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런 일정에 만족하셨나요? 만족하실 것인가요?
성지순례, 이런 일정에 만족하셨나요? 만족하실 것인가요?
  • 김동문
  • 승인 2022.12.02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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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교회 방문 중심의 일정이 아닌 성경문화체험여행으로 나가야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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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으로 멈춰 있던 이른바 성지순례를 앞세우는 여행이 점차 회복되는 듯합니다. 여행은 방문 목적에 걸맞은 방문 장소의 선택과 방문 장소에서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채워집니다. 제한된 시간과 비용 등으로 여러 가능성 가운데 방문 장소와 프로그램에는 선택과 집중이 이뤄집니다. 갈 수 있는 수많은 장소, 할 수 있는 수많은 활동 가운데서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여 고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여행자는 이런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합니다. 정해주는 일정을 그냥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 전에 아래와 같은 일정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았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분입니다. 여전히 이런 일정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다소 전통적(오래전부터 많은 단체가 해왔던 프로그램)이고 획일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온종일 7-8곳의 기념교회를 비롯한 장소들이 주로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프로그램에 담긴 예루살렘 방문의 목적이나 기대는 무엇일까요? 어떤 것을 기대하고 이런 일정에 만족하는 것일까요? 이렇게 여행하면 예루살렘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예루살렘을 무대로 펼쳐진 성경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안목을 열어주는 것일요? 다윗 시대이든 예수 시대이든 시간 여행을 하는 면에서는 아쉬운 일정입니다.
 
이런 여행을 한 번 구상하고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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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공간을 체험하는 여행이면 어떨까요?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는 여행입니다. 성경 이야기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출과 일몰이기 때문입니다. 디베랴 바다에 먼동이 터 옵니다(요한 21장).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앞으로 저 멀리 지중해변으로 해가 저뭅니다. 벳새다 들녘에 해가 저뭅니다. 성경 이야기 속 그 현장에 가득한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여행은 어떨까요?.
 
광야 생태계를 느끼는 여행은 어떨까요?
 
광야를 느끼고그곳에서 시내폭포빈들야생 동물식물 등을 마주합니다사반과 들염소, 사슴은 물론 때에 따라 여우도 독수리도 매도 공중에 나는 새 까마귀도 관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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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도 목자도 농부도 만나는 여행은 또 어떨까요?
 
어업농업 현장에서 갈릴리 어부를 만나고농부를 만납니다그리고 목축 현장에서 목자와 양양과 염소, 양의 길양떼의 이동 등을 직접 경험하여야 합니다차창 밖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양무리 가운데로 들어갑니다. 목자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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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경험하는 여행을 해볼까요?
 
갈릴리 호수 수영사해 수영요단강 체험홍해지중해 등의 바다를 경험합니다조각목 또는 싯딤나무(아카시아), 로뎀나무(대싸리나무), 에셀나무백향목잣나무상수리나무(참나무),  합환채들의 백합화(아네모네) 등 식물을 확인하고 성경 이야기를 다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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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음식 체험 여행, 맛 기행 여행도 가능합니다.

박하, 회향, 근채, 운향, 우슬초(모든 채소)와 풍성한 올리브기름(감람유)이 어우러진 풍성한 음식을 맛보는 여행입니다. 음식을 맛보면서 성경 이야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시대의 바리새인의 그릇된 십일조 관행을 비판하는 대화에 나오는 조미료입니다. 이들 향신료는 가장 기본적이며 요긴한 조미료였습니다. 마치 한국의 고춧가루, 깨소금 등의 십일조를 떼는 바리새인의 이상한 행동을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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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은 단지 허기를 채우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맛있게 끓인 렌틸죽(야곱의 팥죽)과 보리죽(한국의 보리는 아닙니다), 잔치에 나오는 밥과 고기를 먹으면서 성경 속 잔치 음식, 제사장이 화목제물 가운데 받았던 오른쪽 넓적다리... 그리고 종려나무(대추여자), 쥐엄나무무화과나무돌무화과나무(삭개오의 뽕나무), 감람나무(올리브나무), 겨자꽃(유채꽃), 쥐엄나무열매와 세례요한의 메뚜기 등을 맛봅니다. 부자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맛봅니다. 엘리사 시대의 야등덩굴의 들외를 경험합니다.

()을 찍어 먹는 초(훔무스)는 물론 계절 과일도 맛봅니다. 각 지역의 저마다의 특산물을 맛봅니다. 헤브론 건포도사마리아 올리브여리고 종려나무(대추 야자), 헐몬산의 포도, 골란고원의 포도주 등을 먹고 마십니다음식 체험도 맛과 멋, 추억과 깨달음으로 채우는 시간입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성경 속 음식의 맛과 향,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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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에 얽힌 질문을 주고받는 것만이 아니라공감하기 위한 질문을 주고받는 여행을 합니다현장에서 성경을 다시 읽고 이야기 속의 한사람이 되어 이야기를 느껴봅니다. 단지 지식과 정보로서의 성경이 아닌, 성경과 설교를 바라보는 눈이 열리고, 설교가 살아나는 계기를 누리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크고 작은 단체에서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계시는가요?  그렇다면 방문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방향을 잡고, 알차게 일정을 구성하고, 치열하게 성경 속을 거니는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방문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기념교회 방문 중심의 일정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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