있다면 연락 부탁한다. 강연 일정은 강사의 시간대와 이곳 시간대(South Africa Standard Time)를 절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참고로 일반적인 강연 시간은 40분 강의 + 20분 질의-응답 포맷으로 진행하려고 하며, EMCU에서는 (에스와티니의 모든 학교에서는) 영어를 공식적인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에스와티니 방화 사건 분포도, 사회 정치적으로 불안한 에스와티니(양승훈 총장 제공)
최근 에스와티니 방화 사건 분포도, 사회 정치적으로 불안한 에스와티니(양승훈 총장 제공)

선교와 학교를 위해 필요한 도움은? 

물질이나 실질적인 도움도 많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도 동역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이곳을 마음에 품고 잠깐이라도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 

특별히 기독교 대학으로서 복음과 의료에 남부 아프리카 허브가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한다.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EMCU 세미나’를 위해 기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교수진과 학사 행정 전반의 쇄신을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어느 쪽이라도 일 년에 한두 번씩이라도 봉사할 수 있다면 큰 응원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공중보건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한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에이즈도 심각하다. 국민 30%가량이 에이즈 환자다. 이와 함께 영양 결핍 때문에 심각한 지경이 이르는 사람이 많다. 

아직 사회 및 의료 시스템이 환자 관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외부 수입 의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자격이나 실력이 확인되지 않는 실정이다. 환자를 자연 방치할수 밖에 없다. 부임 후에만 해도  사망자 소식을 너무 많이 들었다. 죽음의 영이 뒤덮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유일한 의과 대학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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