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죽은 믿음’ 김상진 대표, 이태원참사 현장 배회하다
[현장] ‘죽은 믿음’ 김상진 대표, 이태원참사 현장 배회하다
  • 지유석
  • 승인 2022.12.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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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복음교회 출석·전광훈 목사 유착 등 보수 개신교 그림자 짙어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이태원 광장은 극우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내건 현수막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이태원 광장은 극우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내건 현수막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이태원 광장은 극우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내건 현수막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이들은 처음엔 ‘윤석열 잘한다’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러다 ‘이재명 상습 거짓말장이 구속수사하라’·‘세월호 팔아 집권한 문재인·이재명·민주당 제도정비 안하고 뭐했나’ 등 노골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낸 구호로 바꿔 내걸었다. 

그러다 이젠 ‘그만 하라’·‘더는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며 유가족을 겨냥하는 내용, 그리고 문재인 정부 당시 있었던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주변에 걸었다. 

신자유연대 대표는 극우 성향 유투버 김상진이 대표로 있는 단체다. 김상진 대표는 분향소 앞에서 천막을 치고 기거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추모 미사를 열자 확성기로 미사를 방해하는가 하면 지난 21일 오전엔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사회적 약자를 흉내 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김상진 대표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김 대표는 2019년 4월 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서초동 자택 앞에서 살해 협박 방송을 하다가 검찰에 체포됐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를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자 ‘윤석열 지킴이’로 변신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앞에서 집회를 주도했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그에게 추석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윤석열 지킴이’ 구실을 해온 행적을 볼 때, 김상진 대표가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배회하며 추모 분위기를 훼방하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일 것이다. 

김상진 대표의 이력에 특이한 점이 하나 더 눈에 들어온다. 바로 ‘보수 개신교’다. 깅 대표는 유투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하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한다. 그런데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8월 “일요일엔 예배를”이라며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년부 해쉬태그와 함께 여의도순복음교회 사진을 올려놓았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시점은 7년 전이기에 김 대표가 여전히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윤석열 지킴이와 전광훈 목사, 자연스런 조합?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이태원 광장은 극우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내건 현수막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이태원 광장은 극우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내건 현수막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그러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유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그가 자신의 유투브 계정 ‘김상진TV’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12월 8일 ‘전광훈목사님에 대한 한기총의 이단 시비는 정치적 공세로 보임’이란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렸다. 당시 시점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전 목사를 이단 규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다. 

김 대표는 이 영상에서 전 목사 이단시비가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이단과 함께 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려는 정치적 공작”이라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우파 시민운동은 보수 성향을 띠고, 기본적으로 기독교(개신교)와 맥을 같이하는 운동이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정치발언을 못하도록 발목 잡는 세력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1월 20일자 방송은 더욱 노골적이다. 김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전광훈 목사가 집회에 쓸 음향장비를 지원해줬다고 털어 놓았다. 

당시 김포의 한 건물주는 이태원참사에 대해 정부 책임을 주장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러자 김 대표는 건물주를 응징하겠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퍼뜨렸고, 실제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 목사는 이 집회에 음향장비를 지원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김 대표는 방송에서 “혼자 힘으론 할 수 없었다”며 전 목사를 향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전 목사에게 장비지원 여부를 묻기 위해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마침 성탄절인 지난 25일 오전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추모와 연대의 연합 성찬례’에서 김 대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현장에 모인 취재진들에게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MBC 취재진을 향해 “매일 거짓말만 한다”며 날을 세웠고, 결국 김 대표의 입장을 물을 수 없었다. 

극우 성향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전광훈 목사와의 유착을 스스럼 없이 털어 놓을만큼 유착관계가 깊다. Ⓒ 김상진TV 화면갈무리
극우 성향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전광훈 목사와의 유착을 스스럼 없이 털어 놓을만큼 유착관계가 깊다. Ⓒ 김상진TV 화면갈무리

김 대표의 신앙이 얼마만큼 신실한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보수 대형교회를 다니고 있음을 스스로 밝힌 점, 그리고 전광훈 목사와 유착 역시 스스럼없이 밝힌 점에 비추어 볼 때 보수 개신교와 일정 수준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이 사실에 부합해 보인다. 

개신교, 가톨릭, 정교회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실천을 중시한다. 신약성서 ‘야고보서’는 “어떤 사람이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 믿음이 그 사람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공동번역 성서)라고 기록한다. 

그리고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거짓으로 이웃을 비방하지 말라는 건 그리스도교의 기본 가르침이다. 이런 가르침을 행하지 않는 신앙은 말 그대로 죽은 신앙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보수 개신교는 정확히 반대로 행동한다. 우는 자들 앞에서 조롱하고, 가짜뉴스로 이웃을 매도한다. 

이 시대 가장 고난 받는 자리인 이태원참사 현장을 배회하는 김상진 역시 마찬가지다.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임을 현실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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