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의 유령들과 김건희
앙코르와트의 유령들과 김건희
  • 김기대
  • 승인 2022.11.16 10: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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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두려워하는 건 가짜 무당이라는 표시

권헌익(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 석좌교수) 지은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역작이다. 책의 표지에는인류학의 노벨상, 기어츠상(Geertz Award) 수상한 권헌익 교수의 베트남 2부작 완결판이라고 큼직하게 나와 있다. 인류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낯선 이름의 상은 검색하면 the Anthropology of Religion is awarded by the Society for the Anthropology of Religion as part of the American Anthropological Association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미국 인류학회의 분과인 종교인류학회에서 주는 상이다. 권헌익 교수가 상을 받은 2007년의 책은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아니라 After the Massacre: Commemoration and Consolation in Ha My and My Lai . 그의 수상을 깎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출판사의완결판이란 낚시성의 마케팅이 불편하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권헌익의 책은 이런 마케팅 없이도 충분히 뛰어난 책이다. 그는 베트남에 체류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경험한 유령 이야기를 채집하고 분석했다. 긴 전쟁을 겪고 마침내 승리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유령은 환영이나 전설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실체다.

계몽주의와 근대 합리주의의 기승으로전설의 고향소재로만 폄하되던 유령이나 민담이 다시 소환된 것은 프랑스의 아날학파의 덕이다. 그들은 근대 이후 생산된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대중의 심성(心性, 망탈리테mentalite)에서 인간과 문명을 추동하는정서’(들뢰즈 식으로 말하면 정동) 찾았다.

장클로드 슈미트의 ‘유령의 역사’에 따르면 중세 교회는 유령이야기를 처음에는 엄격하게 금지시켰으나 속된 말로 유령은 돈이 되는 장사였다. 대중들의 두려움은 성직자의 수입과 연결됐다. 나중에는 성직자 집단에서 유령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유령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대중들의 위로가 필요한 존재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뭔가 풀리지 않은 때문에 저승에 안착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돈다. 존재를 달래 주는 것이 종교인의 몫이다.

권헌익의 책은 이런 흐름의 연장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경험한 유령은 적군 아군으로 나뉘지 않는다. 유령을 봤다는 사람들의 목격담이 잇따르면 마을 사람들은 목격담을 모아 장소를 특정하고 인근 지역을 파헤치고 나면 베트남 전쟁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이 목격자들의 증언과 거의 일치하는 형태로 발견된다. 미군이건 남부 베트남군(월남군)이건 북부 베트남군(현재 베트남)이건 상관않고 정성스레 장례를 치뤄준다. 신원이 밝혀지면 그들의 고향으로 보내주고 신원미상은 자신들의 마을 사당에 모신다. 이런 절차가 끝나면 신기하게도 유령 현상은 사라진다.

권헌익은 망탈리테를 넘어서서 유령으로부터 적대적 이데올로기의 극복을 배운다고 주장한다. 피아가 없는 유령 해원(解冤) 의식을 통해 전쟁 중에 가졌던 모든 증오는 사라진다. 또한 주체과 객체 구분도 유령과의 관계에서는 의미가 없다.  포스트 모더니즘 이전의 세계관에는 모두 주체과 객체가 존재했다. 다시말해 인간이 주체라면 경험되는 유령은 객체다. 그러나 베트남의 유령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1991 비엔이라는 소녀는 원인을 없는 질병에 시달렸다. 혼절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비엔이 이상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 너는 누구냐

연꽃 : 이름은 연꽃(현재 미국 부통령 이름 카멀라도 연꽃이라는 의미다-필자 )입니다. 우리 가족은 후에 출신이에요. 나는 껌레의 상류지역에 살았습니다. 나는 남동생과 함께 숲속에서 땔감을 모았어요

아버지 : 너는 딸과 함께 있느냐?

연꽃 : 나는 당신의 채소밭에서 살고 있어요. 당신은 몸에 양파를 심었어요. 양파 냄새가 싫어요.

