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반대해 온 목사, 명성교회 집회 설교 알려지며 '논란'
세습 반대해 온 목사, 명성교회 집회 설교 알려지며 '논란'
  • 지유석
  • 승인 2022.09.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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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성 목사 “목사로서 설교한 것일 뿐” 해명, 세습반대 성도 거세게 반발
울산 낮은담침례교회 김관성 목사가 지난 7월 원주에 있는 명성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제1차 하계산상성회에서 설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사진 = 독자 제공
울산 낮은담침례교회 김관성 목사가 지난 7월 원주에 있는 명성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제1차 하계산상성회에서 설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사진 = 독자 제공

최근 세습 반대 목소리를 내온 목회자가 명성교회 집회에 초청 받아 설교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장본인은 울산 낮은담침례교회 김관성 목사. 김 목사는 지난 7월 원주에 있는 명성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제1차 하계산상성회 저녁예배에서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란 주제로 설교했다. 

김관성 목사가 명성교회 산상성회 집회에서 설교한 사실은 L 목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졌다. L 목사는 김 목사의 설교에 대해 사뭇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L 목사의 게시글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목사가 직접 “이단에게도 전도하는데 왜 거기 성도들에게 설교하면 안 되나? 거기서 설교하면 명성교회와 관련한 저의 입장과 태도가 무조건 그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인가?”라는 댓글을 올렸다. 

또 “(김관성 목사가) 명성교회 초청을 네 차례나 고사하고 이번 초청에 응했는데 너그러이 이해해 줬으면 한다”는 댓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댓글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결국 김 목사는 지난 1일 “명성교회 가족수련회에 다녀왔고, 그 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평상시 갖고 있었던 세습에 관한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충분히 좋지 못한 신호를 줬고, 부적절한 움직임이었다고 하시는 분들의 말씀에 동의하고 그분들의 질책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 명성교회의 평범한 가족들을 바라보고 또 욕먹을 각오를 하고 설교하러 간 것이지만, 이 행동이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분들에게 상실감을 안긴 것 같다. 저는 지금 더 맞아야 하고 맞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를 상대로 대표자지위부존재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는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 정태윤 집사는 3일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호소문을 올렸다. 

정 집사는 이 호소문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명성교회 초청에 응해 설교하는 일은 없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목회자들이 명성교회 가서 설교하고 그들을 축복하고 기도하는 건 그야말로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해 소송을 당하고 상처받아 신앙이 무너져 교회를 떠난 이들에게 그야날로 대못을 박고 그들의 세습을 옹호해주며 물타기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도들 보고 간 것, 세습 반대 입장변화 없다’

▲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13일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심리를 열었다. 이에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각 단체들은 백주년기념관에서 정당한 재판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지유석
▲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13일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심리를 열었다. 이에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각 단체들은 백주년기념관에서 정당한 재판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지유석

김 목사의 입장을 보다 자세히 듣고자 기자는 7일 오후 김 목사와 접촉했다. 김 목사는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제 입장이다. 그 외엔 더 할 말이 없다”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러나 정 집사는 단호하다. 정 집사는 앞서 6일 기자와 만나 “김 목사는 계속 가족수련회라고 하는데, 명성교회엔 가족수련회라는 게 없다. 그리고 명성교회 쪽에서 누가 김 목사와 접촉해 설교를 부탁했는지 알려 달라 했는데, 이에 대해 김 목사는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집사는 이어 김 목사가 설교 중 명성교회를 치켜 올리는 등 부적절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했다. 설교 내용을 확인한 바, 이런 대목이 있었다. 

“하나님은 누구를 기억합니까? 이름도 빛도 없이 누구에게 하나님의 기름 부음이 있는지 누구에게 하나님의 언약이 감지되어져 있는지 누구를 통하여 하나님의 구속사가 진행되어지는지 그것에 대한 분명한 감각을 가지고, 누구를 돕고 누구를 섬기고 누구와 함께해야 되는지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있었던 이 마길을 하나님은 기억을 합니다.”

“여러분 혹시 영화 기생충 보셨습니까? 거기에 보면 명대사가 하나 나오잖아요. 돈은 뭐다? 마음의 주름살을 펴주는 다리미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기가 막힌 대사예요. 마음에 주름살을 펴주는 다리미가 돈이래요. 근데 정말로 그렇습니다. 가난하게 사는 것 극단적인 가난으로 내몰려가지고 10년 20년 30년 살다 보면요. 상처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우아할 수가 없어요.”

“저는 우리 명성교회가 다른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다 부족하고 연약할지는 몰라도 서로 사랑하고 섬기고 그 사람 손을 잡되 끝까지 그 사람을 지켜주고 그 손 놓지 않는, 세상이 흉내 낼 수 없는 예수 믿는 신자에게만 있는 압도적인 사랑의 능력, 이 능력이 흘러넘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 집사는 김 목사의 설교가 물질적 축복, 그리고 성도들의 무조건 적 헌신을 강요하는 김삼환 원로목사의 설교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집사는 “김 목사는 수도권 교회를 사임하고 다시 교회를 개척하는 등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 이런 목사가 명성교회 와서 문제가 될 만한 설교를 하니 명성교회 신도들은 ‘아 우리가 균형을 잘 잡고 있고, 세습으로 논란이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구나’하고 오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호소문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가 이번 사태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그저 가족수련회에서 신도들에게 설교해 달라는 명성교회의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 다녀간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행동이 어떤 사람의 마음애 상처와 상실감을 준 것 같다. 이번 일로 배신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삶을 통해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다른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못 박았다. 

한편 세습에 대한 입장을 묻자 “명성교회 집회에서 설교했다고 세습에 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 나만큼 세습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 사람이 또 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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