아버지 : 그게 사실이라면 침범에 대해 사과하겠다. 하지만 나는 우리에게 ()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불행이 있을지라도 이런 식으로 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잘못이다.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결말은 예측할 있다. 연꽃의 시신은 발굴되었고 장례는 치뤄졌고, 비엔의 병은 사라졌다. 이런 이야기는 흔하지만 아버지가 사과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기독교의 축사(逐邪) 의식에서 익숙한 장면처럼 예수가 귀신들린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한동안 괴로워하다가 예수가 귀신을 제압하고 괴로움이 진정된다. 그런데 이야기 구조에서는 아버지가 연꽃의 영역에 들어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영화식스 센스’(M 나이트 샤말란 감독, 1999)에서 유령을 보는 영험한 소년은 자신이 죽은 지도 모르고 유령으로 존재하는 브루스 윌리스를 일깨워 준다. ‘ 아더스’(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 2001)에서 니콜 키드먼 가족은 자신들이 유령인 사실을 모르고 그들 집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두려워한다. 연꽃의 이야기처럼 주객이 바뀌어 있다.

한국 영화 포인트’(공수창 감독, 2004)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분대원들이 유령 사태로 인해 서로가 죽고 죽이는 비극을 다룬 일종의 반전(反戰)영화다. 여기에는 망탈리테와 냉전 이데올로기가 개입된다. 한국군을 죽인 것은 유령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다. 유령은 죄가 없다.

알포인트실제 촬영지는 베트남이 아니라 캄보디아의 보코르산이다. 이곳에서도 수많은 학살이 있었기에 유령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알포인트제작팀은 촬영에 앞서 지역 승려들과 함께 제사를 지내면서 유령을 위무했다. 

이처럼 캄보디아의 유령 이야기도 베트남 못지 않게 많다. 중에서도 앙코르와트는 유령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그곳에는 여왕의 유령이 있고 수십만이나 되는 남녀 유령이 돌아다니는 신의 저주가 내린 이다. 머리가 일곱개인 뱀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1850 프랑스인 신부 유령도시 숲에서 숨진 발견됐으며 1860 프랑스생물학자 앙리 무도도 유령도시에서 나온 1 말라리아로 숨졌다.

 

하지만 앙코르와트의 전설들은 권헌익의 연구 결과와는 달리 그냥 이야기에 가깝다. 19세기에 마땅한 통신장비도 없이 숲속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것은 다반사 일것이며 말라리아도 그냥 풍토병이었다. 현지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경험담들이 당시 지역을 침탈하고 있던 프랑스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극화되었을 것이다.

 

권헌익의 말처럼 유령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위로의 대상이고 인간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도 해야 한다. 때로는 인간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하루도 없다 사람때문에 필요없는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게다가 그 부부의스승으로 알려진 천공 청와대의 많은 귀신들이 관람객들의 옷에 묻어 나가게 해야 한다는 망언을 했다. 그에게 유령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가 무당이라면 가짜 무당일 것이고 점쟁이라면 더더욱 가짜일  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거짓 언설에는 죽은 자에 대한 공포와 그로 인한 유령현상에 대한 기피로만 가득차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아래와 같은 기사를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는 12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소년 가정을 찾았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날 프놈펜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 동행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 일정을 마련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아픈 소년 사연을 접하고 공식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소년 집을 찾았다”고 했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캄보디아 정부는 앙코르와트 방문 일정을 마련했었다는 사실을 밝혔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어하는 캄보디아의 명물 앙코르와트를 마다하고 심장병 어린이를 찾은 자애로움? 아니면 그녀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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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규동 2022-11-18 09:37:07
본문 중에 틀린 부분을 알려 드립니다. "...기독교의 축사(逐邪) 의식에서 익숙한 장면처럼 예수가 귀신들린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한동안 괴로워하다가 예수가 그 귀신을 제압하고 괴로움이 진정된다."의 문장에서 예수가 귀신들린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그 귀신을 제압하여 축사(逐邪)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명령으로 귀신들린 사람의 몸에 있는 귀신을 쫓아 내십니다. ('◎ 예수께서 무리가 달려와 모이는 것을 보시고 그 더러운 귀신을 꾸짖어 이르시되 말 못하고 못 듣는 귀신아 내가 네게 명하노니 그 아이에게서 나오고 다시 들어가지 말라 하시매 ◎ 귀신이 소리 지르며 아이로 심히 경련을 일으키게 하고 나가니' 마가복음 9:25. 26) 제대로 알고 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